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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은인

김달진

내가 만난 은인
- 이경성관장님, 이호재 사장님과의 소중한 인연

김달진(김달진미술연구소 소장)

중앙대 예술대학원 졸업, 김달진미술연구소장으로 월간 <서울아트가이드>를 발행하고 있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 창 너머로 북악스카이웨이 경관이 다 들어온다. 오히려 시야에 비치므로 유리창에 블라인다를 내려놓고 있다. 작년 10월에 연구소가 가정집 2층으로 이사를 와서 사무실을 꾸몄다. 실제 면적이 44.5평으로 방이 4개였는데 하나는 사무실, 방 두 개는 가운데 벽을 헐어 서가, 하나는 창고 기능으로 쓰고 있다. 몇 십년간 모은 미술자료를 크게 단행본, 학회지 및 학위논문집, 정기간행물, 전시도록, 팸플릿으로 크게 분류해 서가에 임시적으로 꽂아 놓았다. 얼마전 구입한 도서관리 프로그램으로 도서들을 등록한 후 7월에는 일반공개도 할 예정이다.

사실 미술자료를 찾기위해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용인에 있는 한국미술기록보존소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런 점 때문에 연구소를 미술의 메카인 인사동이 최적지라고 생각했지만, 워낙 임대료가 높아 인근인 가회동, 재동 등을 알아보다가 포기했었다. 그러나 우연이지만 필연적인 만남으로 지금의 사무실을 아주 좋은 조건으로 전세계약을 맺었다. 몇 년간 경기도 용인에 보관해 놓았던 자료와 집에 있던 자료를 한곳에 모아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경성관장님과의 만남

오늘 날 미술계에서 내가 이만큼 자리를 잡고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석남 이경성관장님을 만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관장님은 인천박물관장, 국립현대미술관장, 워커힐미술관장, 일본 소케츠미술관 명예관장, 서울올림픽미술관장 등을 오랫동안 역임한 미술평론가, 교수, 미술행정가, 아마추어 화가로 유명하다. 올해 미수인 원로로 현역은 떠났지만 관장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나는 중 고등학교 시절 취미로 막연히 잡지에 나온 그림 한 장을 뜯어 스크랩북을 만들어 가며 미술에 눈을 떴다. 고교시절 이런 자료수집을 하며 일 할 자리를 찾아보기 위해 미술평론가, 미술기자, 화랑 등에 나를 소개하는 서신을 수 없이 보내었다. 이런 일로 당시 홍익대박물관장으로 계신 이경성교수님을 찾아가 뵐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그동안 만들었던 스크랩북을 한 보따리에 쌓아가지고 가서, 떨어가며 큰 절을 올렸다. 그 때 어떤 열성을 기억하셨던 것 같았다. 그 후 1981년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 이관장님이 관장으로 계신 것을 알고 편지를 썼고, 미술관에 취직이 되어 자료실이 생겨났고 일을 시작했다.

그동안은 미술관에 부쳐오는 팜플렛 자료만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내가 적극적으로 미술자료를 수집하러 나가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하며 매주 금요일은 미술관, 화랑에 출장을 나갔다. 그곳에 가서 작품도 실제 보고, 작품집, 팜프렛, 포스터를 기증받아 자료를 정리하고 보존시켰다. 몇 년 사이 “금요일에 사람”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빠지지 않고 전시장을 돌았다. 이를 바탕으로 동안 <관람객은 속고 있다-정확한 기록과 자료보조을 위한 제언>, <60여개의 미술공모전, 그 실상과 허상> <미술잡지의 홍수, 실상을 분석한다>, <국제전 진출, 개최 30여년, 그 실상과 허상> 등을 연달아 발표하며 자료의 중요성, 미술계 현상파악에 노력했으며 1995년 <바로보는 한국의 현대미술> 책도 냈다.


가나화랑 이호재사장과의 만남

나는 그동안 석남미술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대학과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화예술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일하고 있는 미술관에서 직제가 없다며 대우가 기능직 10등급을 면 할 수가 없었다. 가슴앓이를 하다 14년 5개월을 몸 담았던 미술관을 떠나기로 했고, 여기에서 가나화랑 이호재사장님을 만났다. 가나화랑에서 자료실장이란 직함으로, 가나아트잡지 일, 가나아트닷컴 총괄팀장을 지냈고, 2001년 3월 한 달 동안, 안 사람과 보내주었던 유럽여행은 내 일생 잊지못할 추억이었다.

그동안 가나아트에서 만들었던 <서울전시가이드>를 가지고 2001년 12월 가나화랑에서 5년 10개월 마감하고 독립을 했다. 이 가이드를 발판으로 <서울아트가이드>를 정기간행물로 창간했다. 이 서울아트가이드는 미술 전시회를 소개하는 무가지 정보 잡지이다. 처음 광고 수주에 어려움을 느끼고 영업에 자존심을 상하기도 했지만 4년이 지나면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처음 12쪽 접지로 출발했던게 이제는 100쪽이 넘어서고 직원도 3명으로 늘었고 미술가와 미술애호가에 사랑받는 잡지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4년간을 가나화랑 이사장은 장소를 지원해 준 것이다. 우리 서울아트가이드는 성공으로 거론되었고 유사한 잡지가 생겨났다.


미술자료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동안 나의 일은 미술자료에 열중했고 앞으로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실현해내야 한다. 월간 서울아트가이드 와 미술정보포탈인 달진닷컴(www.daljin.com)을 운영하며 미술정보 제공과 자료축적에 노력한다. 작가 개인별, 도판, 논문, 미술기사 등을 데이터베이스화 할 것이다. 난 미술자료 수집이란 취미가 일이 되었고, 직업이 천직이 되었고, 또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사람은 살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며 영향을 받고, 일생을 좌우한다. 그동안 만난 이경성관장, 이호재사장님은 은인이다. 매주 토요일이면 노인간호센터에 계시는 이관장님을 안사람과 찾아뵙는 일과가 생겼고, 우리의 고령사회 미래를 보았다. 이제는 이관장님이 쟁반짜장을 즐겨찾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하나님께 치매보다는 다리를 못쓰는 편이 낫다고 기도한 것이 이루어 졌으며, 곱게 죽는 것만 남았다’라는 그 말씀에 가슴이 메인다.

- 한국현대문학관 200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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