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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으로서의 책, 아티스트 북(Artist Book)

고충환



미술은 이미지를 조작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이미지는 이미지이기 이전에 언어이며, 그 중심에는 소통이 있다. 이미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자의 의미 기능을 보조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으며, 따라서 이미지는 책에 종속된 형식을 취하기 마련이었다. 책의 내용물을 텍스트와 이미지로 본다면, 이미지 나름의 독자적이고 심미적인 가치 역시 텍스트의 의미를 보조하는 기능과 함께 책의 주요한 한 부분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예로부터 상당수의 예술 작품들, 특히 판화가 미술관보다는 주요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아티스트 북은 책을 구성하는 텍스트와 이미지 중에서 이미지 자체의 독자적이고 심미적인 가치를 극대화한 것이다. 즉 책을 인식의 도구가 아닌 조형적인 대상물이나 일종의 오브제로 다루는 태도와 관련된다. 이렇듯 인식의 대상이 아닌 조형적 대상으로서 책이 요구하는 조건이란 무엇보다도 텍스트와 함께 이미지의 독자적인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다. 그 최초의 형식인 이미지와 텍스트의 공존은 이후, 텍스트 없이 단지 이미지만으로 구성되기도 한다. 이렇듯 책을 일종의 오브제로 간주하는 태도는 비교적 현대적인 발상에 속한다.


아티스트 북이란?

영어권에서는 예술가가 만든 책(Artist Book)으로, 그리고 불어권에서는 책 오브제(Livre Objet)란 말로 일컬어지는 아티스트 북은 대략 1960년에서 70년 사이에 그 개념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정작 아티스트 북의 실제 제작은 그 이전인 1900년대 초로 소급된다. 물론 아티스트 북의 전사(前史)로 볼 수 있는, 이미지와 문자로 된 텍스트가 공존하는 형식만을 놓고 본다면 그 역사는 인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거의 언어의 기원과 맞먹는다.
아티스트 북이라는 말 자체는 1973년 미국 필라델피아 무어 미술대학에서 [미술가들의 책]이란 전시회를 기획한 다이안 밴더립이 최초로 언급한 바 있으며, 같은 해 뉴욕 근대미술관 사서인 클라이브 필포트는 [스튜디오 인터내셔널] 7.8월 호의 칼럼에서 북 아트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아울러 최초의 주요한 아티스트북 전시회는 런던의 니젤 그린우드 갤러리에서 1972년에 개최된 바 있다.

지난 90년 워커힐 미술관에서 열린 [책을 주제로 한 오브제] 전의 전시 관련 서문을 쓴 지그프리드 잘트만에 의하면, 아티스트 북은 기존의 책을 예술적인 상황으로 재구성할 수도 있고, 예술가에 의해 전혀 새로운 오브제로서의 책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때론 책과는 무관한 재료들이 이용될 수도 있으며, 나아가 기존의 책의 개념과 최소한의 관련만 갖기도 한다. 형태와 재료가 전통적인 책의 개념과 유사한 경우가 있지만, 일반적인 책처럼 읽을 수는 없다. 어느 경우이건 종래의 책을 읽던 것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종류의 지각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정의를 토대로, 텍스트와 이미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아티스트 북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살펴보면, 텍스트만으로 된 경우와 텍스트와 이미지를 혼용한 경우, 그리고 이미지만으로 된 경우로 대별된다. 또한 기존의 책의 형태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외관상 책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와 기존의 책의 형태를 최소한으로 암시하는 경우로 구별된다.
이러한 전제에서 실제로 생산될 수 있는 아티스트 북의 가능한 형태를 살펴보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를테면 인쇄 과정)에 주목한 경우와 책의 기본 재료가 되는 펠트의 제작 과정에 주목한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경우는 책의 소재인 종이와 종이의 원료인 펄프, 그리고 수제 종이에 의한 제작과 페이퍼캐스팅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그뿐 아니라 아티스트 북은 복사 및 컴퓨터 프린트 출력물이나 영상 투사 방식 등의 첨단 미디어 기법으로 제작될 수도 있다. 이러한 첨단의 방식은 인터넷을 통한 전송 방식과 전자책을 포괄한다.
또한 아티스트 북은 특정의 기록물이나 내용물을 담은 상자의 아상블라주 형식을 띨 수도 있다. 그리고 특정의 개념이나 사건을 다룬 기록물과 사사로운 일기나 일지 형식의 정보나 관련 자료들을 나열하고 전시하는 형식을 취할 수도 있다. 이 경우는 여타의 다큐멘터리와 설치 유형의 아티스트 북 모두를 아우른다. 이때 작가에 의해 제시된 자료들은 나름의 의미를 가진 것일 수도 있고, 무의미해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시사성이 강한 것일 수도 있고, 전혀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 중에는 일기나 일지, 사진들, 자전적인 기록물들, 작가노트, 인쇄물, 판화, 전화번호부, 악보, 지도, 엽서 형태의 콜라주 작품, 회화, 오브제 등이 포함된다. 이 경우는 아티스트 북의 다른 형태들에 비해 현장성과 시사성이 강한 점이 특징이다. 이외에 아티스트 북은 이러한 자료들을 전시하는 방식과 관련해서 외관상 도서관이나 박물관의 전시 형태를 띨 수 있으며, 그리고 여기에 전통적인 의미의 장서표와 전각과 부적을 포함할 수 있다.


