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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그 뜨거운 열기와 과제들

최병식

‘블루칩 작가들’ 고공행진…올해 경매만 1천억 매출
미술비평_미술시장, 그 뜨거운 열기와 과제들

2007년 07월 22일 (일) 20:08:11 최병식 / 미술평론가·경희대 editor@kyosu.net


마이애미 딜러이자 컬렉터인 마빈 프리드만(Marvin Ross Friedman)은 “미술품이 돈 벌려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포커게임의 칩이 되었다”고 하면서, “미술품은 매우 값비싼 인생의 액세서리이다”라고 말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술품은 소유의 대상이기보다는 여전히 신비한 감상의 대상이었다. 또한 작품을 소유한다는 것은 일부 부유층들에게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미술품 소유는 프리드만의 급진적 표현을 넘어서서, 중산층들의 취미생활에서 부유층의 투자대상으로까지 급부상하고 있다.

2007년 5월 서울옥션의 경매장면 모습. 박수근의 <빨래터>가 45억 2천만원에 낙찰됨으로서 국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옥션 제공.

질주하는 미술시장
드디어 아트마켓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미술품은 이제 뮤지엄이나 갤러리의 어두운 조명 아래서만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서재나 아파트의 거실에서도 얼마든지 향유할 수 있는 대상이자 분산투자로 이어지는 새로운 포트폴리오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6년 6월 메이와 모제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술품은 매년 8.5%의 수익을 남기면서 지난 10년간의 주식 수익을 능가했으며, 1950년대 이후의 현대 미술은 지난 10년간 주식수익보다 3% 많은 12.7%의 이익을 남겼다고 결론지었다. 2006년 소더비와 크리스티경매의 총 판매액은 75억 달러를 넘은 것으로 발표됐다. 이미 1990년 최고 전성기의 수치를 넘기는 순간이다.
이와 같은 외국의 미술시장의 흐름에 편승하는 듯 우리나라 미술시장 역시 200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상승하는 형국을 보여주고 있다. 미술품 가격의 가장 첨병에선 박수근의 연속적인 고공행진은 어떤 작가보다도 최전선에서 기록적인 가격대를 경신해 왔다. 이미 그 정점은 2007년 3월 K-옥션에서 <시장의 사람들>이 25억 원에 낙찰됐으며, 5월 서울옥션에서 <빨래터>가 45억 2천만원에 낙찰됨으로써 기염을 토했다. 이어서 김환기는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2007년 5월 <꽃과 항아리>가 35억 원에 낙찰되어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블루칩 작가들의 고공행진은 이외에도 장욱진, 도상봉, 유영국, 이대원, 천경자, 남관, 이우환, 김창열, 박서보 등의 이른바 블루칩 작가들의 상승치를 필두로 하여 김종학, 이왈종, 고영훈, 배병우, 이용덕 등의 중견작가들과 홍경택, 김동유, 이환권, 이정웅, 최소영 등 이른바 제 3~4세대의 블루칩들이 탄생했고, 사석원, 박성태, 김덕용 등의 중견 인기작가 그룹이 형성됐다.
이와 같은 추세에서 아트펀드(Art Fund)가 가세하고 나섰고 2006년 9월 굿모닝신한증권이 최초의 한국아트펀드 서울명품아트사모 1호 펀드를 출시했다. 이어서 2007년에는 스타아트사모펀드, 하나은행의 펀드가 연이어 출시됨으로서 입체적인 시장의 구조를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한편 외국시장에서의 선전도 눈에 띠었다. 최근 이우환의 작품은 2007년 5월 16일 뉴욕 소더비 ‘동시대 미술 낮 세일(Contemporary Art Day Sale)’에서 <점으로부터(From point)> 시리즈가 추정가 40만~60만 달러에 책정돼 1백94만4천달러에 낙찰됨으로써 국내시장에서도 인기가 급증했다. 홍경택(1968~)의 <펜슬Ⅰ(PencilⅠ)>은 홍콩 크리스티 5월 27일 세일에서 낙찰가 8십4만2천4백달러를 기록하여 신진작가 대열에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는 더 이상 한국미술품이 국내시장으로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청신호로서 최근 활황세에 더욱 기름을 붓는 형국으로 진전됐다.
아직까지는 많은 이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믿을 수 없는 사실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술품경매는 1회 경매 총액이 2백억 원을 넘었으며, 아트페어 역시 KIAF가 2007년 발표한 액수만 1백75억 원으로 기폭제 역할을 하는 등 전반적인 매출액이 크게 상승했다. 특히 갤러리들의 약진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아트페어와 기획전을 바탕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새로운 트렌드를 예고한다.
이러한 결과는 2005년 만해도 2백억대로 기록되던 경매, 아트페어 등 주요 미술시장 공개 수치가 2006년에는 6백억대로 껑충 뛰었고, 2007년에는 경매만 해도 1천억을 넘는 등 그 배를 넘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미술계의 시각은 호경기를 넘어 과열 조짐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활황에 숨겨진 명암들
