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전시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전시상세정보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컨덴세이션 Condensation 전

  • 상세정보
  • 전시평론
  • 평점·리뷰
  • 관련행사
  • 전시뷰어




전시명: 컨덴세이션(Condensation)

장소: 아뜰리에 에르메스,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B1F

전시기간: 2014년 10월 2일 – 2014년 11월 30일

         오전 11시- 오후 7시(수요일 휴관, 무료입장)

기자간담회: 2014년 10월 1일, 오전 10시30분

주최: 에르메스 재단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의 지하 1층으로 이전하여 10월 2일 새롭게 오픈하는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첫 번째 전시로, 에르메스 재단이 기획한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과정 및 결과물을 보여주는 ‘컨덴세이션(Condensation)’전시를 개최한다. 에르메스 장인 공방에서 진행된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숙련된 장인의 기술과 현대 작가들의 창작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시도에서 2010년 여름에 처음 시작되었고, 매년 4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4년간 총 16명의 작가들이 제작한 작품들로 ‘컨덴세이션’ 전시의 막을 올리게 되었다. 


에르메스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신진 작가들은 크리스털, 진귀한 가죽, 실버, 실크와 같이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재료들과 그것을 다루는 뛰어난 장인의 노하우를 작품에 접목시켜 창작의 기회를 얻게 되었고, 이렇게 제공된 기회를 통해 작가들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예술적 탐구의 문을 활짝 열어주고자 하였다. 각 공방 소속 장인들 또한, 평소에 하던 일상적인 작업과는 다른 프로젝트를 작가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더욱 연마하는 계기가 되어 공방 내에서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었다.


젊은 작가들의 작업세계를 한 층 폭넓게 하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되어 각 분야의 장인들, 그리고 작가들의 독특한 만남과 여정으로 이어진 이번 레지던시의 결과물을 조명하고자, 에르메스 재단은 가엘 샤르보(Gaël Charbau)의 기획으로 지금까지 제작된 16점의 작업들을 ‘컨덴세이션’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무대에 올리게 된다. 2013년 여름, 파리의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에서 처음 선보인 이 전시는, 2014년 3월 도쿄에 있는 긴자 메종 에르메스의 ‘르 포럼’에 이어, 2014년 10월 새롭게 단장하는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지하 1층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의 첫 전시로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Atsunobu Kohira in Saint-Louis, Instrument pour Sint-Louis, 2011, 

Photo Tadzio ©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응결: 여명, 그리고 경험의 흔적

가엘 샤르보 | 큐레이터


“우리의 모습을 찾으러 가자, 가장 오랫동안 그 물질에 대해 꿈을 꾸고 존중해온 자의 작품 속에서. 연금술사를 찾아 가보자.”

가스통 바슐라르, 공기와 꿈(L’Air et les songes)에서 발췌


작가란 창작 이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할 여유가 없는 이들이다. 이 영원히 지속되는 창작욕구는 당연히 다른 모든 면을 소진해 버린다. 그가 ‘무엇을 할까, 무엇을?’이라고 자문하며 머뭇거리고 고민하는 순간에도, 그러다가 깊은 밤까지 고민을 이어갈 때에도, 작가는 이미 작품창작을 위한 여건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아이디어가 샘솟고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가를 끊임없이 이해하고 파헤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세미나를 하고 평론을 써 내려가는 것 보다 한 작가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그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고 작품까지 판매해주면 좋겠지만 그 다음으로는 확실히) 작품의 창작을 지원해주는 일이다.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은,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말은, 흔히 여러 우회적인 표현이 있고 또 확실치 않을 때도 있으나 항상 듣게 되는 똑같은 반응이 있다.  “작업 좀 하게 절 내버려두세요!”


젊은 작가의 창작을 돕는 방법은 창작할 작품이라는 미로 속에서 몇 가지 지름길을 안내하는 일도 포함될 수 있다. 작가에게 새로운 재료를 쓸 수 있도록 물질을 제공한다든지, 그의 예술 세계가 봉착할 여러 문제를 직시하게 하고 이에 대해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이 하나로 끝나지 않고 창작 방식 전반을 관장하는 문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에르메스 재단의 레지던시는 바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공감하며 한 해 동안 지속되는 작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탄생하였다. 젊은 작가에게 에르메스 공방의 현장 내에서 작업할 기회를 주고, 숙련된 장인들의 전문기술을 끌어내어 그들의 신작을 함께 만들어내면서, 공유한 경험, 비전, 배경, 그리고 테크닉까지도 표현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할 행운을 거머쥔 작가들은 네 명의 저명한 현대미술작가들(리처드 디콘, 수잔나 프릿셔, 쥬세페 페노네, 엠마뉴엘 소니에)이 추천하고 후원하였다.


