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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전혜연, 사회와 공공으로 공진화하는 큐레이터

김준기




전혜연은 여성인권과 미디어아트, 도시교류에 초점을 맞춘다. 2014년 《글렌데일시 위안부의 날 기념 특별전》을 시작으로 여성인권 의제를 다루는 위안부 관련 전시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역사 올바르게 알리기 여성인권’ 프로젝트는 일본 정부와 우익이 철거를 시도 중인 글렌데일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2017년부터 글렌데일 시 주최 행사로 승격되어 공동큐레이터로 협업하고 있다. 지금까지 8개국 작가 100여 명이 참가했으며, 올해도 전시를 연다(7.27-9.20). 2018년에 시작된 한국 지방정부와 협업하는 《현대미술로 본 여성인권이야기: 행진》 전시도 같은 맥락으로 올해 8월 포항아트홀에서 이어진다.

그의 또 다른 주요 관심사는 미디어아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 평창 6개 장소에서 전시를 기획한 후 전혜연은 공공장소에 있는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방정부가 미디어아트를 대하는 고정된 틀을 넘어 사회적 의제를 담은 예술적 소통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공공장소에서의 미디어아트를 예술 그 자체의 논리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회적 의제를 담는 것으로 전환하여 수원문화축전 · 수원화성 야행·국립극장 전시 등에서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미디어아트를 통해 지역문화를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포와 글렌데일 두 도시 사이를 매개하는 기획전 또한 그의 관심사다. 김포의 키워드인 ‘경계(Border)’와 ‘자유항행구역(Free zone)’을 국제교류 차원으로 풀어내기 위해, 글렌데일 시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두 도시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주제로 미국 작가 5명과 한국 작가 10명이 참가하여 글렌데일시 버스정류장과 김포시 지하철정류장 같은 공공장소에서 전시를 열었고, 올가을에도 김포 4곳에서 작가 28명이 참여하는 국제미디어아트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 예술을 제3지대의 중립적인 장소성으로 표백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현장연계로 사회적 소통의 장을 여는 것이 큐레이터 전혜연의 남다른 행보이다.

이렇듯 여성인권과 도시교류와 같이 보편적인 예술이 아닌 특별한 예술을 지향하는 것, 미디어아트를 통해 장소성과 역사성, 사회성을 연계하여 풀어내는 것이 그의 길이다. 이러한 예술소통을 이어가는 큐레이터로서 전혜연정신의 핵심은 사회와 공공이다. 그의 활동은 공공영역에서 예술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묻고 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사회문제를 다루는 이유와 과정,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문제의식을 키워 다시 확산하는 과정에 전혜연의 큐레이터 길은 점점 더 넓고 깊게 확장하고 있다.

여성인권을 주제로 한 기획에 민감한 전혜연은 또한 ‘인터넷상의 집단괴롭힘’을 뜻하는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 문제에 관한 연구와 기획을 추진 중이다. 아직 법적 제재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 문제를 알리고 대안을 만들기 위해 학자와 정치인·경찰 등과 협업하여 7월부터 국회 차원의 논의와 전시를 앞두고 ‘사이버상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온라인 캠페인을 펼친다. 미술의 장만이 아닌 사회적 의제의 현장에 직면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대안 제시와 문제 해결의 길을 찾는 것. 전혜연이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방식이다. 그것은 아름다운 행동주의 예술의 진면목이다. 미술계 작가와 큐레이터는 ‘예술은 작품과 전시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명제에 익숙하다. 전혜연은 이러한 틀에서 벗어난 생각과 행동을 한다. 미술의 관점에서 보자면 사회적 문제를 조사하고 연구해서 비판적 관점을 담아 작품화하고 전시하면 그것으로 역할을 다한 것으로 생각하고 일단락 짓기 쉽다. 그러나 전혜연은 비판을 넘어 대안을 찾고 변화를 추동하기 위하여 다양한 인물과 계층, 단체, 기관과 연대하고, 예술적 소통의 장을 확장하기 위하여 다매체적인 융합을 시도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전혜연의 큐레이터 벽돌은 오늘도 역사와 현실의 지평 위에 한 장 한 장 쌓이고 있다.


- 전혜연(1974- ) 동덕여대 회화과 학사·석사 졸업. 중국 중앙미술원 미술관박물관학 진수과정 수료, 캔파운데이션 북경헤이차오레지던스 매니저(2006-2010), 2회 장애인아트페어 총감독 역임. 현 귀주사범대 동아시아미디어센터 책임연구원, (사)한국미디어아트협회 기획이사, 비영리문화예술단체 문화유목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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