아티스트 북의 기원

동서양을 통틀어 아티스트 북의 기원은 이미지가 문자의 기능을 대신하던, 문자와 언어가 최초로 발생한 지점으로 소급된다. 지엽적인 차이를 도외시한다면, 동양이나 서양이나 특정 종교와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점 역시 일치한다. 서양에서 아티스트 북의 전사(前史)는 선사시대의 암각화, 잉카나 마야 등 고대 문명의 그림문자, 고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의 파피루스와 판석과 점토판에 새긴 상형 문자와 관련된다. 중세 이후에는 양피지에 기록한 성경 필사본과 성서의 문자를 보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성서 관련 삽화(세밀화, 미니어처), 알파벳 꾸밈글자, 개인이 소지하기 위한 기도서 삽화, 그리고 접고 펼 수 있는 삼면 제단화와 관련된다. 이러한 채색 필사본, 세밀화, 미니어처의 전통은 책의 역사와 함께 지속돼 왔으며, 그 영향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또는 패러디의 형식으로 동시대 미술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를테면 근대 이후에도 중세 이래 사용되었던 채색 필사본의 전통에 따라 로버트 슈발츠가 성경 내용을 다색 석판화와 콜라주로 작업한 한정판이 제작된 바 있다. 이외에도 패러디의 형식으로 전래하는 예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만화의 원조격인 영화의 연속적인 서술방식을 보여주는 에피날 이미지 역시 이미지와 텍스트가 공존하는 아티스트 북의 초기 형식을 반영하고 있다.

동양의 경우 아티스트 북의 기원은 고대 중국의 그림문자와 거북의 등에 새긴 갑골문자로 소급된다. 동양에서 확인되는 조형적 대상으로서의 책의 전통 역시 주로 기독교와 관련된 서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종교와 관련되어 있다. 불교의 교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여타의 불교 경전에 삽입한 변상도와, 타의 귀감이 되는 덕목을 널리 알리고 기리기 위한 유교 삽화 등의 전적 판화(서적 판화)들이 그 전범이다. 이외에도 조선 민화의 문자도와 부적, 전각과 방각본(坊刻本) 등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방각본은 19세기 상인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간행한 책으로서 미세한 요철 효과를 간직한 거의 마지막 활판 형식의 책이다. 방각본이라는 말은 지방별로 간행한 책을 의미하며, 내용은 천자문과 덕성 교육, 관혼상제와 의학, 소설 등 주로 일상생활과 관련한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예를 들면, 한자의 풀이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문자와 나란히 배열한 천자문에서 보듯이 이미지와 텍스트를 혼용한 형식이 눈에 띤다. 이 외에 흥미로운 사실로서 죽서(竹書)를 들 수 있는데, 죽서는 대나무를 잘게 잘라 이어 붙인 책으로서 그 자체가 훌륭한 조형적인 대상물이다. 이렇듯이 동양이나 서양이나 예로부터 이미지를 문자의 기능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이해하였으며, 특정의 장면과 그 장면을 설명하는 텍스트를 포함하는 형식이 일치한다.


