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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채종기, 성찰과 통찰로 광주정신을 풀어내는 큐레이터

김준기



30년 동안 미술현장을 지켜온 큐레이터 채종기. 그는 관장으로서도 15년의 경력을 쌓아온, 기획자와 행정가의 정체성을 반반씩 공유하는 미술관 종사자다. 그는 아시아 문화권 미술관들과 교류의 물꼬를 트면서 문화가교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국교 단절 탓에 교류 자체가 부담스럽던 타이완국립미술관과의 교류전 《투영(投影)》(2004)을 기획하며, 지방정부 미술관과 외국 국립미술관의 협업을 통해 정치적 틀을 넘어서는 정신문화의 교류를 경험한 것이다. 그 후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미술관과 함께 일하며 그는 문화 외교의 가능성과 효능감을 자신의 활동 방향으로 정했다. 

미술관의 역할은 미술을 콘텐츠로 삼는 문화기관으로서 국가와 도시 간 교류를 촉진하려면 대외적 교류 역할 이전에 시민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채종기는 미술관에서 시민이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음악회와 시낭송회 등 예술 영역의 소통을 늘려왔다. 큐레이터가 작가 소개와 작품 전시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인 소통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아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 또한 중요하다. 초창기에 멸시당한 백남준이 지금은 고전의 지위에 오른 것처럼 미래사회를 향한 예지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렇듯 미술관 종사자로서 채종기정신의 핵심은 미래를 예지하는 통찰력으로 사회와 소통하는 미술관을 이루는 데 있다. 

광주의 예술가와 미술관은 광주항쟁이 남겨준 정신적인 가치를 개인과 공동체의 정체성에 담아낸다. 채종기는 기업 기반 사립미술관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데 공을 들인다. 해마다 5월엔 《오월미술제》를 통해 광주의 상처와 영광을 나누는 전시를 연다. 올해는 동학혁명 130주년을 맞아 기획전 《비원: 긴 여정의 시작》을 통해 동학으로부터 3·1운동, 4·19혁명을 거쳐 5·18광주항쟁에 이르는 대서사를 담았고,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추모하기 위하여 기획전 《천계의 바람이 되어》를 개최했다. 이처럼 역사 속에서 살아 숨 쉬는 현실의 이야기를 펼치는 광주다운 미술관으로서 은암미술관 관장 채종기의 미술관 운영 방향은 역사적 성찰을 통하여 관객/사회와 소통하는 메시지를 내는 미술관에 있다. 

미디어아트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선보이며 인문학 강좌와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그는 기후변동으로 인한 전지구적 생태위기를 주제로 한 기획전을 준비 중이다. 또한, 국제 교류의 방향을 예술인프라가 취약한 개발도상국과의 협업으로 정해, 광주정체성의 주축인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도시 광주답게, 인공지능을 활용한 전시해설과 교육 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미디어아트 전시 또한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2021년 스위스파빌리온을 시작으로 작년에는 중국파빌리온, 올해는 네덜란드파빌리온 등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을 이어오는 것도 은암미술관의 새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규모와 성격의 박물관이 제대로 서야 문화사회로 자리잡는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는 겉으로는 거창하게 문화도시를 표방하지만, 박물관의 사정을 보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세제혜택 확대, 기증자 예우 등의 제도정비를 통하여 기증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배려가 절실하다. 프로그램 구성에 주력하는 큐레이터의 일과 운영 전체를 총괄하며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고 배치하여 미술관의 사회적 기여를 고민하는 디렉터 정체성 사이에서 줄타기해온 그의 세월이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다. 채종기의 과거와 미래는 문화도시 광주의 시민으로서, 특히 기업이 운영하는 사립미술관 종사자로서, 성찰과 통찰로 광주정신의 두께와 넓이를 키워가는 데 있다.


- 채종기(1955- ) 전남대, 동 대학원 졸업, 프랫인스티튜트 대학원(M.F.A.) 졸업, 이아오와대학교 미술대학 연구원(1991-1992). 광주비엔날레 전시팀 근무 역임(1996-2000), 한국도자재단(구 세계도자엑스포, 2000-2001).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2005-2009).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심의위원 역임. 우수기획자상 수상(장관 표창). 현 은암미술관장(2010- ), 지원포럼 이사(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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