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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회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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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자연으로

최정희

 

회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하였다. 사람들은 사냥에서 동물을 많이 포획하기를 바라며 벽에 사냥하는 동물을 그리기도 하였고, 죽은 사람의 무덤에 그림을 남기기도 하였으며, 종교적인 믿음을 표현하기도 하였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그리기도 하였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재료, 표현대상, 주제 등은 다르지만 회화는 인간의 삶 속에 존재하며 나름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회화는, 나에게 있어 남들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그것은 자연과 교감하는 마음이다.

 

풀은 자연에서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만 하찮은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풀이야말로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이다. 풀을 바라보고 있으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풀의 선, 때로는 엉키고 때로는 곧게 뻗은 그 선과 빛에 따라 나타나는 색깔, 그리고 바람에 의해 변화하는 형태, 곧 풀과 빛과 바람이 어우러져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작품에 나오는 텍스트는 추사 김정희의 서체이다. <시권독초>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추사의 편지에 쓰인 글씨를 화려한 색감을 입혀 재창조하였다. 문자는 의미전달이 중요하다. 하지만 굵기를 정형화하지 않고 자유로우면서 아름답게 쓰여진 추사의 글씨는 마치 막 드로잉을 마친 회화작품 같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글씨는, 자연이 만들어낸 글씨인 풀과 만나 새로운 미를 창출한다.

 

<교감, 자연으로>는 풀을 바라보며 느끼는 나와 자연의 교감, 추사가 만들어낸 글씨와 내가 표현한 풀의 교감을 통해 의미를 갖는다. 이는 다시 음양의 교감, 과거와 현재의 교감, 자연과 인간의 교감 등으로 넓혀진다. 곧 시공간을 뛰어넘어 세상 모든 것과의 교감으로 이어져 나갈 것이다.

 

한 예로, 나는 예술의 활동의 대상이 되는 물성과 가시적 교감을 통해 얻어지는 인상을 극대화한 형상물들을 산출하는 작업을 한다. 이 경우 예술의 활동에 의해 인식은 직관적인 시각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개념적인 사고에 의한 논증적인 인식과 다른 것이 된다. 다시 말해서 화가의 눈에서 인식되는 형상의 세계는 논리적으로 파악될 수 없고 논리적인 인식의 인과적인 그러한 법칙과는 구별된다.

어떤 대상을 캔버스 화면에 그리고자 할 때, 그 대상과 화가의 관계는 단지 외형적인 대상을 재현하고 모방하는 화가와 정물의 관계가 아니다. 화가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대상의 가시적인 세계가 아닌 비가시적인 존재를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시된 작가의 일련의 <교감>작품은 이러한 견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식 행위는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인가? 이 작품의 소재는 자연의 대상물은 ‘풀’과 김정희의 ‘<시권독초>’라는 글씨이다. 이 대상은 ‘자연=인간’, ‘입체=평면’과 같이 관계에서 이항대립적인 구도를 형성하지만, 주목할 것은 이 대상들에 대한 표현 방식이다.

 

‘풀’의 경우, 전통적인 모방·재현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빛에 의한 명암의 대비는 수많은 면으로 쪼개져 정형화되지 않는 리듬성을 제공한다. ‘글씨’의 경우, 평면적인 형태로 변형 없이 그대로 화면에 배치되어 있지만 김정희의 추사체의 정형화되지 않은 글씨는 그 자체로 리듬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구도와 배치는 작가의 의도대로, 이항대립적인 관계를 형성하지만, 회화적인 면에서 오버랩적인 요소를 만들어낸다. 이 요소는 관객들에게 ‘풀’과 ‘글씨’라는 본래의 대상에서 벗어난 내면적인 어떤 직관적인 사색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작업노트

점은 한곳으로 시선이 모이는 곳이다..

그 모여진 시점에서만이 우리는 사물들을, 사람들을, 현상들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보는 것처럼 알지만..

그래서 우리는 시점을 곳곳에 두어 전체를 파악하고자 노력한다..

그 순간 이전에 있던 곳들은 점차 희미해져 버린다..

하지만 시선이 머무는 동안의 그 곳은 세상의 이치가 모여 있는 것처럼 그 신비로움을 살짝 드러낸다..

그 살짝 살짝 드러나는 세상의 비밀들.. 신비들..그것은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그것들의 일면이라도 화폭에 옮기는 작업은 즐거운 일이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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