초기 아티스트 북

1932년에 발간된 상징주의 시인 말라르메의 시에 마티스가 그림으로 꾸민 시집에서 보듯이 서양에서 아티스트 북의 초기 형태는 주로 시인과 화가가 공동작업을 펼친 시화집(詩畵集)과 예술가가 직접 그리고 쓴 일기나 서간집, 그리고 초현실주의 화가 막스 에른스트의 콜라주 소설 또는 로망 콜라주를 모두 포함한다.
시화집의 형식으로 전해지는 예는 비교적 많은 편이며, 그래서인지 아티스트 북의 가장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형식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마티스의 예는 전래하는 적지 않은 사례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 정도이다. 이 형식의 전범은 19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이며 신비주의자로 알려진 윌리엄 블레이크의 서사시집으로 소급된다. 그러나 블레이크처럼 시인과 화가가 동일인인 경우보다는 서로 다른 시인과 화가가 공동 제작한 시화집이 보다 더 일반적이다. 특히 말라르메의 예에서 보듯 상징주의 시인의 시집을 화가가 이미지로 꾸민 예가 많으며, 표현주의 화가이자 판화가로도 널리 알려진 조르주 루오 역시 이러한 부류의 작품을 남기고 있다.

폴 고갱이 1891년부터 1893년 간에 걸친 타히티에서의 삶을 묘사한 이야기를 상징주의 시인 샤를르 모리스의 시편과 함께 출간한 [노아 노아] 역시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노아 노아란 최음용 향수를 가리키는 타히티 말로서 상징주의 시인들과 함께 이국적인 향취를 그리워했던 당시 예술가들의 일반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고갱 자신의 최초 원고는 이국적인 동경과 매혹, 마오리 족의 신앙과 인종학적 자료에 대한 풍부하고 생생한 증언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텍스트에 수채화와 사진, 그리고 목판화를 첨부해 출간한 것이다.
자필 서간집으로는 반 고흐의 예가 전해지고 있다. 생전의 고흐가 주로 동생 테오에게 보낸 서간집에는 거의 예외없이 텍스트와 함께 스케치가 그려져 있어서 고흐의 예술의 정체성에 관해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자료로 인식되고 있다.
일기는 흔히 그림 일기의 형식을 취한다. 특히 1946년부터 1954년 간에 걸쳐 기록한 프리다 카로의 일기가 대표적이다. 일기가 갖는 특성상 보다 사적이고 전기적인 내용을 표현한 점이 특징이다. 주로 수채나 담채 또는 과슈로 그려진 카로의 일기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혼용은 물론이고 텍스트 없이 이미지로만 꾸며진 장들이 적지 않으며,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생긴 누렇게 색바랜 여백과 부분적인 탈색, 그리고 종이 내부로 깊이 스며든 색채가 고답적이고 심미적인 인상을 준다.

흔히 로망 콜라주 또는 콜라주 소설로 대변되는 막스 에른스트의 작업은 그가 최초로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프로타주 연작으로부터 유래한다. 1926년 프로타주 기법에 의해 제작된 [박물지] 연작은 이후 시각 이미지의 연금술로 불리는 초현실주의 특유의 표현방식에 하나의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물지 연작 이후 에른스트는 세 차례에 걸쳐 본격적인 로망 콜라주를 발간한다. 1929년에 발표한 [100개의 머리를 가진 여자]와 1930년의 [갈멜 수녀원에 들어가기를 원했던 소녀의 꿈], 그리고 1934년에 출간한 [선을 행하는 일주일 혹은 7가지 기본 요소]가 그것들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에른스트는 하루에 한 가지씩 7가지 악을 형상화함으로써 7일간에 걸쳐 진행된 신의 선의의 창조와 대비시키고 있다. 이 일련의 작품들은 신문이나 잡지로부터 오려낸 이미지를 정교한 동판이나 목판화로 그려진 삽화에 콜라주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를테면 동판화가 도레의 삽화에다 이미지를 교묘하게 콜라주한 다음에 사진 재판 과정에서 그 이음새가 드러나지 않도록 최종 처리함으로써 완전한 초현실주의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초기 콜라주 소설에서는 텍스트와 이미지가 공존하다가 후기에 가면서 텍스트 없이 이미지만으로 구성된다.

