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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 : 뉘앙스, 예화랑

김달진


미묘 : 뉘앙스

2024.6.22 - 7.20

예화랑





화가 박현주, 윤종주, 조각가 이환권의 ‘미묘 : 뉘앙스’ 삼인전이 6월22일부터 7월20일까지 열린다.

언론공개회는 6월19일 김방은 예화랑 대표의 인사, 박현주, 윤종주, 이환권의 본인 작품 이야기, 전시투어로 이어졌다. 

 




이번 전시 글은  황인 미술평론가 담당했다.  인간이 사물을 판단하고 느끼는 데에는 인식의 영역과 지각의 영역이 있다. 이 둘은 연결되면서도 독립적이다, 일상적인 삶에서는 대체로 인식과 지각이 일치하는 편이다. 가끔 인식과 지각이 살짝 일치하지 않는 상태가 발생할 때가 있다. 지각이 포착한 사물이나 사태를 인식이 잡아주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상태, 그리하여 필경 애초의 지각에 대한 신뢰에 약간의 흔들림이 일어나거나 틈이 벌어지는 경우, 이를 우리는 ‘미묘’라 한다. 미묘는 우리를 새롭고 낯선 미적 경험으로 이끈다. 


박현주, 이환권 조각



  박현주는 빛에 매진해온 작가다. 오랫동안 금박작업을 응용한 페인팅을 해왔다. 오늘날처럼 화이트 큐브로 대표되는 밝고 환한 전시공간의 미술작품과는 달리, 빛이 귀했던 시절의 공간, 예컨대 조명이 거의 없는 고대 건물의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감상해야만 하는 미술작품은 빛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반사시킬 수 있어야만 했다. 방과 방 사이의 칸막이인 맹장지에 그려진 그림, 이른바 후스마에(襖絵)가 대표적이다. 이때 사용되는 재료로 금박 또는 은박이 동원된다. 

폴리크롬의 색층은 겹겹이 올라가면서 화면은 점점 더 밝아진다. 캔버스의 바탕엔 검정에 가까운 어두운 색상을 배치했다. 금박작업에서는 어둠이 캔버스의 최상층 금박의 표면 위와 방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최근의 작업에서는 어둠이 캔버스의 색층 맨바닥에 숨겨져 있는 셈이다. 어둠을 섞은 밝은 빛, 밝은 빛을 품은 어둠의 공간, 박현주의 ‘미묘’함이 여기에 있다. 



윤종주


  윤종주의 작품에서 주안점은 색면과 색면의 가장자리에 있는 색띠다. 색면은 균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섬세한 작업 프로세스를 거쳤다. 그 과정이 너무나 엄격하고 결과 또한 섬세하여 색면은 편평하게 무한대 공간으로 뻗어나갈 듯한 기세다. 무한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색면이란 기하학적인 개념 위에서만 존재가능한 평면뿐이다. 바닥에 편평하게 놓여진 캔버스 위에 아크릴릭 물감의 층이 한 켜씩 쌓일 때마다 물감이 캔버스의 가장자리 모서리를 지나 흘러내리는 데 이를 닦아주는 과정에서 더 밝은 빛깔의 색띠가 형성된다. 

평면과 표면을 구별짓게 하는 것은 중력의 작용 여부다. 중력에 독립적이면 평면이 되고 중력에 종속적이면 표면이 된다. 평면이 공간의 공백성(blankness) 혹은 균질공간에 속한다면 표면은 공간의 적재성(loadedness) 혹은 장소 그 자체에 속한다고 할 수가 있다. 윤종주의 작품에서 가장자리 모서리의 밝은 색띠는 평면에서 표면으로, 공백에서 적재로, 공간에서 장소로 미끄러지는 ‘미묘’한 지점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이환권


  이환권의 그림자 시리즈 조각에는 회화를 방불케 하는 요소들이 많이 숨어 있다. 고전적인 회화에는 관람자의 두 눈과 작품, 그리고 작품 뒤 무한대 거리에 놓인 소실점을 잇는 하나의 직선, 이른바 단일시점이 성립한다. 이와는 달리 조각은 여러 각도에서 작품을 볼 수 있는 다시점이 허용된다. 

신체가 습관적으로 예상하는 감각은 인식에 가깝다. 아는 것을 본다, 혹은 아는 것이 보는 것이다(Believing is seeing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라 함은 인식이 지각을 지배한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이환권의 짜부라진 작품 앞에서 이 주장은 무력해진다. 아는 것(인식)과 보는 것(지각)을 더 이상 지배하지 못하고 이 둘 사이에 균열이 발생한다. 그 균열 속에서 ‘미묘’함이 부풀어 오른다. 그 균열이 너무나 심대하기에 그의 조각은 ‘미묘’를 넘어 돌발적이거나 마술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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