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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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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부전

  • 전시분류

    개인

  • 전시기간

    2003-11-12 ~ 2003-12-02

  • 전시 장소

    갤러리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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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AKH 사진집을 내면서

 

내가 세 번째 레LEH에 도착한 것은 올해 7월초순경 이었습니다.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히말라야의 햇살이 내려쪼이고 있었고, 시간은 정오가 조금 지난 때였습니다.

뒤쪽엔 6000m가 가까운 카루둥라Khardung La가 버티고 있고 앞쪽엔 눈덮인 스톡 강고리Stok Gangori가 히말라야 잔스카르Himalaya Zanskar를 휘감고 있었습니다.

능선의 끝자락에서 바라보이는 레는 빼빼마른 포플라 나무들이 소똥에 풀난 것처럼 옹기종기 쪼르르  서있어 그 키큰 포플러 가랑이 사이로 길은 계곡을 끼고 인더스INDUS의 횟가루 같은 뿌연강물이 시간을 잊고 흐르고 있었습니다. 주변은 여기를 보나 저기를 보나 온통 돌산이고 황량하기 짝이없는 영락없는 달표면 같습니다.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수 있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만년설로 뒤덮힌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와 카라코람Kharakoram산맥, 험하고 가파른 고개를 넘어오는 산길은 옛날 실크로드의 일부분이며 신라의 혜초스님이 생명을 걸고 구법의 길을 걸어간 곳이기도 합니다. 델리Dheli에서 3일만에 도착한 레는 해발 3500m의 고산지대여서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파랗고 뭉개구름은 머리 바로위에 떠있어 땅과 하늘사이에 내가 끼어있는 그런 모습입니다. 여기가 이번 촬영의 베이스 캠프입니다.

 

산업화된 서구문화의 지적知的 여행을 체험해 보지도 못하고 나름대로의 관점을 자연적인 진화에서 찾으려고 인도의 오지를 돌아다닌 지 십 수년이 된 것 같습니다.

제법 많은 시간이 인도의 강물과 바람과 구름 속에서 녹아 내리고 여물지 못한 삶은 아직도 흐르고 있습니다. 살만큼 살아봐야 왜 사는가를 어렴풋이 알 듯이 자연의 한계를 극복하며 인간의 욕구를 해결하고자하는 라닥 사람들의 오래된 문화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라닥LADAKH이 지금은 인도 땅이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티벳TIBET의 일부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의 생김새나 생활이 인도와는 사뭇 다릅니다. 여기사는 사람을 라닥키LADAKHI라 하며 이들의 인사는 인도식 "나마스테Namaste"가 아니라 "줄레Julley"입니다. 라닥이라는 이름은 아마도 "고갯길이 있는 땅"이라는 뜻의 티벳말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문화적으로 라닥은 티벳에 속하고 실제로 작은 티벳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라닥키에겐 티벳의 대승불교가 주된 종교이고 달라이 라마가 정신적 지도자입니다.

 

높은 설산과 눈부시게 푸른 라닥의 하늘은 이곳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줍니다. 이 완벽한 세상에 인간의 손이 닿을 필요는 없습니다. 라닥에서는 계절과 산과 바람의 지배속에 생활을 이룹니다.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 8개월 동안 온 지역이 얼어붙습니다. 가장 혹심한 기후입니다. 황무지의 텅 빈 골짜기들을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고 비는 너무 드물어서 물을 주지 않고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모래땅입니다.

라닥사람들은 농사를 짓습니다. 그것은 그들 선조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농사는 여전히 일상입니다. 약 4개월의 짧은 여름이지만 라닥키들은 이 기간동안 보리와 밀을 파종하고 8개월간의 긴 겨울을 준비합니다. 라닥에서는 "땅이 푸른 때에는 이야기를 즐겨서는 안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짧은 여름과 매마른 땅이지만 라닥키들은 히말라야의 눈녹은 물에 의지해서 푸른 농토를 일궈 아름다운 전원풍경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라닥의 모든 마을과 농토에서는 잘 정비된 수로를 볼 수 있습니다. 눈녹은 물을 끌어들인 수로에 의지해서 그들은 농사를 짓고 일상에 필요한 물을 얻습니다.