상자와 관련한 아상블라주 형식의 아티스트 북은 초현실주의와 다다, 네오 다다와 팝아트의 예술가들이 제작한 작품들이 전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마르셀 뒤샹의 것이다. 뒤샹은 총 3회에 걸쳐 상자형 작품을 제작하였다. 1914년에 제작된 [1914년 박스], 1934년에 제작한 [녹색 상자], 그리고 1966년의 [화이트 박스]가 그것이다. 이외에도 뒤샹은 [여행 가방 속의 상자](1941)로 명명된 작품을 제작한 적이 있으며, 어느 경우이건 멀티플과 에디션 개념을 적용해 일정한 한정 내에서 동일한 작품을 복수 재생산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개념미술가와 페미니스트들이 만든 아티스트 북

아티스트 북은 특히 미술 작품의 이미지가 갖는 감각적인 성질을 의문시했던 개념미술가들과 관련된다. 그들은 미술 대신 예술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 내재한 텍스트성을 전달해줄 수 있는, 무엇보다도 감각적인 성질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시지각적 형태를 요구했으며, 그들의 이러한 욕구는 자연스레 책의 형태에 주목하게 했다. 사전에 실린 예술의 정의를 확대 전시한 조셉 코주스의 [관념의 관념으로서의 미술(1967)]과, 역시 사전으로부터 발췌한 사진으로 된 도상과 텍스트로 구성된 존 발데사리의 [미술사(1972)]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들 작품은 외관상 보다 직접적으로 책의 형태를 상기시키는 특징이 있다. 이렇듯 책의 형태에 대한 즉각적인 환기는 물론이고 전산 용지에 부가된 데이터 기록을 확대 전시한 코주스의 [배경과 부정] 역시 아티스트 북의 형태로부터 그다지 멀지 않다.

개념미술의 연장선에서 제작된 아티스트 북의 또다른 예는 에드 뤼샤, 게르하르트 리히터, 안젤름 키퍼, 한나 다보벤, 크리스토, 일리아 카바코프, 그리고 루카스 사마라스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에드 뤼샤가 1966년에 제작한 아티스트 북은 선셋 가에 있는 모든 건물들을 촬영한 첩첩이 접혀진 사진첩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디터 로트는 거리에서 주운 각종 쓰레기 조각을 꼼꼼히 정리하여 만든 여러 권의 아티스트 북을 발표하기도 한다.
사실주의에서 추상에 이르기까지 회화의 다양한 지평을 넘나드는 것으로 유명한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48 장의 초상(1972)]이라는 백과사전 식의 아티스트 북을 제작한다. 백과사전의 도판에 실린 19, 20세기를 빛낸 유명인들의 흑백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정교하게 그린 다음, 그것을 다시 사진으로 찍어냄으로써 사진과 회화와의 경계를, 오리지널리티와 패스티시와의 경계를 다룬 작업이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유명인이나 위인 또는 천재라는 현대적 신화에 대해 논평을 가하고 있다.
안젤름 키퍼는 1969년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작업과 함께 따로 책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특히 거대한 철재 서가에 납으로 만든 책을 쌓아 전시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구(舊) 소련 시절의 암울했던 기억을 재현하는 설치미술가 일리아 카바코프는 텍스트와 이미지로 이루어진 전통 러시아의 이야기책의 형식을 따른 일종의 앨범을 지속적으로 제작해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포장 미술가 크리스토는 [포장된 현대미술 책(1978)]이란 작품에서 현대미술 서적을 묶음으로써 마치 현대미술과 관련한 모든 지식과 담론을 함께 묶어버린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한나 다보벤의 아티스트 북은 성격상 낱낱의 일상을 기록한 일기의 형식을 띤다. 1960년대 말부터 일기 또는 일지와 같은 작품을 제작해온 다보벤의 [1년에 1세기(1971)]는 일 년 동안 매일 노트장을 1부터 99까지 세어 책으로 만들고, 그 책들을 모아 마치 사설 도서관처럼 보이도록 설치한 점이 눈에 띈다. 이렇듯 노트장을 세는 것이나 그것을 책으로 묶는 것, 그리고 그 결과를 도서관처럼 보이게 설치하는 행위는 작가 개인의 삶의 궤적을 상징한다.
조작된 사진으로 유명한 루카스 사마라스가 1968년에 제작한 아티스트 북은 움직이거나 입체의 그림 책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종이의 형태를 임의로 잘라 변형시키거나 안쪽에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책의 형태에 새로운 공간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아티스트 북은 외관상 개념미술의 형식을 빌려 정치적인 성격을 전달하려는 페미니즘 예술가들에게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지엽적인 차이를 도외시한다면 대개 인체를 표현의 대상으로 삼은 점이 특징이다. 낸시 스페로는 서로 다른 역사적 시기에 속하는 여성들의 이미지 1백여개를 아연판에 찍어냄으로써 여성들의 개별적인 존재를 다루고 있다. 이로써 개별적인 존재를 하나의 동질성을 가진 존재로 다루려는 제도의 습성을 의문시한다. 이외에 스페로는 텍스트와 콜라주가 한 화면에 공존하고 있는 [아르토 사본] 연작(1971-72)을 제작하기도 한다.

