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화랑가의 지도 변화 (마지막 회)
김달진
화랑가의 불경기로 미술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상업화랑도 힘들여 기획전을 마련해 보지만 결과는 불 보듯 뻔해 지출보다 판매 수익이 부진한 관계로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이다. 대관화랑도 대관 수요가 줄고 특히 인사동 지역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것은 더 어려워진 현실이다.
금년들어 인사동 지역에서 안국갤러리, 나무화랑, 르네갤러리 등이 문을 닫았다. 신설화랑은 전에 국립현대미술관과 갤러리현대에서 근무했던 큐레이터 이화익씨가 기존의 갤러리썬&문 위층에 이화익갤러리를 9월14일 차우희전으로 개관한다. 새로 11월 개관 예정인 인사아트프라자에 대형화랑이 들어서는데 신사동에서 고아미화랑을 운영했던 이병일씨가 책임을 맡았고 겟아트의 박정수씨가 참여한다. 이 새로운 화랑은 면적이 총 300평으로 전시공간을 분리,통합이 편리하게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
몇 년전 화랑 SK건설빌딩 지하에 금호갤러리, 가나화랑, 나무화랑, 서경갤러리, 도올갤러리, 동주화랑, 데미화랑 등이 화랑 밀집촌을 이루었던 것은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러고 보면 퇴락의 대표적인 화랑가는 동숭동지역이다.
최근 인사동은 외국계 초대형 커피숍인 3층짜리 스타벅스 개점을 반대했지만 현행법으로는 식품접객업소 통제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신토불이 인사동에 <스타벅스> 웬말이냐 라는 현수막이 걸리고 서명운동도 받고 있다. 얼마 사이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인사동의 정취가 점점 사라지는 돌이킬 수 없는 우를 범하고 있다. 우리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증거와 자료와 보존을 인멸하는데 거리낌없이 능숙해져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토탈미술관이 있던 평창동에 1998년 가나화랑이 가나아트센터를 신축하여 전시장, 공연장, 아트샵, 레스트랑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을 개관하였다. 그리고 인사동과 1시간 간격으로 순회버스를 운행하여 교통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옥션도 99년에 개관하였으며 작년에 그로리치화랑이 이전해왔고 고미술전문인 평창아트가 10월에 보자기전으로 개관한다.
더불어 몇 블록사이로 이응노미술관이 작년에 개관하였으며, 김흥수미술관도 개관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갤러리이즘이 시작했던 건물이 세줄화랑으로 바뀌어 얼마전에 상량식까지 가졌고, 정송갤러리의 건물공사가 진행중이며, 평창문화포럼이 활동을 시작하여 평창동은 새로운 화랑가로 부상하고 있다.
사간동지역도 소격동의 국군기무사사령부 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부지로 확정되었다는 발표가 7월에 있었고, 국제화랑도 현재 건물 뒤편에 새 건물을 공사 중인데 기존건물과 연계 운영한다. 부근 가회동에 서미화랑도 9월 김근원사진유작전으로 전시대열에 합류했다.
소격동 안으로 올라가면 팔판동 월전미술관이 새로운 백월빌딩 4층 건물도 지어 그곳에 인사동에 있던 추제화랑이 9월 이전하여 가진화랑으로 개관하며, 갤러리도올도 부근에 건물을 신축 중이다. 이 지역은 집단 한옥마을로 유명한 북촌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몇 년 사이 경기도 양평부근도 작가의 작업장에 맞추어 화랑이 늘어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화랑가도 퇴색되는 곳이 있고, 새롭게 형성되며 화랑가의 지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건물을 임대하여 화랑 운영을 하는 것이 점차 힘들어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아하게 머물러 있던 문화사업이란 명목의 화랑경영에도 변화가 온 것을 실감한다.
<사족> 이번 50회로 김달진의 미술판 이야기를 마감한다. 처음 시작은 스포츠투데이가 창간되면서 당시 미술을 담당하게던 이남기자가 나를 찾아와 부탁에 의해 시작되었다. 사실 이남기자와의 만남은 이기자가 일간스포츠에서 미술을 담당하던 때인 1989년 8월 29일자에 나를 인터뷰하여 지상 <젊은 문화주역>에 처음 내 얼굴을 미술자료 인간 컴퓨터로 소개한 인연이었다.
나에게는 일간지라는 부담을 안고 격주간으로 1999년 3월 17일 시작한 미술판 이야기가 중간에 미술계의 창으로 바뀌어 여섯 번 후에 다시 원래 제목으로 돌아가 2000년 7월12일자 31회로 신문에서 막을 내렸다.
그후 가나아트닷컴 개편에 의해 2000년 1월 20일부터 온라인상에 신문에서 줄여지거나 내용이 조금 수정되었던 원본과 빠진 도판을 실었다. 그후 추가로 쓴 19회분이 더 올라가서 이번 8월 50회로 끝나게 되었다. 가능하면 현재 미술계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했지만 때로는 내가 글재주가 없다는 것을 실감케 해주었다. 미술판 이야기의 원고마감에 쫓기기도 했지만 나에게 글 쓰는 계기 마련을 해주어 고마웠고, 읽어주신 독자에게 감사드린다. 그동안 관심있게 읽으신 분 중에서 저에게 인상깊었던 꼭지 및 소감을 이메일로 보내주신 다섯 분에게 금년에 나올 예정인 두 번 째 저서를 선물로 드립니다. 그리고 어느 곳에서 김달진의 미술판 이야기가 지속되기를 원합니다.
* 마감 9월 20일
* 보내실 곳 daljin5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