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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남경 / 도시의 그림자와 희미한 추억

고충환

배남경, 도시의 그림자와 희미한 추억



도시의 그림자. 배남경이 자신의 근작에 부친 주제다. 여기서 도시는 작가의 현실인식을 말하고, 그림자란 정서적 환기를 뜻한다. 작가는 도시적 감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감성 그대로를 옮겨 그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감성의 표면이 아닌 이면을 그리고 싶고, 감성이 침전된 앙금을 그리고 싶고, 앙금이 환기시키는 흔적을 그리고 싶다. 그림자란 바로 존재의 흔적이며 향기와도 같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작가의 그림은 마치 오랜 흑백사진을 꺼내 보듯 흐릿하고, 해묵은 시간의 단층으로부터 캐낸 듯 아득하고 아련한 그리움 속에 빠져들게 한다. 도시의 그림자란 때에 따라서 무슨 느와르 영화처럼 잔인하고 쓸쓸한, 어둡고 스산한 도시의 뒷골목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작가에게 그것은 아련하고 아득한 향수와도 같은 것이었다. 피가 살을 부르는 준엄한 현실원칙을 은폐하고 있는 그림자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향수를 숨겨 놓고 있는 그림자와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도시에 대한 작가의 해석은 남다르다. 따뜻하고, 우호적이고, 아련하고, 아득하다. 


[신부](색), 2012, 목판화(한지 먹 한국화물감), 165×121cm


그렇다면 도시에 대한 이런 남다른 해석은 어디서 어떻게 연유한 것일까. 바로 목판평판법에 의해 이런 정서며 해석이며 형상화가 가능해진다. 지난한 실험과정을 통해서 작가가 개발한 목판평판법은 목판화와 평판법이 하나로 포개진 것이다. 따로 찍어서 포갠 것이라기보다는 처음부터 하나로 합치된 것이다. 보통 목판화라고 하면 요철판법을 말하는데, 작가는 의외로 목판화를 평판법과 결합시킨다. 그래서 목판화처럼 미세한, 차라리 섬세하다고 해야 할 요철이, 주로 나뭇결을 따라 도드라져 보이는 무늿결이 여실한 판화를 얻을 수 있었고, 여기에 평판화처럼, 특히 사진전사법에서처럼 사물대상의 핍진성이 오롯한 이미지를 얻을 수가 있었다. 평판법의 핍진성으로 도시의 모티브를 옮길 수 있었고, 목판의 따뜻한 질감으로 도시의 정서를 환기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마치 수묵화처럼 한지의 이면으로 침윤되는 먹물이 내면적이고 내향적인 감수성의 질감이며 색감을 보탤 수가 있었다. 


[탱고구두](색), 2009, 목판화(한지 먹 한국화물감), 119×79cm


사진은 도시적인 미디어다. 그리고 목판화는 아날로그적이고 몸 적인 미디어다. 이 두 미디어를 합체해 도시를 그리움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며 존재의 흔적으로 화한 것에, 그리고 그렇게 도시를 피와 살이 통하는 따뜻한 미디어로 전이시킨 것에 작가의 남다른 해석이 있고 정서가 있고 개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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