유지니오 딧본의 [8 명의 생존자(1986)]와 [사람 얼굴의 역사(1991)]는 표면적으로 초상을 다룬 점에서 스페로와 일맥상통하다. 초상 사진과 그려진 이미지, 신분증, 증명서, 그리고 신상 명세서를 확대 복제한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전시된 자료들 옆으로는 각종 서류를 정리한 서류철과 그 자료들을 담았던 것으로 보이는 빈 봉투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아드리안 파이퍼는 [유색인]으로 명명된 아티스트 북에서 피부색과 속담을 연결지어 색상에 대한 감정을 풍자하는 수단으로 인체를 다루고 있다. 그런가 하면 키키 스미스는 [폰테인 해드]라는 자신의 작품에서 신체의 각 부분을 언급하는 드로잉을 시도하고 있다. 포지티브와 네가티브로 된 사진 이미지를 조합한 후, 그 위에다가 그려진 이미지를 부가한 이 작품에서 각각의 신체 부위는 인간의 특정 심리 상태를 지시하고 있다.
메리 켈리가 1973년부터 79년 간에 걸쳐 제작한 [산후 기록] 역시 아티스트 북의 범주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작가와 아기와의 관계를 기록한 총 135개의 단편들을 조합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 이름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성장한 과정을 석고 주형, 천, 종이, 숯, 석판 에칭의 형식에 담아낸 양육일지를 펼쳐 보이고 있다. 아기의 발을 석고로 뜬 모형, 아기의 낙서, 아기의 속옷, 음식 차트, 그리고 켈리 자신의 메모를 포함한 여러 기록물을 통해 모성의 생래적인 측면과 사회적으로 구축되는 측면을 대비시키고 있다.
수잔 레이시의 [강간(1972)]은 종이를 접은 이음새 위에 마치 봉인을 하듯 강간이라 쓰여진 텍스트를 붙이고, 그것을 다시 찢어내어 사이가 벌어지게 함으로써 벌어진 틈과 찢겨진 봉인이 강간이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게 했다. 그런가 하면 사진과 텍스트를 혼용하고 있는 바바라 크루거는 오프셋 인쇄로 된 아티스트 북을 메시지를 전달하는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아티스트 북의 현대적 변용

