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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호 조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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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호 작가의 작품은 낙서로부터 출발한다. 낙서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개인적이자 무의식적인 행위이다. 무의식은 우리, 혹은 내 안의 타자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내 자신을 이루는 것이면서 정작 나는 알 수 없는 ‘내 안의 바깥’인 셈이다. 이석호 작가는 낙서라는 자유로운 기록을 통해, 작가와 작품의 경계를 허물고 내면과 외면, 주체와 객체, 존재와 허구, 즉자와 대자, 안과 바깥, 본질과 현상의 사이를 넘나든다. 그에게 낙서란 무수한 아이디어의 자궁, 존재의 증명이자 놀이, 세상을 향한 대화와 소통인 것이다. 그는 낙서를 통해 고뇌하고, 춤추고, 반증하고, 유희한다. 그리고 이 낙서들은 모여서 커다란 세계를 만들어낸다.
 
그의 낙서는 많은 캐릭터들을 탄생시켰다. 캐릭터에는 작가의 작업공간인 지하세계에서 느꼈던 소외와 단절, 외로움, 이질감, 절망, 허무, 고통, 괴리감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하지만 한 발짝 더 들어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품 속에는 또 다른 감정들도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고독 속의 열망, 냉정 속의 뜨거움, 겨울 속에 싹트고 있는 봄의 존재처럼 작가는 삶이 주는 무수한 슬픔 속에서 비상을 꿈꾸고 있다.
그의 초기작품은 공간에 대한 사유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작업공간인 지하세계에서, 그는 인간의 고립과 고독의 본질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 과정 속에서 그는 더욱 혼자가 되었고, 캐릭터를 또 다른 자신으로 형상화시켰다. 그는 작품을 통해 자신이 처한 현재에 대한 두려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회한과 기대감을 모두 표현해냈다. 캐릭터의 밝고 생동감 있는 색채에 반해 서글퍼 보이는 동작, 재치 있어 보이면서도 어쩐지 어두운 표정은 우리의 삶 자체와 닮아있다. 행복의 반대편에 불행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삶의 반대편에 죽음이 있는 것이 아니듯, 행복 안에도 불행이 존재하고 삶 속에서도 죽음이 존재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생. 그 질기고도 흔한 역설 속에서 작가는 꽃을 피워내고 싶어 한다. 지하세계 속에서도 빛을 좇아 내일을 보고 싶어 한다. 그것은 오랜 어둠을 견뎌낸 사람만이, 어둠 속의 사물을 더 명징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비로소 최근 작품을 통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오랜 추위와 바람이 지나간 후 바라보는 생명의 탄생은 모두 신비롭게 느껴지듯이, ‘Yellow giant'와 ‘새싹’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되는 도약과 새 출발, 밝음과 에너지, 열정과 기대를 품은 세상을 향한 새로운 움직임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지하세계 속에서 살아왔던 Yellow giant를 지상의 공간으로 끌어내어 새싹에 물을 주고 꽃을 피워내고 있다. 아마도 꽃은 피어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새로운 생명을 향한 사랑과 진심이, 피어난 꽃보다 아름다운 꽃일 수 있다. 세상에 보이기 위한 꽃이 아닌, 그 존재가치만으로 이미 충분한 꽃 이상의 꽃.
그것은 우리의 마음속에 자라고 있었지만 그동안 외면해왔던 아름다움들을 향한 질문일 수 있다. 절망 속에서도 춤을 출 수 있었지만 얼어붙었던 발에 대한 반성일 수도 있고, 얼마든지 뛰어놀 수 있지만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다. 희망을 꿈꾸는 자는 그 순간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 이번 이석호 작가의 전시회를 통해 숨겨져 있던 삶의 보석들을 다시금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임경희-
 
1. 전시작가: 이석호
2. 전시장소: 팔레 드 서울 B1
3. 전시기간: 2014.03.20-04.09
4. 관람시간: 월-금 10am-09pm, 토-일 및 공휴일 10am-0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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