애호와 투자는 미술시장의 영원한 매력이나 한편으로 지나친 편중현상이 있을 시 반드시 시장의 균형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 단기 투자위주의 ‘사자’현상이 20~30여명에 집중적으로 투입됨으로서 미술시장의 활황이라는 구호는 사실상 극도로 한정된 작가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매회사를 중심으로 하여 아트페어, 갤러리 등을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 중 최근 활황세를 타고 갤러리의 경우 과거 약 2백여개에서 3백~5백여개소가 넘는 수로 증가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상위 10% 정도에만 제한된 거래빈도수를 나타내는 등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무리 자본주의의 자유시장 논리에 의거한다고 하여도 단기간에 미술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됨으로서 올바른 시장의 질서에 반하는 단기 투기조짐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상업적 성향과의 과도한 결탁, 사재기, 투기성향의 치고 빠지기 식의 재테크 수단 동원, 갤러리와 경매의 연계에 의한 인위적 시장흐름 유도 등의 부정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갤러리들이 연합하여 각종 형태의 급조된 아트페어가 설립되고 경매회사가 아트페어식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의 작가들 역시 시장형식을 갖추어 직접 판매에 나서고, 지역으로 번져나간 활황세는 경쟁적으로 판매루트를 개발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 같은 형태는 아무리 영역을 넘나드는 공격적인 경영체계를 구사하는 시대라고 하여도 미술시장의 본질적인 구조인 1차시장과 2차시장의 역할분담으로 인한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는 데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즉 갤러리와 작가가 계약을 통해서 일정기간 동안 창작비를 지원하고 이를 통하여 안정적인 작품가격을 확보하면서 작품의 질적인 수준을 향상해가는 전속작가제도의 확대, 신진작가들의 발굴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발전해가는 이상적인 형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신진작가 발탁, 중저가 시장 확산 등 시급
이와 같은 측면에서 최근 한국미술시장의 활황은 당연히 거시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현재와 같은 편중된 재테크 중심의 구입 열기는 아래와 같은 이유에 의하여 그리 이상적인 현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첫째는 작가 편중현상으로서 단기투자형식으로 극히 일부 작가에만 편중된 구매현상은 장기적으로는 일부 버블가격을 초래하는 위험성을 내재하게 된다. 그 내면에는 수요자들의 요구가 최우선이겠지만 딜러들의 기능에서 일부가 상업적 전략만으로 판매를 부추기는 현상으로 이어져 부정적결과를 야기한다. 물론 세계적인 페어나 경매에서의 경쟁력은 급격히 상실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중저가시장과 다채로운 작가 층의 시장진출이 어렵게 되어있다는 점이며, 셋째는 미술시장의 정보, 전문가 그룹의 역량 부족으로서 가격과 거래 흐름 등을 분석하고 자료를 제공하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시스템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그 결과 일반인들의 접근성, 신뢰도 등이 떨어지게 되며, 중저가로 확산되는 거래동향을 확보할 수 없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이제부터라도 경영과 기획전문가 양성과 장기적인 투자와 소장을 위한 인식 전환 유도, 객관적 시장 정보의 자료화, 기업, 뮤지엄 컬렉션의 확대, 순수창작환경개선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제도 개선, 교육시스템의 대대적인 보완, 아트페어 등 미술시장에서의 신진작가 지원과 발탁을 서두름으로서 모처럼만에 활성화된 미술시장이 중저가로 확산되면서 보다 다양한 가격대와 작가층을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되어야만 할 것이다.
최병식 / 미술평론가·경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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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품감정발전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사립박물관협회 자문위원, 전 문화관광부 미술은행 운영위원, 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미술시장과 경영> 외 20여권이 있다.

* 교수신문 2007.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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