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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자본과 시장에 비수를 던진 데미언 허스트, 그 부정의 변증법

박준헌

박준헌│Art Management Union 대표

역시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였다! 현대 미술계의 최고의 악동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가 2008년 9월 15일 세계의 시선을 주목시켰다. 런던 소더비 단독 경매에 부쳐진 자신의 작품 54점이 낙찰률 100%에 7,055만 파운드(한화 약1,472억원)에 거래됨으로써 1993년 소더비에서 열린 피카소의 단독 경매기록 약 6,230만 파운드(한화 약1,300억원)의 기록을 갱신한 것이다.
44세의 생존 작가가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일컫는 피카소의 단독 경매 기록을, 그것도 피카소가 88점의 작품으로 이룬 아성을 불과 54점으로 무너뜨렸으니 미술시장 역사상 이런 반란도 없는 셈이다. 런던발로 송신된 이 승전보는 전세계 각국으로 긴급 타전되었고, 그 영광을 차지한 허스트는 자신의 비장무기이자 특허인-커다란 수조에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채워 실제 동물을 박제시킨 일련의 작품들-「황금
송아지」와 함께 미소를 띠우고 있는 사진을 동봉했다. 이로써 허스트는 다시 한 번 이 시대가 자본이 보증하는 최고의 예술가이자 스타로, 우상으로 그 입지를 각인시켰다.
허스트는 이번 단독 경매를 통해 피카소의 작품이 세운 총액을 뛰어 넘는 현실적 가치 증명 외에도 여러 전리품들을 동시에 챙겼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기존의 작품 유통 구조를, 개념을 붕괴시켰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1차 시장인 화랑을 통해 유통된 작품이 다시 거래되는 2차 시장이라 인식하고 있는 경매에 작가가 직접 어떤 유통 경로도 거치지 않은 채 바로 신작을 경매에 내놓음으로서 기존의 거래 관행과 시스템을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그간에 이런 사례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간헐적으로 혹은 특정 이벤트 경매를 통해 생존작가의 신작을 경매에서 유통시킨 적은 있지만 허스트 같은 영향력 있고 주목받는 작가가 무려 223점에 달하는 대규모의 작품을 일시에 경매에서 유통했다는 것은 아마도 경매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획기적 이벤트를 주관한 소더비는 이번 경매를 유치하기 위해 거액의 경매 수수료까지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기존의 기득권을 가지고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1차 시장의 종사자들이나 보수적인 비평가들은 이러한 허스트의 태도에 대해 시장의 질서를 교란한 상업적 이벤트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각국의 미디어나 저널들은 유통구조의 변화라며 연일 나팔을 불어대고 있으며, 그 시장에서 소외된 일군의 무리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기존의 일인 수공의 작가 시스템이 붕괴되어 버린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지만 거의 200명에 가까운 직원(어시스트)을 거느린 CEO이자 정확치는 않지만 개인 자산만 약 10억 달러(한화 약1조 1,000억원)에 달하는 자산가이며, 투자회사와 연계하여 본인의 작품을 매입하여 다시 고가에 판매하여 시세차익을 벌어들이는 투자자이기도 한 허스트는 이쯤돼면 워홀이후 신인류의 새로운 예술가 상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허스트의 이러한 행위와 혹은 작품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다시 그의 이번 단독 경매로 시선을 모아 그것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중요하기 보다는 무엇이 그의 작품을 혹은 그를 이렇게 열광케 하는지 자문하게 된다. 많은 상황과 외적인 요건들이 존재하겠지만 결국에는 발칙한 도발과 전복을 통해 지금 우리의 문제를 상기시킨다는 현대미술의 가장 중요한 계명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허스트는 자본과 시장에 의해 피폐화된 인간의 문제를 자신의 중요한 메시지로 설정했고, 그 것을 근사하게 조롱해 감으로써 지금과 같은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갈수록 천문학적이 되어가고 있는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시장을 냉소하는 그의 비웃음마저도 열광하는 광란의 자본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한 현대미술의 부정의 변증법 으로의 방식 혹은 전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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