작가들이 경험하게 된 레지던시는 도심의 현대미술현장을 지배하고 있는 구심점에서 자유로워져, 다소 비밀스러운 세계로 들어가는 기회가 된다. 에르메스가 운영하는 공방과 작은 공장에서 펼쳐지는 가죽과 실크가 변신하는 세계, 그리고 가마에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달궈진 액체가 흐르는 크리스털 작업장 생-루이나 고급 금은세공 작업장인 퓌포카와 같이 시간이 정지된 듯한 세계로 초대된다. 


Oliver Beer at Saint-Louis, Silence is Golden, 2012(the artist is hearing his work), 

Photo Tadzio ©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물질에 대한 실험

보통 우리는 작업장이 어떤 곳일지 상상하기 힘들다.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하나의 물건에 모두 집중된 일체의 동작, 시선, 노하우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각각의 공헌이 완성된 물건의 아름다움에 일조한다. 단순한 아름다움은 겸손함 덕분이고 수단을 경제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결과이다. 윌리엄 모리스가 남긴 말이 생각난다. “당신이 그 유용함을 모르거나 아름답지 않다고 여기는 물건은 집에 갖고 있지 말라.” 


20세기 예술의 의심 또는 저항적 주제였던 이러한 아름다움은 마치 모든 폭풍 속에서도 힘들게 보존된 불꽃처럼 이곳의 장인들의 공방에서 보존되었다.

작가들에게는 재료에 대한 높은 수준의 정성, 광적인 수준의 정확성과 완벽함을 경험한다는 것이 오로지 장식적인 방향으로 간다는 의미이거나 안전한 ‘예쁜’ 프로젝트를 구상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경험의 모든 고유한 성질은 바로 하나의 대상을 둘러싸고 가장 현대적인 예술적 고민과 원재료의 변형에 대한 전문지식을 통합시킨 기발한 긴장관계에서 형성된다. 이렇듯, 가브리엘레 키아리는 길고 섬세한 작업인 실을 하나 하나 다시 짜고 색소와 이를 굳히는 매개체를 이용하는 힘든 과정을 경험하였다. 엘리자베스 S. 클라크의 아이디어였던, 즉 지름이 4미터가 넘는 원을 만들고 이를 온통 흰 가죽으로 감싸는 계획을 구현하기 위해 그를 도운 장인들은 참신한 해법을 찾아야 했다. 올리버 비어와 아츠노부 고히라는 유리 불기와 자르기의 달인인 장인들의 곁에서 배우며 크리스털의 음향적 성질을 적용하고 물리적 강도를 실험하였다. 올리비에 세베르는 외형적으로 재미있으면서도 기발하게 착각을 일으키는 전혀 다른 모습 또는 중복되는 이미지를 크리스털로 창조하였는가 하면, 마리-안느 프랑크빌은 크리스털을 고문을 위한 기구 세트로 변신시켰다. 브누와 피에롱과 안드레스 라미레즈는 산업적 재료로 구성한 복잡하고 다의적인 설치작품 속에 실크의 연약함을 결합시켰다. 오유경과 마린느 클라스는 금속에 문양을 새기는 장인, 윤을 내는 장인들 곁에서 은도금된 금속판을 추상조각의 영역으로 옮겨놓았다. 펠릭스 펭키에, 안느-샤를로트 이베르, 에밀리 피투아제와 세바스티앙 그슈윈드는 가죽의 강도 및 탄성을 실험하거나 콘크리트와 같이 가장 거칠고 예상하지 못한 재료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가죽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특성을 살려 하이브리드 성질의 조각을 구현하였다. 시몽 부드뱅은 가죽의 본질을 반대로 이용하여 이를 거푸집으로 사용한 반면 마르코스 아빌라 포레로는 가죽에 장식을 하고 팔렌케로스의 역사로 가득 찬 북을 씌운다. 