 

라닥의 농촌 풍경은 조지훈의 시(詩) "향수"와 너무 닮았습니다. 소들이 풀을 뜯고 마을 앞으로 눈녹은 실개천이 흐릅니다. 그것을 이리저리 돌맹이와 헝겊쪽으로 물꼬를 틀어 집안으로 물을 들였다가 또 바깥으로 보내며 채전 밭을 일구기도 합니다. 같은 물을 돌려쓰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한가족이며 이곳에서 집과 집의 구분은 의미가 없습니다. 마을이 대개 크지않으니 그렇겠지만 또 긴겨울의 냉엄한 기후가 사람과 사람사이를 소중히 여기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라닥에서 가축은 매우 중요한 생존수단입니다. 이들은 교통수단, 노동력, 우유와 고기 그리고 따뜻한 털을 제공합니다. 이들의 배설물들은 나무 한줄기 풀한포기가 귀한 이곳에서의 중요한 땔감이 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라닥의 가옥은 대부분 2층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전망이 가장 좋은 옥상에는 가정 불단이 마련되어 있으며 이곳은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입니다. 라닥키의 하루는 법당에서 시작됩니다. 버터로 만든 초에 불을켜고 향불을 피워 법당안을 정화 시킵니다. 라닥의 모든 불자들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기도와 함께 합니다. 종교는 이들 삶의 전부이고 일상입니다. 이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란 신에게 의지하는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을 가까이 곰파Gompa가 있습니다.

마을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절입니다. 마을이 있으면 절이 있고 절이 있으면 반드시 마을이 있습니다.

거기에 타르촉(Tharchok:기도문)이 바람에 복음을 날리고, 하얀 돌탑 쵸르텐Chorten이 있습니다.

또 "창Chang"이라는 막걸리가있고 건건찝찔하며 고소한 "버터 티Butter tea"가 있습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있으며 먹고사는 모든 일상에는 생존 이상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제 이곳도 조금씩 쓰레기가 모이고 곰파의 한구석에는 쓰고 남은 플라스틱 병이 제법 쌓입니다. 또 5600m의 카루둥라 꼭대기에는 유류통, 고철들이 보기 흉하게 눈속에서 고개를 쳐들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여름철이면 수도인 레의 사람들중에는 밥을 먹지않고 술로 세월을 보내는 이들이 많이 생겼다고 합니다. 주민들의 신심(神心)도 예전 같지 않으며, 물질 문명의 세례를 받은 젊은이들은 현세의 쾌락을 믿을뿐 내세를 믿지 않으려고 합니다.

 

진보의 방향은 어째든 불가피하며 의심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사회가 현대화의 압력 밑에서 붕괴되고있는 지금 라닥만이 원시적인 문화 밑에서 존재하라는 법은 없을 것입니다. 서구사람들이 찾아와 원래 행복했던 전통적 삶에 대한 가치의 기준을 허물어 버려 그들의 평온함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전통문화의 부정적인 경향이 자연적인 진화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산업화의 결과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산업경제가 세상을 지배하는 팽창된 서구문화의 논리가 조그만 산간 다른 지역 문화를 침략하여 세상을 탐욕스럽고 경쟁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단일 문화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히 세계각처의 다차원적 문화의 몰락으로 인간사회의 자기 갈등과 붕괴를 유발시키는 것입니다. 

 

스웨덴의 인류학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Norberg-Hodge, Helena의 "라닥으로부터 배운다Ancient Futures: Learning From Ladakh"에서 그는 "우리는 긴급히 지속 가능한 균형-도시와 농촌, 남성과 여성, 문화와 자연사이의 균형-을 향해 방향을 돌려야 한다. 라닥은 우리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상호 관련된 힘들을 우리가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함으로써 우리의 나아갈 길을 보여줄 수 있다. 이러한 보다 넓은 시각은 우리 자신과 지구를 치유하는 방법을 배우는데 필수적인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했습니다. 문화는 개인 또는 그 집단을 형성하는데 생각이상으로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것, 지역적이고 친밀한 공동체, 작은 것을 지향하는 추세는 결국 자연이 승리 할 것이라는…. 세계를 다스리는 것은 물질의 풍요가 아니라 이와 같은 보다 깊은 가슴속의 힘이라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지금 바로 우리 눈앞에서 자연의 순환체계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물음은 실로 단순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들 중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우리 자신의 가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울 것 인지, 여기에 우리의 안락한 미래가 달렸다고 생각됩니다. 인간이 만약 나무와 친구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산과 바다, 바람과 구름을 사귈 수 있다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으로부터 훨씬 자유로와 질 것입니다.

 

자연과의 조화를 통하여 천여년 넘게 평화롭고 건강하게 살아온 작은 티벳Tibet 라닥LADARKH은 편리한 현대의 물질문화속에 살고있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나아가야할 평온함의 방향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편하다고 행복한 것은 곧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히말라야Himalaya의 라닥, 이곳은 분명 아직까지 따뜻한 마음과 영혼의 고향이며 희망찬 미래가 있습니다. 더 이상만 대중매체나 관광객의 영향을 받지않는다면 여기가 인간세상의 참다운 샹그릴라Shangrila로 남게 되겠지요.?

아무쪼록 이 책이 물질적으로 다소 어렵기는 했으나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던 옛날의 우리 전통적 삶의 질과 현재와 앞으로 예견되는 미래의 우리 삶에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조그만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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