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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이우환이 이세득에 보낸 편지, 1969

한지형


이우환이 이세득에게 보낸 편지, 1969.4.3
편지지: 25×18cm, 2장
편지봉투: 9×16cm


본 자료는 재일 한국현대미술가 이우환(1936- )이 서양화가 이세득(1921-2001)에게 1969년 4월 3일에 쓴 친필편지이다. 이우환은 1956년 서울대 미술대학 입학 후, 그해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교 철학과를 수학하였으며, 미학·미술 이론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며 재일작가로 활동하였다. 세키네 노부오(關根伸夫)의 작품 〈위상-대지〉(1968)가 “있는 그대로” 세계에서의 만남과 그 관계항을 표현하는 자신의 예술론을 작품화했다고 생각한 이우환은 「존재와 무을 넘어서-세키네 노부오론」(『산사이』 1969.6월)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타마미술대학 사이토 요시시게(齋藤義重) 교수와 세키네를 비롯한 제자들이 추구하던 모노하의 이론적 근거가 되면서 일본 현대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우환은 모노하의 대표적인 이론가이자 작가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이우환이 한국에 소개된 계기는 한일국교 정상화 기념으로 처음으로 한국미술이 일본에 소개된, 1968년 《한국현대회화전》(7.19-9.1,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이다. 최순우, 이경성 등 5명의 선정위원과, 곽인식, 박서보, 이우환과 서울대 회화과 동기인 김종학, 윤명로 등 2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 성격상 한국성을 화두로 하였으며, 대부분 추상미술작품이 출품되었다. 이우환은 채도와 명도를 다르게 한 형광 핑크색 도료를 분무기로 뿌린 단색의 대형작품 3점을 출품하였다. 한국에서 추상미술이 주류를 이룬 상황에서 박서보는 이우환의 작품을 보고 새로운 경향을 느꼈으며, 이런 이우환과 박서보의 만남이 한국 단색화 운동의 시작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새로운 미술 조류의 이면에는, 이우환의 새로운 작품과 논리에 대해서 한국미술계 내에서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좌담회에서 이우환의 한국미술에 대한 비평이 논란이 된 점도 알려져 있지만, 편지의 내용을 보면 이우환에게 직접 “그런 그림 집어 치우라” 혹은 근대미술관 담당자가 항의를 받기도 하였다. 이세득도 이우환이 전시에 참여함으로써 많은 비난을 받은 것에 미안함을 표현했다.

이세득은 프랑스 유학파로 국제적인 활동을 하였는데 1965년 국제조형예술가협회(ISPAA), 1966년 제5회 IAA 동경총회의 한국대표를 지냈으며 1968년 《한국현대회화전》도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우환은 비난을 토로함에 이어 자신의 예술론 「사물에서 존재로」가 곧 발표될 것이며, 내용은 “구조론적 입장에 서서 현대미술이라는 것의 근대성을 지적하고,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물신숭배로부터 벗어나 존재에 착목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노하의 이론적 기초가 되는 세키네의 시론 등 논문 게재와 작품 준비 일정 등을 소소하게 편지에 썼다. 이우환이 한국에 처음 소개되고 모노하로 세계적으로 도약, 한국 단색화가 시작되는 중요한 시점의 근황들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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