사야 가죽공방에 설치된 Elisabeth S. Clark의 작품



새로운 소리

확실히 이번 전시를 위해 큐레이터에게 맡겨진 대상은 특이하고 소중한 것이었다. 전시는 평소 익숙한 감각과는 정반대로 기획되었는데 이는 작품의 선택과 숫자가 이미 결정된 상태에서 작품의 공존을 가능하게 했어야 되기 때문이다.  마치 해몽을 하는 것처럼, 모든 요소들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데 주제와 의미를 담은 시나리오가 그 순간 빠져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내 조화의 요소가 서로에 대한 연결고리, 공명, 증거, 명백한 평행선, 비교 가능한 형태와 성질과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일단 자리를 잡게 되면, 천천히 그러나 점진적으로 그 온전한 의미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전시로서의 ‘컨덴세이션’은 나선형의 은하수 또는 군도(群島) 형태와 유사해 보인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공통분모를 간직한 채, 교류와 결합의 대륙이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꿈의 언어는 이곳에서 연금술의 언어와 만나게 된다. 모든 작품은 여러 공방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가 모여 멀리서 열리는 콘서트를 표현하는 하나의 문장이다. 불의 넘실거리는 소리, 은이 부딪히는 금속 소리, 바늘이 가죽을 통과할 때 나는 소리, 자르기 전 큰 가죽 조각을 검사하기 위해 문지르는 소리… 동물 지리학, 광물의 고정, 설화의 파생된 이야기, 에로티시즘, 시간, 공간 또는 우연 등을 주제로 표현한 이 작품들 중 몇몇은 잔인하면서 극적인 효과가 있다. 이 작품들은 정확한 형태 및 재료를 온전히 복종시키는 형태에 대한 고민을 통과한 사유와 명상의 결과이다. 새로운 소리를 싣고 우리 앞에 나타난 이 작품들은, 오므림, 가죽 씌우기, 색채 입히기, 강화, 테이블 세트, 융합, 가습 처리처럼 우리에게 생소한 효과를 소리와 함께 들려준다. 


… 그리고, 막이 오름과 함께 의기양양하게 등장하며 변신하는 형상들의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생앙트완 가죽공방 안뜰에 설치된 세바스티앙 그슈윈드의 작품, 

Photo Tadzio ©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가엘 샤르보

1976년생으로 파리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가엘 샤르보는 예술평론가이자 독립큐레이터이다. ‘파티큘’매거진을 발행하여 2010년까지 편집을 주관했으며, 2009년부터 현재까지는 ‘살롱 드 몽트루주’의 편집부 디렉터를 맡고 있다. 그가 진행한 최근 전시들은 다음과 같다: “Rituel,” Fondation d’Entreprise Ricard (파리); Neil Beloufa, “Les Inoubliables Prises d’Autonomie,” 팔레 드 도쿄 (Daria de Beauvais와 공동기획);  “L’Arbre de Vie,” Collège des Bernardins (파리)  (Alain Berland와 공동기획); “프랑스 젊은 작가전: The French Haunted House,”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생앙트완 가죽공방에서 장인들과 작업중인 세바스티앙 그슈윈드, 
Photo Tadzio ©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1)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운영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장인 공방인 아뜰리에와 밀접한 협업에서 출발한다.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네 명의 멘토 작가들(Susanna Fritscher, Richard Deacon, Giuseppe Penone, Emmanuel Saulnier)이 재단에 추천하여 선정된다. 멘토들은 교육적인 측면과 특정 재료에 대한 작업 경험, 그리고 특히 뛰어난 예술성을 고려해서 선정하였고, 이들은 매년 새로운 작가들을 추천하며 총 4년간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였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창의력이 넘치는 젊은 작가들에게, 경제적인 이유로 좀처럼 다루기 어려운 재료와 테크닉을 제공하여 예술작품 자체를 향상시키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모든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에르메스의 다양한 장인 공방에서 이루어졌다. 


작가는 장인과의 소통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하여, 프랑스어 구사가 가능한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한정하였으며,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에르메스의 공방에서 총 16명의 작가가 참여하였다. 


2) 총 16명의 작가가 참여한 레지던시 프로그램




3) 워크숍 내 레지던시 프로그램 진행 과정


작가들은 각자 2개의 작품을 만들어 하나는 본인이 소유권을 갖고, 다른 한 점은 에르메스 재단이 보유하여 공방 혹은 전 세계의 여러 전시장에서 선보여지게 된다. 


