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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뜯어보기 <4> 불황에도 살아남는 작가

편집부

동료들이 사랑하는 작가를 사랑하라
동료->비평가->딜러->컬렉터…유명해지는 '경로' 있어
최윤석 서울옥션 기획마케팅팀 과장
지난 6월 21일 런던에서 개최된 소더비의 현대미술 이브닝 세일. 내로라하는 작가 작품들만 출품된다는 이브닝 세일에 뱅크시(Banksy·32)의 작품이 포함됐다. 건물 외벽을 캔버스 삼아 작업하는 그라피티(벽화) 작가였던 뱅크시는 런던 테이트 모던이나 뉴욕 현대미술관(MoMA) 등 세계적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둔 기행(奇行)으로 더욱 유명해진 인물이다.
뱅크시의 작품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 제도권 미술에 대한 반기를 통해 오늘날 시대정신을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한 세기 전 마르셀 뒤샹이 전시장에 변기를 버젓이 놓아 보여주었던 도전정신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은 심지어 뱅크시의 경우 작품으로 승부를 걸기보다는 기행을 통해 세간의 주목을 끄는 데 능한 작가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 뱅크시가 소더비 이브닝 세일에 출품된 것이다. 그의 출품작은 이날 낮은 추정가의 세 배 가까운 19만2000파운드(약 3억5500만원)에 낙찰됐다.
논란 한가운데 있는 작가가 메이저 세일에 이름을 올리고 추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릴 정도로 오늘날 미술시장에서는 현대미술이 확장세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 미술시장은 인상파와 입체파 등 근대미술품의 거래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현대미술, 그것도 젊은 작가들의 성장세가 확연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내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도 지난 해 이후 젊은 작가 작품 거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미술, 특히 젊은 작가 작품의 경우 짧은 미래에 작품에 대한 평가가 쉽게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 항상 유념해야 한다. 뱅크시만 해도 그렇다. 소더비 이브닝 세일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분명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소더비 이브닝 세일에서 한 번 비싸게 거래됐다는 사실이 그 작가의 장래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시점에 컬렉터들은 무엇보다 시류에 휩쓸려 작품을 구입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스스로 작품성을 판단하려 하지 않고, 단지 오늘날 시장에서 거래가 잘 된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어느 작가가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컬렉터 스스로의 고민이 수반돼야 하는 것이다.
그럼 과연 어느 작가가 시장에서 살아남을까?

얼핏 보기에 미술시장에서 인기 있는 작품이란 것이 적당한 크기의 예쁘장한 그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예쁜 그림, 혹은 묘사력이 뛰어난 그림이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그림이 예쁘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시장에서 그 작품을 오랫동안 이끌어 줄 만한 충분한 근거는 되지 못한다. 미술시장의 가치 판단은 냉정하리만치 미술사적 평가와 궤를 같이한다. 작품의 가격은 미술사적 중요도와 매우 밀접하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여러 경험적 연구들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독일 미술학자 빌리 본가르드는 미술사적 중요도와 미술시장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분석한 인물이다. 그는 작가별로 주요 미술서적에 인용된 횟수와 할당된 페이지수, 미술관 전시 횟수 및 소장 내역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생존 작가들의 서열을 매겼다. 지난 1970년 발표된 이 연구에서 최상위권으로 분류된 작가가 바로 4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까지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앤디 워홀과 로버트 라우센버그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뱅크시의 작품‘파이를 뒤집어 쓴 얼굴’(Pie Face). 지난 6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추정가의 세 배 가까운 19만2000파운드(약 3억5500만원)에 낙찰됐다. /소더비 제공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그레이 린치 교수의 분석 역시 미술시장과 미술사적 중요도가 얼마나 긴밀히 움직이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미술관련 문헌에 언급된 정도 및 미술관 전시 경력 등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작가에는 프란시스 베이컨이, 2군에는 앙드레 마송과 장 메징거, 3군에는 콜린 코퍼와 하롤드 알트만 등이 속해 있다. 린치 교수는 시장에 형성돼 있는 가격이 이러한 구분과 정확히 일치함을 보여주고, 나아가 가격 상승률도 상위 그룹으로 올라갈수록 비례해 커지고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에 따르면 1963년부터 1995년까지 약 30년 동안 연 가격 상승률은 1군 작가들이 14%를 기록했고 2군과 3군 작가들이 각각 7%와 4.5%를 기록했다. 물론 오늘날 미술시장 환경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소속 갤러리의 프러모션(홍보) 능력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갤러리도 작가의 능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컬렉터들은 무엇보다 그 작가가 당대의 미술사적 고민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 또 이를 회화적으로 표현해 내는 기술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물론 이를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미술학자 앨런 바우니스는 미술사적으로 인정을 받고, 그래서 미술시장 내에서 유명해지는 작가들은 모두 일정 경로를 거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세잔 그림의 가치를 동료 작가들이 가장 먼저 알아 본 것처럼 가능성 있는 작가의 가치는 동료 작가들에 의해 가장 먼저 인지된다. 이후 미술 비평가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고, 그 다음에 딜러, 마지막으로 일반 컬렉터들의 인기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컬렉터들이 여러 작가들과 비평가(혹은 비평문)를 자주 접해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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