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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경매가격… 세계 미술시장 과열 논란

편집부

치솟는 경매가격… 세계 미술시장 과열 논란
상위 10% 드는 고가 현대미술품 6개월만에 50%나 급등…
위험·투기度 지수 크게 올라
中·인도 등 새 컬렉터 늘고 빚내 작품 사는 행태 줄어…
“경착륙 안할 것” 의견도 많아
최윤석 서울옥션 기획마케팅팀 과장

6월 21일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자화상’(1978)이 경매에 부쳐지고 있다. 이 작품은 388억 원(2100만 파운드)에 낙찰됐다. /소더비 제공 6월 18~22일 세계 양대 경매회사인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런던에서 메이저 세일을 마쳤다. 이로써 올해 상반기 세계미술시장 거래가 일단락됐다. 두 경매회사의 런던 세일은 근대미술과 현대미술로 나눠 치른 결과 총 낙찰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에 달하는 4억3266만파운드(약 8013억원)를 기록했다. 그 전 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 제1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에서 거래된 돈은 5억달러(약 4600억원)로 추정된다. 지난 2주 동안에만 세계 미술시장에 1조3000억 원이 들어온 셈이다. 특히 런던 경매에선 대미언 허스트(42)의 약품 캐비닛 설치작품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자장가 봄(Lullaby Spring)’이 생존 작가로는 최고가인 965만파운드(약 179억원)에 낙찰돼 현대미술의 무서운 가격 상승세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뉴욕에서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의 ‘화이트 센터(White Center·1950)’가 7280만달러(약 670억원)에 팔려 현대미술 경매의 세계 최고기록을 깬 바 있다.
하지만 미술 작품의 가격이 이렇게 상승하다 보니 이에 따른 과열론과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의 미술시장 분석회사인 ‘아트택틱(Arttactic)’이 컬렉터, 경매회사 전문가, 딜러 등 180명을 설문 조사해 6월 7일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미술시장 위험도 수치는 19% 늘었고 투기도 수치는 15% 늘었다. 아트택틱의 앤더스 페터슨 대표는 “미술시장 관계자들이 투기와 그에 따르는 위험을 점점 더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소더비의 전 회장인 알프레드 타우브만씨도 이달 중순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요즘 미술품 가격은 너무 비싸다. 곧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 미술시장은 이미 1990년 일본의 경기 침체와 더불어 큰 폭의 가격 하락세를 한번 경험했다. 그 후에도 IT 거품 붕괴와 9·11 테러, 이라크 전쟁에 따른 불안 등으로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다가 2004년이 지나면서 큰 폭으로 상승해 2005년에 마침내 1990년 당시 최고점을 넘어서게 됐다. 미술시장의 움직임을 집계하는 ‘아트프라이스닷컴’(artprice.com)에 따르면 2005년 뉴욕과 런던 시장에서 미술품 가격은 1990년 고점에 비해 각각 33%와 19% 높게 형성됐다. 그러자 1990년 가격 폭락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다시 미술시장의 과열을 우려하고 있다.

또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이 미술시장을 나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트택틱은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미술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부동산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앞서 2005년 말에 미국 댈러스 소재 미술시장 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커진은 미국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부동산 시장 붕괴가 미술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의 주요 컬렉터들 중 상당수가 부동산 시장에 노출돼 있는 것도 이런 우려를 부추긴다. 미국 미술월간지 아트뉴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컬렉터 가운데 20명이 직접적으로 부동산업과 연관돼 있다. 금리가 오르고 이에 따라 집값이 하락할 경우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이에 따라 일반 개인들은 심리적 위축과 모기지 상환 부담의 확대 등으로 미술에 대한 투자를 꺼릴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차입을 통해 미술품을 구매하는 것도 미술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술 시장 조사 업체인 아트마켓리서치(AMR)에 따르면 현대미술, 특히 가격이 상위 10%에 들어가는 고가의 현대미술품은 지난해 12월 이후에만 50%나 가격이 상승했다. 만일 시장이 주춤한다면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90년대 세계미술시장이 급락한 데는 차입 경영을 하던 일본 기업들 탓이 크다. 일본인들이 차입을 통해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였는데 자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압박에 시달렸고, 이에 따라 그들이 사들였던 미술품을 싼 값으로 한꺼번에 시장에 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영국 파인아트펀드 필립 호프먼 회장은 위클리비즈와의 인터뷰에서 “1980~1990년대 미술시장의 주된 고객은 일본 등 일부 국가 컬렉터들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인도, 중동 등의 신규 컬렉터들이 늘고 있다. 개별 국가 경제에 대한 미술시장의 의존도가 낮아졌고, 이 새 컬렉터들은 실제로 들고 있는 현찰로 작품을 사고 있기 때문에 당시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순응 K옥션 대표는 “컬렉터층이 넓어졌고 이들의 자산 토대도 이전보다 견실하다. 또 국가간 교차수요가 일어나 우리 나라 작품을 서양사람들이 사고 우리 컬렉터들이 서양 작품을 산다. 따라서 미술시장이 갑자기 경착륙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미술시장 과열 논쟁에서 현재까지는 낙관론이 다소 우세한 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옥석을 가리지 않고 어느 작가나 마구잡이로 가격이 오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진수 한국미술시장연구소장은 “앞으로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을 반드시 겪게 될 것이므로 컬렉터들이 미술시장의 여러 변수들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화제의 고가 미술품들

