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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김석환, 예술에 영혼을 바친 행위예술의 사제(司祭)

윤진섭

부산대학교 근처에 ‘복합문화예술공간MERGE?’란 곳이 있다. 여기서 물음표가 중요하다. 저건 ‘뭐지?’할 때의 그 ‘머지’기 때문이다. 작가 겸 행위예술가인 성백이 운영하는 이곳에는 예술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기성의 질서와 관습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는 작가들이 초대를 받는다.

이번 달에는 경기도 평택을 거점으로 맹렬히 행위예술작업을 펼치고 있는 김석환(1956- )이 그 주인공이다. 이름하여 《김석환의 잡화엄식(雜華嚴飾)》(6.1-6.10).

여기서 잠깐 ‘복합문화예술공간MERGE?’가 자체 기관지인 ‘월간 openARTs프로젝트’로 기획하는 ‘전위예술 기록과 조망’이란 행사를 소개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른바‘전위’라는 이름 하에 이 시대의 첨병 역할을 자임한 전위작가들을 조망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기 때문이다. 머지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간단히 소개한다.

“세계미술사의 중요한 변곡점은 시대의 전위예술가들이 만들어 왔다. 우리는 전위예술 기록과 조망전을 통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위예술가들을 발굴 및 소개하여 한국미술사에서 전위예술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기록한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심홍재, 이혁발, 유지환, 임택준이 조명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머지?’는 최근 《아시아의 눈으로 아시아를 보다》라는 제목의 기획전을 선보였는데, 이 또한‘월간 openARTs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아시아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아시아가 가지는 고유한 문화와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산과 몽골(울란바토르)이 서로 문화예술 교류를 하고자”한 이 전시에는 한국의 노주련, 이호철, 박진경, 이용관, 이현주, 최향자, 몽골의 Shijirbaatar JAMBALSUREN 등 여섯 작가가 초대를 받았다. 2016년에 창설된 이 프로젝트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이 땅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귀한 버섯들의 군락지’와 맹주들의 활동에 주목한다. 즉, 평택의 김석환, 전주의 심홍재와 임택준, 곡성의 김백기, 부산의 성백, 목포의 문재선, 서울의 유지환, 안동의 이혁발, 광주의 김광철, 대구의 윤명국, 대전의 안치인 등등 빛나는 투혼을 지닌 행위예술가들이 존재감을 드러낼 날이 머지않았음을 예감하게 되는 것이다.



김석환 퍼포먼스 장면


김석환은 예술에서의 금기와 기존의 관행에 도전하는 것을 인생 최대의 목적으로 삼고 있는 전위예술가이다. 골수 행위예술가이기도 한 그는 얼마 전 아마존의 밀림지대를 찾아가 벌거벗은 원주민들과 예술적 교감을 나눈 바 있다. 원주민들보다도 더 원주민답게 생태계의 오염으로 얼룩진 지구의 회복을 위해 토해낸 김석환의 절실한 몸짓들이 이제 그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온몸이 기(氣) 덩어리인 이 사나이를 어쩔 것인가? 예술에 영혼을 바쳐 그 제단에 몸을 사르는 사제 김석환. 일찍이 내가 ‘진귀한 버섯들의 군락지’라고 부른 양산박 두령 가운데 빛나는 1인이다.

김석환은 이번 전시 개막식에서 중요한 퍼포먼스를 행했다. 모형 M16 소총이 장착된 첼로, 심하게 긁혀 변형된 이 악기를 연주하는 행위자 김석환의 발은 물이 담긴 투명 아크릴 상자에 담겨 있다. 이윽고 서서히 번지는 상자 속의 붉은 피, 물론 실제로는 물감이지만 붉은 색이 주는 느낌은 제의적인 분위기로 인해 생생한 원초적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작업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90년대 중반 생고기를 먹고 얼굴을 노끈으로 칭칭 감은 그로테스크한 모습의 퍼포먼스와 만난다. 그 후 김석환은 전시기획자로서 2006-2014 평택호 프로젝트 《해(日), 비(雨), 뫼(山), 달(月)》을 기획하는가 하면, 작가로서 맹렬히 활동해 왔다.

자, 김석환이 온몸으로 토해낸, 자유에의 희구와 피폐해진 영혼의 치유를 위해 몸을 사른 행위의 흔적들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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