현대 작가들의 아티스트 북은 위에 언급된 것들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책에 실린 텍스트를 지움으로써 책을 사물화하거나 칼로 오려낸 이미지로 그려진 이미지를 대체한다든지(게리 폴턴), 책을 펼치면 윤곽을 오려낸 다수의 얼굴 프로필이 펼쳐지게 구성한다든지(보니 스탈렉커), 책을 제본할 때 접혀지는 양면이 어긋나게 제본하거나 콜라주 기법을 이용한다든지(크립튼 메도우), 복사기를 이용한다든지(클리어 챈러 포스터), 책의 측면에 이미지를 전사(콘라드 글레버)하는 등의 형식으로 제작되기도 한다.
이외에 옵아트의 빅토르 바자렐리, 파국적인 상상력으로 유명한 영국의 영화 감독이자 화가인 피터 그린웨이(프로스페로의 책), 석판화가로 널리 알려진 피에르 알레친스키, 이탈리아 트랜스 아방가르드의 주자 프란체스코 클레멘테(1980년대 앨런 긴즈버그와 공동 간행), 장 뒤뷔페, 샘 프란시스, 로버트 마더웰, 안토니 타피에스, 에두아르도 칠리다, 올덴버그, 솔 르윗, 톰 필립스, 디트 로터, 폴 젤레반스키, 사라가든 암스트롱 등의 작가들이 아티스트 북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제 종이를 이용한 아티스트 북은 빌게 프리들렌드, 미셀 스튜어트, 루셀 웨이, 로빈 클렉, 마크 아노트, 다이안 존슨, 그리고 미셀 히스콕 등의 작가들이 그 다양한 표현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그들의 실험은 단순히 수제 종이를 제시하는 것으로부터 수제 종이를 비롯한 여타의 오브제를 포함하는 설치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행해지고 있다. 특히 로빈 클렉의 [4권의 발견된 책들(1983)]에서 시간의 지층을 헤집고 발굴된 종이 오브제들은 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책들의 원형을 보는 듯한 강한 서정성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죽음의 춤(1992)]에서 마크 아노트는 인간의 죽음과 관련한 서양의 전통적 테마 가운데 하나인 유령 또는 죽음의 춤이란 주제를 페이퍼 캐스팅 기법을 빌려 비교적 사실적으로 재현해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자책은 변화된 미디어의 양상을 적극 도입하는 아티스트 북의 가장 최근 형식이라 할 수 있으며, 기존 비디오를 매체로 다루던 작가군에서 확인되는 점이 자연스럽다. 독일의 비디오 아티스트 클라우스 뵘러의 [전자 메모 수첩](1993-94)이란 작품을 보면, 나무의자와 잡지 더미, 그리고 전구 포장 상자 속에 넣어진 소형 모니터 두 개, 이 모든 요소들이 수직적 구조물의 외관을 취하고 있다. 두 개의 모니터 중에서 위에 있는 화면에는 축음기에 걸린 채 돌아가는 레코드가, 아래 화면에는 작가가 그린 드로잉이 화상으로 채택되고 있다. 위의 모니터에서 화면과 함께 흘러나오는 음향에 따라 아래 모니터의 드로잉이 동화상으로 전이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역시 독일의 아티스트 헤르베르트 벤처의 [변화하는 비디오, 혹은 비디오와 TV 수상기 디자인을 위한 미술사적인 기록들](1975 - 92)이란 작품은 의외로 첨단 매체와는 어울리지 않게 중세의 미니어처 전통으로부터 소재를 끌어오고 있다. 총 16종에 각 30매의 한정판으로 제작된 평면 작품에서 특정 전자 회사의 로고와 스위치 등 첨단 미디어로부터 유래한 이미지들을 중세 미니아처와 접합시킴으로써 전자 매체가 전통적인 미술 역사의 맥락 속에 놓이게 한다. 이를테면 수태고지를 그린 중세 세밀화와 회사 로고 SONY를 접합하거나,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를 그린 중세 미니어처가 고풍스런 텔레비전 화면으로 대체되고 있다. 또는 신의 후광을 접시형 위성 안테나로 대체하거나 성서 대신 모니터 화면을 들고 있는 예수, 신으로부터 계명이 새겨진 석판 대신 비디오 테이프를 받아들고 있는 모세 등의 몽타주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의 아티스트 북