해골 백금틀에 8601개 다이아몬드 박아… 추정가 무려 1000억원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최근 세계 미술시장은 작품가격 신기록 경쟁이나 하듯 들썩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가격면에서 가장 경쟁력 있었던 작가는 영국의 스타작가 대미언 허스트(42)였다. 지난 21일 런던 소더비 저녁 경매에서 965만파운드(179억원)로 생존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운 ‘자장가 봄’은 기존의 기록인 미국 팝 아티스트 재스퍼 존스의 1700만달러(150억원)를 가뿐히 따돌렸다.
대미언 허스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현대미술사의 한 장을 기록할 만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런던의 화이트 큐브 갤러리에서 ‘믿을 수 없는(Beyond Belief)’이란 제목으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역시 큰 화제다. 특히 사람의 실제 해골에 백금 틀을 씌우고 그 위에 무려 다이아몬드 8601개를 박아 넣은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해(For the Love of God)’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사용된 다이아몬드를 전부 합치면 자그마치 1106.18 캐럿에 달하고, 작품의 추정가격은 최소 5000만파운드(약 920억원)라고 한다. 현대미술 역사상 전무후무한 최고가로 기록될 이 작품은 허스트를 단번에 파블로 피카소, 잭슨 폴록, 구스타프 클림트 등 20세기 거장들의 인기 작품 반열에 올렸다.
허스트가 이 작품을 통해 탐구하는 것은 인간 실존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yBa(Young British Artists) 리더 시절부터 그의 작품은 진지하고 명상적인 고민을 즐겨왔다. 바로 이번 두개골 작품은 ‘다이아몬드처럼 흠집 하나 없는 완벽한 생명성’의 결정판이란 평가다. 죽음의 궁극적 상징인 두개골 위에 사치와 욕망, 데카당스 등을 다이아몬드로 치장하는 것보다 그 주제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앤디 워홀 역시 올 상반기의 화제작가였다. 현재 국제 미술시장에선 전후(戰後) 미술작품과 현대 미술작품이 크게 선호되는데, 그 중심에 앤디 워홀이 있다. 지난 5월 소더비 뉴욕에서 7172만달러(660억원)에 팔린 작품 ‘그린 카 크래쉬(그린 버닝 카 Ⅰ)’는 이전 그의 최고 낙찰가보다 4배 높은 것이었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인 루시안 프로이트(85)는 영국의 국민화가로 인기가 높으면서 가격 역시 늘 화제다. 지난 20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그의 1992년 작품 ‘브루스 버나드의 초상’이 786만파운드(145억원)에 팔렸다.
영국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은 지난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마크 로스코가 7280만달러(670억원)로 기록을 세우기 10분 전에 5270만달러(488억원)에 팔려 10분 동안이나마 세계기록을 보유했었다. 이달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도 2100만파운드(388억원)에 팔려 다시 위력을 과시했다.
중국 미술 역시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중국작가의 작품가격은 보통 국제 경매시장에서 한국의 최고가 작품보다 10배가 넘는 가격에 팔린다. 위에민쥔의 1993년 작 ‘골드피쉬’는 지난 3월 소더비의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서 138만4000달러(12억9625만원)에 낙찰되었다. 장 샤오강은 미국 최고의 현대미술작가로 통하는 제프 쿤스에 필적할 만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더비에서 매매된 중국 현대미술품의 규모는 2004년 300만달러, 2005년 1400만달러, 2006년 7000만달러로 가파른 증가를 보인다. 중국미술이 세계 미술계에서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두각을 보인 것이 계기였다. 공산주의 치하에서 이념의 혼재에 대한 끊임없는 각성, 사회적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한 충실한 기본기, 유럽, 미국 등 서양 현대미술계의 유행을 좇지 않고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인다는 점이 이들의 강점이다. 세계 미술시장은 이런, ‘세상에 없는, 세상이 기다리는’ 미술형식에 주목하고 열광하는 것이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성장을 리드하는 성장동력으로는 인도미술도 빠지지 않는다. 티에브 메타, 프란시스 뉴튼 소우자 등 인도 현대회화의 1세대 작가들은 ‘10억 원대 경매낙찰가 그룹’을 형성한다. 소더비의 경우 지난해 인도 미술품 매출규모는 7000만달러에 육박했다.
한국의 현대 미술시장은 매우 유기적이다. 여러 나라와 상호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 미술시장을 재편해가고 있는 작품가격의 신기록 행진을 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바로 한국 현대미술의 뉴트렌드와 비전을 가늠해보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2007.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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