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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미술계 - 위작 논란으로 들끌었던 한 해

김달진

2005년 미술계
위작 논란으로 들끌었던 한 해

김달진(김달진미술연구소 소장)

한 해동안 미술계에는 많은 크고 작은 사건과 변화가 일어났다. 1년간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끝나지 않는 위작시비

3월 이중섭 화백의 둘째 아들 이태성씨가 이중섭 50주기 기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서울옥션 경매에 내놓은 작품이 낙찰되면서 시작되었다. 경매전에 한국미술품감정협회는 위작 판정을 내렸지만 경매는 성사되었고 '위작'을 주장한 한국미술품 감정협회 관계자들을 이씨와 한국고서연구회 김용수 명예회장 등이 고소하였다. 이는 한국 현대미술사상 최대의 위작 의혹 사건으로 이중섭 박수근 위작논란은 검찰로 넘어갔다. 이 사건과 관련 7개월후 10월 7일 검찰이 '위작으로 의심된다고 판단했다'며 감정협회 관계자들에 대해 혐의 없음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미술전문가 14인의 의견을 취합한 안목(眼目)감정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필적 감정, 서울대의 종이재료 감정 등을 실시한 결과 조사 대상이었던 이중섭, 박수근 그림 58점이 모두 위작으로 의심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로 위작논란의 책임을 지고 (주)서울옥션의 이호재 대표이사가 사임했다. 이를 계기로 한나라당 박찬숙 위원이 국가에서 인정하는 (가칭)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설립 추진 발의를 하는 등 미술계에 위작과 감정에 관한 논의를 새로이 촉발시켰고, 문화관광부는 감정인력 양성을 내 놓았다. 이 사건은 미술품에 대한 불신, 유족, 미술애호가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7월 서울서예비엔날레 전시 일환으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조선유학자 유묵 특별전’에 전시된 200여 점의 일부 작품 내용의 위작 논란이 일었다. 조선유학자유묵특별전은 퇴계 이황을 중심으로 한 영남학파, 율곡 이이를 중심으로 한 기호학파, 사육신과 생육신, 기타 유학자의 유묵을 계통적으로 한자리에 모은 전시회. 대부분 개인 소장가 소장품이었는데, 결국은 전시작품 몇 점을 철수했다. 9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반세기 만의 귀향-반갑다! 우리민화’전에 출품된 호작도 등, 상당수에 대해 1970년대에 만든 가짜라는 의혹이 명지대 이태호 교수에 의해 제기되었다. 이교수는 “이번 전시회에 나온 개인(일본) 소장 ‘호작도’는 삼성미술관 리움의‘호작도’와 복사품처럼 똑같고 또다른 개인(일본) 소장 ‘호작도’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맹호도’를 비슷하게 그린 뒤 소나무와 까치를 추가로 그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고 “먹(墨)이 제대로스미지 않고 뜬 것이나, 종이 질로 보아 1970년대에 만들어진 가짜”라고 말했다.

10월에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미술 100년전'에 출품된 이중섭의 <부부> 작품도 시비가 있었다. 미술평론가 최광진씨가 <부부>는 이중섭 작품으로 볼 수 없는 졸작이라며 '국립미술관의 주요 기획전에 이런 위작이 출품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며, 이중섭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위해서도 이번 기회에 바로 잡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최씨는 '같은 제목의 삼성미술관 소장품과 비교해볼 때 과천 전시작은 필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골격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다'며 '이중섭은 똑같은 구도로 그리지 않았다. 소를 수없이 그렸지만 동일한 구도의 작품이 거의 없는 게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인도 힘없이 길게 늘어진 게 의심스러우며 다른 이중섭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묵직한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12월에 KBS 1TV 진품명품에서 진품으로 감정된 서양화가 오지호의 스케치 4호 ‘어동복’이 가짜라는 주장이 손자 오병욱 동국대 교수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러나 감정을 맡았던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진품을 주장하고, 오교수의 반론이 이어졌다.

미술정책의 변화

국립현대미술관 책임운영기관

2004년에 미술계에 크게 논란되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책임운영기관 제도가 2006년에 도입된다. 책임운영기관제도에 대해 그동안 미술계에서 입장료 수입증대, 재정자립도 향상에 대한 압박으로 인한 미술관의 공공성 약화 및 예산지원의 감축 등을 우려했으나 법률개정으로 행정형 책임기관으로 구분되어 우려가 다소 해소되었다. 2005년 국립현대미술관 직제가 개편되어. 행정직이 주도하던 전시과가 학예과로 통합되어 전시과의 학예직 인원이 학예실로 복귀하고 학예실의 위상과 기능은 더욱 강화되었다. 그리고 미술관의 예산, 감사, 지원업무까지 맡게된 미술관정책과가 업무를 시작했다. 앞으로 행정형 책임운영기관이 된 국립현대미술관은 기관장의 공모를 통한 계약제 임용(현 관장은 잔여 임기 유지), 민간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책임운영기관심의위원회에서 사업목표 설정, 업무추진 실적에 대한 평가 등이 따른다.

