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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현 회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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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순간 The Best Moment

 

힘차게 솟아올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처럼작품 속 푸른 바다는 한 번 치솟아 다시는 꺼지지 않을 기세로 화면에 고정되어 있다. 물결이 모든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물보라가 흩날리는 최고의 순간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파도 시리즈는인간 내면의 욕구를 표현한다. ‘바다’, ‘물’에 대한 이미지는 개인에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누구에게는 독일 낭만주의 화가인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바다처럼 고요하면서도 웅장한 신의 존재를 알리는 자연물로써, 누구에게는 바다와 싸우며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담은 우키요에의 거친 파도처럼, 또는 인간의잔혹성이 자연의 잔혹성과 맞물려 표현된 윌리엄 터너의 바다처럼 표현된다. 하지만 이우현 작가의 화폭에서 묘사된 파도는 자연 앞에서의 인간의 왜소함 보다는 그의 내면의 욕구에 대한 표현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현실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바다를 보여주면서 그들의 마음이정화되길 원한다. 현실의 피곤함 속의 그의 파도는 모든 더러움과 누추함을 씻겨내는 비움과 정화의 에너지이다.

 

광대한 바다를 고요하게 때로는 난폭하게표현한 다른 화가들의 화폭과는 달리 이우현은 정사각형 사이즈의 캔버스를 주로 사용한다. 이로써 관람자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파도의 방향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마치 화폭 위의 물결이 화가의 손뿐만 아니라 관람자인 내 손 안에 들어와 아래 위로 마구 흔들었을 때의 물거품이 일 듯 말이다.결국 그의 파도는 인간인 ‘나’에 의해 생성되는 인위적인 파도이며 내 스스로가 자신이 정화시키고 싶은 만큼의 에너지로자신의 파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그의 작업과정에서도 나타난다.

 

파도의 형상을 만들기 위해 그는 물과 아크릴물감 그리고 보조 재료인 젤을 자신이 원하는 농도에 따라 혼합한 후 화면에 뿌린다. 캔버스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면서 흩뿌리는 기법은 잭슨 폴록의 ‘드리핑’ 기법을 떠올린다. 잭슨 폴록은 기존의 수직적 화면 위 붓의 접촉으로 이루어진 회화의 한정적 기법에서 벗어나 막대기나 굳어버린 붓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물감을 화면 전체에 뿌리며 작업을 했다. 이러한 현대회화의 혁신은 벌써 반세기 전에 이루어졌다.중요한 것은 우연성에 지배 될 것 같은 그의 ‘드리핑’기법이 작가의 정신과 영감에 의해 조절되었다는 사실이다.잭슨 폴록이 추구한 기법은 물감이 흩어지는 정도와 화폭에 안착되는 정도가 작가의 통제 하에 이루어 진다.물감의 농도를 정하는 것도 작가, 그리고 뿌리는 힘의 조절, 화면 주위를 뱅뱅 돌면서 움직이는 동세를 정하는 것 역시 작가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내면의 정서와 영감에 따라 그림은 때로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결국 작품은 작가의 ‘경험의 전체’이지‘경험의 이미지화’는 아닌 것이다. 이우현은 작품에서 단지 흩날리며 뿌리는 기술 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좀더 다양한 기법을 구사한다. 물감을 뿌린 후 캔버스를 한 쪽으로 기울여 물감이 흘러내린 흔적을 간직한다거나화면 전체에 젤을 바른 후 물감을 그 위에 덫 바르고 색을 점점 추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섞이는 마블링같은 우연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작가가 재료 자체에게 원하는 물성에 의한 표현기법이기도 하지만 물성 자체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효과와 색채가 나왔을때 고정액을 사용하여 색채 스스로 혼합되는 효과를 정지, 그리고 고착시킨다. 작가 스스로가 ‘최고의 순간’을 잡아내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자신의책 ‘물과 꿈’에서 ‘물’을 여러 가지 속성으로 나뉘어 놓았다. 관념화된 맑고 사랑스러운 물, 죽음을 의미하는 무거운 물, 우주적이면서 넓고 거대한 그래서 모성적이며 여성스러운 물, 불순한 것과 반대되는 순수한 물그리고 폭력적인 인간의 내면 속에서 분노와 공포를 극복해야 하는 난폭한 물 등이다. 물의 속성은 이처럼 다양하다.물의 순수성에는 정화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인간의 육체를 깨끗하게 씻어준다고 한다. 그것은 신선한 물로 자신을 젊어지게 하는 것이고 이러한 정화와 함께 치유를 희망하는 염원이 담겨있다. 동시에 난폭한 물은 물 속에서의 공포를 극복하는 것이며그 무엇보다도 역동적이고 승리를 염원하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난다. 거친 물살과 싸우고 승리했을때처럼 마음의 평화는 요동치는 내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을 성공했을 때 따라온다. 그 평화는 인간이 수 많은번뇌와 고독과 치열하게 싸우고 승리 해야만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작가의 작품에서 표현되는 파도는 단지 더러운것을 씻어내는 의미로써의 거친 물살이 아니라 모든 고통을 감내 한 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자 마음의 정화, 그 자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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