작가들에게는 무한 창작의 자유가 허용되며, 그들의 작업은 ‘백지’에서 시작된다. 즉 작업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운 채로 임하는 것을 지양하는 것이다. 따라서,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2-3개월동안 진행되는 정식 기간 전에 집중 훈련기간이 주어지고, 이 때 작가는 에르메스 재단에 제안할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다. 


레지던시 기간 중에 작가들은 에르메스 재단으로부터 생활비 및 장학금을 지원받으며, 공방에서도 매일 작가가 필요한 제작 노하우와 재료를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돕게 된다. 


에르메스 재단은 작가와 작품에 관한 홍보 및 전시를 지원하는 한편, ‘레지던시 저널(Residency Journals)’이라는 아트북 출판에 주력하여 악트 쉬드(Actes Sud) 출판사와 함께 아뜰리에 작업 과정을 촬영한 영상 및 평론 글들을 실은 출판물을 내놓았다. 총 4년간 16명의 작가들의 결실을 모아 ‘컨덴세이션’이라 명명된 이 전시는, 파리에 소재한 팔레 드 도쿄에서 최초로 대중에게 소개된 이후, 일본과 한국으로 순회하게 된다. 


장인과 작가들 간의 소통은 각자가 지금까지 걸어온 행로를 바꾸기도 하고 창의력을 더욱 키우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경쟁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장인과 작가의 만남은 각자 작업에서의 도약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에르메스 재단이 추구하는 가치이다. 





아츠노부 코히라의 작업을 돕는 생루이 크리스털공방의 장인들 

Photo Tadzio ©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존 롭 맞춤부츠 공방에 전시된 Anne-Charlotte Yver 작품


퓌포카 실버공방에서 작업중인 마린느 클라스, 

Photo Tadzio ©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피에르 베니트 가죽공방에 설치된 에밀리 피투아제의 Giselle, 

Photo Tadzio ©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4) 참여작가 및 작업소개


Elisabeth S. Clark (엘리자베스 S. 클라크)

À travers, 2010

영국출신의 젊은 작가인 엘리자베스 S. 클라크(1983년생)는 2008년에 슬레이드 순수예술학교를 졸업하고 수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그녀는 시간성, 간극, 음성의 기록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하며 언어학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 재료에 개념적이면서도 예민하게 접근하는 작가는 재료의 또 다른 차원을 탐구한다. 2008년에 자신의 공연 ‘단막극의 책 콘체르토’에서는 책을 악기처럼, 독서하는 사람을 연주자로 대하는 지휘자 역할을 하였다. 페이지를 넘기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책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 클라크는 오베르뉴에 1945년도에 설립된 사야 가죽공방에서 레지던시에 참여하였고. 수잔나 프릿셔의 지도 아래 진행되었다. 


Benoît Piéron (브누와 피에롱)

Le Lit, 2010

 2007년에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한 브누와 피에롱(1983년생)은 실크 제작의 역사적인 전통을 자랑하는 리옹 근교 피에르-베니트에 위치한 에르메스 텍스타일 공방에서 영국 조각가 리처드 디콘의 지도를 받으며 레지던시를 진행했다. 그의 작업에서는 맥락과 풍경이 창작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새로운 도구 및 패브릭 등을 이용하여 매체와 긴밀하게 작업을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노마딕 설치작업을 구현하기로 하고 ‘실크의 바다에 빠져들다’라는 제목으로 침대 형태로써 실크의 세계를 표현하였다. 침대는 꿈의 공간이며 ‘결혼이라는 드라마’의 정점을 이루는 곳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뷔콜 아카이브에서 자료를 찾고 영감을 불어 일으키는 섬유패턴을 골라 시트, 베개커버, 커튼을 디자인하였다.        


Olivier Sévère (올리비에 세베르)

De rien ne se crée rien, 2010

모젤 지방의 생-루이-레-빗슈에 위치한 생-루이 크리스털 작업장은 1586년부터 유리공예 장인들이 유리와 크리스털의 비밀에 대하여 탐구해온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2002년에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한 조각가 올리비에 세베르(1978년생)가 엠마뉴엘 소니에의 지도로 레지던시 기간을 지냈다. 그는 매일 접하는 일상용품을 주제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기존의 자신의 작품 방향을 바꿔보기로 하였다. 재료에 대한 연구, 재료의 성질과 화학적 형태 및 물리적 제약에 대한 탐구에 집중하면서 작가는 크리스털, 그리고 16세기부터 유리장인들이 만든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놀기’로 하였다. 


