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빚은 다양한 도자예술로 가족나들이
제4회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김달진(김달진미술연구소장)
서양인이 부러워했던 동양 도자기를 둘러보는 제4회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가 4월28일 개막하여 경기도 이천, 광주, 여주 3개 지역에서 5월27일까지 열린다. 이번 주제는 ‘미래의 아시아를 빚자’ 이며 6개의 기획전으로 이루어지고, 교육체험 프로그램 강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공연과 이벤트가 늘어났다.
대한민국은 비엔날레 왕국으로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등이 있다. 이런 비엔날레는 처음 출발할 때 목표와는 달리 막대한 예산 소요로 결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소지가 많다. 이번 도자비엔날레도 예년에 비해 예산이 반으로 줄어들고 전시기간도 두 달 이상에서 한 달로 축소되며 특별전이 줄어들었다. 성급한 예산 감축보다는 방만한 운영의 점검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전시 위주의 다른 나라의 도예비엔날레와는 달리 경기도자비엔날레는 전시, 국제학술행사, 워크샵, 산업연계 등으로 국제 도예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점과 문화 인프라는 장기적인 안목의 필요성이 절대적이다.
최근 몇년 사이 미술판에는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예술의 전당 전시예술감독,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아르코미술관 전시예술감독으로 '감독' 이라는 직함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번 도자비엔날레도 행사 세 달전에 감독이라는 새자리가 주어졌는데 모든게 확정된 상황에서 감독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이제 왠만한 프로젝트나 기획전에도 감독이 남발되는 현상이다.
도자는 예술인가? 공예인가? 라는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뒤따른다. 도자비엔날레는 단순히 새로운 미술 경향을 보여주는 순수미술 비엔날레와는 다르게 전시에서 탈피해 수요 창출을 통한 도자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데 있기 때문이다. 처음 2001년 도자기엑스포로 출발해서 비엔날레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성격에 합당한 엑스포 성격으로 되돌아가는 논의가 필요하다. 도자비엔날레는 그동안 현대작가초대전,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도자의 흐름을 제시해왔다. 도자비엔날레를 관람하면서 타 매체와의 결합, 새로운 형태, 다양한 칼러, 사물을 표현해낸 방식 등으로 대단함을 느낀다.
<테라코타 우먼 프로젝트 2006-2007>은 진시황릉의 병마용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병마용 남자전사들을 모두 여성으로 변형시켜 놓았다. 야외에 세워진 높이 12m의 <소리나무>는 스테인레스 재질 줄기와 가지에 2007개의 도자로 만든 나뭇잎이 풍경(風磬)처럼 매달려 햇빛에 빛나는 외형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 잎이 들려주는 음악소리로 명물로 떠올랐다.
또한 아름답고 편리한 인테리어를 제시하는 <세라믹하우스>, 현대적 감각이 물씬한 식기셋트 등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한글과 영문의 자세한 해설이 좋았지만, 많은 작품들은 밀폐된 진열장에 가두어져 있었고, <천주교와 옹기>는 몰릴 관람객을 배려하지 못한 좁은 공간에 놓여있던 점 들이 아쉬웠다.
그동안 비엔날레라면 어렵다고 외면했던 사람이라면 가족 나들이로 라일락 향기를 맡으며 한참 나뭇잎이 솟아나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 흙으로 빚은 도자예술세계로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