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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박스 : ‘미술 정보’ 후진국

김달진

아트박스 : ‘미술 정보’ 후진국

지난 1월 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술가 H씨 전화번호를 문의해 왔다. 얼마 전 서울시 문화과에서 ‘서울의 화랑이 몇 개나 되느냐’고 물었는데 불과 두 달 전에도 똑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발행하는 ‘문화예술’ 1월호 부록에 수록된 미술관 리스트는 이상하다. 미술관 70개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밝히지도 않은 데다가 여러 곳에서 오류·오기가 눈에 들어왔다. 미술관이 아닌데 목록에 올리기도 했고, 한 미술관을 이중으로 기록하기도 했고, 이미 오래 전 폐관된 미술관을 수록하기도 했다.

인터넷도 비슷한 수준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작가 검색을 하다가 작고한 한국화가 남궁훈씨 사진란에 엉뚱하게도 작가 K씨 사진이 올라 있어 오류를 알려준 적도 있다. 모 미술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화랑 목록 역시 바뀐 지 한참 된 옛날 자료다. 모 미술잡지 홈페이지 게시판은 성인용 광고물이 도배를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초고속 인터넷 강국 한국의 미술 정보 유통 수준이자 현실이다.

미술연구소를 운영하는 나는 작가의 전화번호와 관련된 문의를 제일 많이 받는다. 미술계에서 그만큼 일목 요연하게 정리된 정보를 접할 길이 없다는 이야기다. 연감을 제작하는 미술 전문지 ‘월간미술’도 ‘한국미술 1999년판’ 이후로는 ‘미술인 인명록’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 77년에 창간된 미술연감도 97년까지 불과 13권만 남긴 채 폐간됐다. 이런 연감들은 작가의 주소나 약력 등을 찾는 데 긴요하게 쓰여왔지만 한두 푼이 아닌 제작비에 비해 판매가 어렵기 때문에 발간이 중단되는 실정이다.

반면 이탈리아에서 만든 ‘아트 다이어리’를 보면 우리나라 작가·평론가·화랑·미술관의 이름·주소·전화번호·팩스까지 상세히 실려 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 K씨는 한국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작가들의 연락처 알아내기’라고 한탄한 적도 있다.

문화관광부에서 문화예술종합정보시스템 구축 3차 사업을 위한 설문조사에 나섰지만 진행은 답답하다. 얼마 전에는 답답함에 못 이겨 내가 직접 인터넷 인명사전 제작에 나섰다. 미술계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전화번호부’ 만들기라니 어쩐지 서글프다.

/김달진·김달진미술연구소 소장
- 조선일보 2003.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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