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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단절의 공동체 치유할 공감의 문화예술을

박재은

최근 '묻지 마'식 흉기 난동, 납치·살해, 아동 성범죄 등 입에 담기도 무서운 사건들이 잇따르며 시민들의 불안도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공통된 배경 중 하나는 그들이 '소외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 사회의 스트레스와 자신의 불만스러운 여건을 사회 탓으로 여기며 주변과 점점 멀어지고, 불만의 화살을 주변의 무고한 이웃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자신을 가둬놓은 마음의 틀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소통과 공감의 예방주사는 군중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예술을 통해 공동체를 회복하고 소통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작지만 의미있는 움직임들이 일고 있다. 작년 여름, 대전시 중구 중촌동에 문을 연 대살미 마을극장에서는 창작 연극 '꿈을 캐는 사람들'이 무대에 올랐다. 어린이집, 여행사, 식당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주민들이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통해 연극 동아리로 뭉친 것이다. 참여 주민들은 먹고살기 바빠 외면했던 이웃들을 알아가고,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어 기쁘다고들 한다. 외부와 교류 없이 갇혀 있던 제주도 서귀포시 월평마을에도 문화예술이 새 바람을 일으켰다. '월평마을 문화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농사밖에 몰랐던 농촌 총각이 기타를 치고, 서먹했던 고부와 동서가 모여 앉아 풍물 장단을 맞추게 된 것이다. 사람들 간의 소통이 이뤄지면서 마을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이야기길이 만들어지고, '월평 레지던스'라는 이름의 창작공간도 마련돼 이제는 주말만 되면 많은 이가 찾는 문화마을로 자리 잡게 됐다.

이웃과의 소통이 단절된 현대의 삶에서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할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는 바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예술을 통해 내면을 충만하게 하고 인간적인 감수성을 회복할 때 비로소 주변이 보이고, 서로 손을 내밀 수 있는 여유가 자리 잡을 수 있다. 함께 농사짓던 두레가 음악 두레로 살아나고, 노인들의 사랑방이 연극 사랑방으로 되살아나는 것이야말로 외톨이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렇듯 어우러져 문화예술을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생태계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예술적 울림이 나눔을 통해 아래로, 더 아래로 사회의 가장 깊은 구석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다.

- 조선일보 2012.9.2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19/20120919028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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