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빛, 율빛, 장빛, 괴화색, 울금색, 앵갈색, 취월빛, 모란빛, 자갈색, 재빛…. 요즘 사람들은 쉽게 짐작하기 힘든 이같은 색상 이름은 1947년 나온 『색명첩(色名帖) 빛이름』에 등장한다. 다양한 색상의 이름을 각 색상의 견본과 함께 정리해 놓은 책이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해방 직후 국내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색상표이자 희귀자료인 이 책을 최근 입수, 그 모습을 일부 공개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1947년 나온 『색명첩(色名帖) 빛이름』공개
1947년 발행된 책 '색명첩 빛이름'표지.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1947년 발행된 책 '색명첩 빛이름' 의 본문. 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1947년 발행된 책 '색명첩 빛이름'의 본문. 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이 책의 맨 앞쪽에는 '唯五之正 六十其變'이라고 쓰인 글씨가 있다. 박물관에 따르면 독립운동가이자 서예가인 위창 오세창(1864~1953)이 쓴 것으로 '다섯 가지 색깔(오방색)이 60가지 색깔로 변화한다'는 의미이다. 박물관 측은 '전통적인 색에 대한 개념이 이 책의 저변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문화적, 사상적 다양성이 혼재했던 해방공간에서 동·서양의 사조들이 공존하고 있었던 당시 미술계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전했다.
1947년 발행된 책 '색명첩 빛이름'의 맨 앞쪽에 수록된 오세창의 제서(題書).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중앙일보 이후남 기자 2017.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