미술은행제도

미술시장이 어려워진후 문화관광부 주관으로 작가의 창작지원, 미술시장 활성화, 미술대중화를 목적으로 정부 예산으로 미술품을 구입하여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기업, 일반에게 대여하는 미술은행 제도가 시행하였다. 첫 해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을 맡아 운영예산은 25억원으로 약 400 - 600여점의 작품을 구입하고 이후 매년 3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여 작품을 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작품구입 과정에서 구입 대상 작품에 대한 뚜렷한 지침 없는 파행적 운영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앞으로 (가칭)한국미술진흥재단이라는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운영을 맡길 예정이다.

공공미술제도 개편

문화관광부는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를 공공미술제도로 전환하고자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건축물 미술장식제도에거 오랫동안 불거져나온 불법 리베이트를 차단하고 건축물에 한정된 미술장식 개념을 도시문화환경 개설을 위한 공공미술 개념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이지만 미술계 각층에서는 건축주가 나서서 미술품을 설치하는 미술장식제도 대신 기부금을 출연하는 식의 공공미술제도에 대해 격렬 반대하였다. 건축물에 장식되는 창작 주체인 작가들과 이들의 매개 주체인 화랑들은 공공미술관 미술장식은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미술장식제도를 흡수, 병합시키지 말고 국고를 사용한 공공미술제도를 별도로 신설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술장식 제도를 공공미술제도로 정착시키기 위한 개정 법률안이 계류중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공공미술에 대한 다양한 정책심의 및 연구, 조사, 홍보 등을 위한 한국공공미술진흥회위원회 및 시 도별 공공미술위원회를 설립하도록하고 건축주가 원할 경우에는 미술작품을 직접 설치하는 대신 공공미술기금에 납부할 수 있도록 의무이행 방법도 다양화하고 있다. 아울러 제도운영의 투명성을 위하여 공공미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전국 통합관리 시스템도 구축하고, 중개기관의 양성화를 위하여 공공미술 기획관리자 신고제도도 도입될 예정이다.

젊은작가들 지원

미술시장이 어렵지만 젊은 자가들의 활력을 불어 넣는 기획전, 지원 등이 있었다. 전시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기획하여 본관, 경희궁 분관, 남서울분관 4월에 개최한 <서울청년미술제 : 포트폴리오 2005>는 35세 미만의 작가중에서 선발한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260명에게 활동의 발판이 될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2월에 아라리오 갤러리는 젊은 작가 8명과 전속계약을 발표하여 관심을 끌었다. 구동희, , 권오상, 박세진, 백현진, 이동욱, 이형구, 전준호, 정수진, 8명의 작가에게 연간 5,000만원 이상의 파격적 조건으로 작품 제작 및 전시지원을 전담을 발표하여 부러움을 샀다. 전속작가들은 합의를 깨지 않는 한 갤러리쪽에서 일체의 국내외 개인전 및 기획전 경비와 작업실·생활비용 등을 부담한다. 단, 전속하는 동안 제작하는 작품들은 갤러리와의 협의가 없이는 한 다른 화랑, 미술관에 낼 수 없고 모두 아라리오쪽 컬렉션 전시와 해외기획전에 출품한다.

또한 금호미술관의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다. 33세 이하 국내외 거주 작가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역량 있는 작가들을 공모로 뽑아 작품 제작비와 전시비용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기 이천에 창작 스튜디오도 마련해 작업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세오갤러리도 젊은작가 지원 공모 프로그램을 통하여 다양한 가능성과 창의력을 가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세오갤러리는 크로스-오버로 순수미술뿐 아니라 건축, 디자인, 패션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하며 미술의 확장도 꾀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젊은 작가들에게 발표 기회를 제공해온 아트포럼뉴게이트는 11월에 대학로지역에 뉴게이트이스트공간을 추가 개관했다. 가나아트갤러리도 신진작가 공모를 실시했다.

타계한 미술가

2월에 전통 문인화의 대가인 월전 장우성 화백이 향년 93세, 8월에 독립기념관 등의 상징조형물을 남긴 조각가 김영중씨가 80세, 11월에 홍익대 총장을 지내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역임한 서양화가 이대원씨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미술사학자 장충식, 오주석, 한국화가 박원수, 서일석, 서양화가 김서봉, 윤재우, 최상선, 안영, 최쌍중, 박권수, 도예가 오천학, 사진가 김기찬, 정재경 씨 등도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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