국내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현대적인 의미의 아티스트 북이 제작되고 발표되는 사례를 접할 수 있다. 아티스트 북의 기원과 관련이 깊은 인쇄 분야의 오랜 전통을 생각할 때 이러한 사실은 때늦은 감과 함께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이 해왔던 기존 작업의 연장선에서 아티스트 북을 제작되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은 서양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티스트 북을 주제로 한 국내 전시로는 1990년에 워커힐 미술관이 기획한 [책을 주제로 한 오브제] 전(다수의 독일 작가들이 참여)과 1990년대 초 갤러리 아트빔의 [책 속의 미술, 미술 속의 책] 전(국내 작가들을 중심으로), 그리고 지난 1999년 2월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린 [예술가가 만든 책] 전 등의 전시가 있었다. 특히 판화가 임영길이 기획자로 참여한 [예술가가 만든 책] 전은 판화와 책이 갖는 소통의 수단이라는 공통분모에 주목한 것으로, 판화의 연장선에서 아티스트 북을 이해하고 접근한 점이 특징이다. 동시대의 매체를 이용해 이미지의 소통 방식을 모색한 이 전시는 [다중 판화 매체](1999.11)전에서 보여 주듯 아티스트 북과 음향과 동영상 화면을 담은 CD, 정지 화면과 동영상 이미지를 임의로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전시, 전송, 출력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이미지를 유통시키는 등의 다양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에서 아티스트 북은 대개 기존의 책을 임의로 변형시켜 그 맥락을 전이시키거나, 여타의 인쇄 매체로부터 차용한 이미지를 임의로 재편집 재구축해서 전혀 다른 차원의 책 오브제를 만드는 등의, 외관상 책의 원래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책 오브제를 한 곳에 모아 진열하는 도서관이나 서가를 상기시키는 설치 형태가 아티스트 북의 다른 한 유형을 이루고 있다.
기존의 책을 변형시켜 그 맥락을 달리하는 경우는, 최유식, 송계영, 양만기, 신민선, 김형길의 작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책의 일정 부분을 칼로 도려 내거나(최유식), 책 속에 실린 텍스트를 먹물이나 스카치테이프로 지움으로써 책을 사물화하거나(신민선), 잘라낸 책의 측면들을 쌓아 일정한 두께를 갖는 임의의 책 벽을 구축(김형길)하는 경우가 그렇다.
송계영은 [생각하는 그림책](1998.5, 인사갤러리) 전에서 책의 일정 부분을 오려 내거나, 책 표면에 임의로 이미지를 부가하거나, 특정 주제와 일치하는 오브제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책을 오브제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모형 젖꼭지로 대리만족을, 나침반과 계측기로 풍수지리를, 모래시계와 시계 모형으로 시간을 대변케 하는 식이다.
그런가 하면 양만기는 [해체와 소생](1997.8,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전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작업 전반에 걸쳐서 아티스트 북의 개념으로 볼 수 있는 잠재된 형태를 내재하고 있다. 쌓아놓은 책을 바이스로 조이거나, 책의 측면에 이미지를 프린트하거나, 철재 상자에 담긴 이미지를 녹인 반투명의 파라핀으로 가리는 등의 과정이 강한 서정성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놓은 듯한 이러한 인상은 때때로 이미지의 표면에 투사되는 영사 필름으로 인해 강화되기도 한다.

기존의 인쇄 매체로부터 차용한 이미지를 임의로 재편집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아티스트 북은 김정명, 공성훈, 윤동천, 석영기, 송광익의 작업을 예로 들 수 있다. 김정명의 책(1998.5, 부산대학교 출판부)은 미술사 화집 원서를 부분적으로 찢거나 덧붙이는 콜라주와 테콜라주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이 과정은 이미지의 정체를 자의로 결정하는 사물의 전치 기법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럼으로써 작가는 한 권의 미술사 책을 순전히 개인적인 상상력의 산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공성훈은 국내에서 출간된 순정만화 잡지와 여성 월간지에서 장면과 대사를 발췌, 작가가 구성한 플롯에 맞추어 임의로 재편집하고 인쇄한 만화책 [충격증언 말못할 속사정 전모]를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인용과 재조합의 방법을 개입시킴으로써 기존의 지식과 정보의 의미가 달라지고 조작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윤동천과 석영기는 프린트 출력물의 조작에 기초한 책자와 이미지를 생산해내고 있다. 특히 윤동천은 1994년에 복사물과 타이핑으로 된 책 시리즈를 발표하기도 했다. 윤동천은 이렇듯 자의로 재편집 재구축된 이미지를 통해 강요된 사실이 은폐하고 있는 이면(억압, 폭력, 거짓)을 노출시키고 읽어내는 것에 주목한다. 석영기는 여기에 동시대를 대변하는 복제 이미지의 정체를 더하고 있다.

이렇듯 동시대를 복제 이미지의 시대로 정의하는 것에 대해서는 송광익의 작업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여타의 인쇄 매체에 실린 텍스트와 이미지를 투명 비닐 테이프에 전사한 것을 책으로 엮어내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원본으로부터 한 차례 멀어진 이미지(복제)를 재복제하고 있다. 이렇게 재복제된 이미지가 의외로 회화의 아우라를 회복시켜주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표면적인 차이를 도외시한다면, 기존의 인쇄 매체를 차용하는 점에서 고낙범 역시 이 범주에 든다. 서양의 유명 미술관에서 발행된 각종 명화 엽서들과 엽서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수평의 색띠들로 분해한 수작업을 병치시킨 일련의 작업들을 모아 17권 분량의 파일로 엮어냈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동시대의 만연한 복제 이미지에 대해, 그리고 미술작품의 신화에 대해 논평을 가하는 한편, 그 과정을 조형적인 산물로 탈바꿈시킨다.
도서관이나 서가를 떠올리게 하는 설치 형태를 띠는 유형으로는, 강애란, 성경화, 신정안을 들 수 있다. 보자기에 싼 책을 캐스팅으로 떠내는 등 진작부터 책 오브제에 대해 관심을 보여왔던 강애란은 책을 뜬 투명 수지 내부에 조명을 장착해 만든 오브제로서의 책과 실제의 책을 서점의 벽면을 찍은 사진과 함께 배열함으로써 가상의 도서관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영상을 내장한 액정 화면으로 된 책을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성경화는 목재 서가를, 신정안이 철재 서가를 통해 이러한 유형의 아티스트 북을 실현하고 있다. 2048 개에 달하는 합판들을 목재 선반에 가지런히 배열한 성경화는 이 작업에서 동일시에 대한 편견을 의문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사물에 대한 실제와 관념이 일치하기보다는 어긋나는 다름과 차이의 순간들을 집적해놓은 것이다. 이에 비해 신정안의 철재 서가에 배열된 책 오브제들은 다분히 사적인 삶의 흔적들을 모아놓은 것들이어서 보다 개인적인 성격을 갖는 점이 성경화의 작업과 다르다.
그런가 하면 아티스트 북은 곰이나 사슴 등 야생 동물 구출 프로젝트와 관련한 자료들을 전시한다든지(박훈), 사막 일지의 기록물을 전시(박영국)하는 것에서 보듯이 환경의 폐해를 고발하는, 생태 환경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외에 녹슨 철판을 책의 지면으로 사용하거나 책의 형태 자체를 여성의 토르소로 대체한다든지(박민정), 점자로 된 텍스트의 형태를 취한다든지(이준목), 빨간 블라우스로 명명된 일종의 영상 소설의 형식을 띤다든지(이윰), 가상적인 시나리오에 기초한 텍스트(김홍석) 등 다양한 형태의 작업들이 확인된다.


아티스트 북의 확장

아티스트 북은 여타의 세분화된 조형예술과는 달리 특정 장르는 아니다. 회화와 조각과 판화 등의 기존의 장르는 물론이고 사진과 비디오와 여타의 미디어 등 비교적 새로운 매체까지를 포괄하는 총체예술의 한 형식이다. 서양의 경우 아티스트 북은 주로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목적으로 개념미술 작가들에 의해 널리 활용되었으며, 우편물의 형식을 빌려 이미지를 전달하는 메일 아트(우편예술)에서 그 한 형식을 볼 수 있다. 메일 아트 이후에는 인터넷을 통해 이미지의 소통을 꾀하는 방식으로 현재 변화하고 있으며, 굳이 메일 아트나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아티스트 북은 이러한 이미지의 전달과 소통 그리고 전송의 방식을 그 형식에 반영하는 점이 특징이다.
그것은 아티스트 북이 오브제이면서 동시에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매체인 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티스트 북의 오브제적 형상화를 가능하게 하는 이미지 자체가 (책자 형식의) 정보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텍스트로서의 정보와 이미지로서의 정보가 기존의 책과 아티스트 북을 가름하는 최소한의 기준인 셈이며, 아티스트 북은 이러한 아이디어와 이미지로서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시, 전달, 소통, 전송하는 방식과 관련된다. 따라서 예술의 형식을 통한 소통 방식이 기존의 책자와 인터넷, 그리고 CD의 첨단 미디어를 포괄하는 출판형식과 유통의 개념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 월간 아트 2003년 3월호 게재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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