Simon Boudvin (시몬 부드뱅)

Table 01 (Bogny), 2010

쥬세페 페노네의 지도를 받은 시몽 부드뱅(1979년생)은 2003년에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와 파리 국립고등건축학교를 졸업하였다. 작가는 재료와 건축 사이에 인간이 맺는 관계 속에서 남기는 족적에 관심을 갖고 조립, 설치, 사진 또는 현장에서 직접 작업하는 방식을 취한다. 아르덴느 가죽 워크숍에서 작가는 장인들과 동등하게 테이블 하나를 놓고, 그 지역 산업역사뿐 아니라 가죽장인들 각자의 개성과 배경에도 관심을 두었다. 또한 가죽을 자르고 난 후 생기는 빈 공간과 남은 가죽조각에 집중하여, 자신의 작품에 적용 가능한 피복 과정과 그 다양한 단계 및 전문적인 손동작을 대상으로 하였다. 


Marine Class (마린느 클라스)

Reliefs de table, 2011

마린느 클라스(1983년생)는 2007년에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였다. 그의 작품세계는 주변 환경에 대한 자신의 환상이 깃든 관점을 조각으로 표현한다. 건축 모형, 일상용품, 디자인 그리고 장식물의 교차점에 그의 작품이 존재한다. 작가는 특정 맥락에서 이러한 물건에 대해 사유하고 이들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해본다. 리처드 디콘의 지도 하에, 클라스는 파리 근교의 고급 금은세공작업장 퓌포카에서, 리빙 제품과 창조적인 환상 사이에 훌륭히 자리 잡은 하이브리드 성격의 작품 ‘테이블 부조’를 제작했다.  


Sébastien Gschwind (세바스티앙 그슈윈드)

Un genre humain, 2011

세바스티앙 그슈윈드(1973년생)는 1999년에 낭시국립미술학교를 졸업 후 글래스고 미술학교를 졸업하였다. 그는 파리와 베를린을 오가며 2005년에서 2010년까지 해피퓨(Happyfew) 갤러리를 공동설립하고 운영하였다. 그의 작업은 조각, 디자인 가구, 설치, 건축가들과의 협업 등을 망라하면서 공간, 구조, 부피 및 형식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그는 사물의 기능성/비기능성의 주제로 작업을 하며, 가상과 현실 사이를 넘나든다. 엠마뉴엘 소니에의 지도 하에, 파리 12구에 위치한 생-앙트완느 가죽 공방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여기서 그림 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를 연상시키는, 네 개의 모듈 위에 동물가죽(수소, 타조, 염소, 악어)이 통째로 얹혀진 ‘휴먼장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Atsunobu Kohira (아츠노부 코히라)

Instrument pour Saint-Louis, 2011

히로시마 출신의 아츠노부 코히라(1979년생)는 2006년에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고 2010년에 프루누와-국립현대미술학교를 졸업하였다. 그는 조형예술에 대한 연구를 오감에 대한 질문을 주제로 발전시켜왔다. 특히 소리의 시각적 표현, 또는 반대로 어떤 물질의 음향적 해석에 대하여 고민한다. 주세페 페노네의 지도 아래 생-루이 크리스털 공방에서의 경험은 작가에게 새로운 재료인 크리스털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었고, 크리스털 공방의 노하우와 1767년에 루이 15세가 왕실 유리 작업장으로 격상시켰던 공방의 역사가 전체적으로 작업에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생-루이를 위한 도구’에서 작가는 크리스털의 투명성과 소리의 공명을 탐구하면서 이 공방의 역사를 탐구한다. 


Émilie Pitoiset (에밀리 피투아제)

Giselle, 2011

에밀리 피투아제(1980년생)는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였다. 팔레 드 도쿄 파빌리온에서의 레지던시, 다수의 개인전 등으로 상당히 이름을 알린 작가로, 육체와 사물의 미약한 균형, 부자연스러운 자세와 동작에 대한 의문을 가지며 행위예술의 함축적 의미를 시각예술과 병치시킨다. 미니멀리즘 또는 하이퍼-리얼리즘을 연상시키는 설치작품들, 박제술(剝製術), 순진한 그림들은 모두 형상화의 제약을 표현한다. 수잔나 프릿셔의 지도를 받아 리옹 근교에 위치한 피에르-베니트의 가죽 공방에서 가죽 작업의 한계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며 프로젝트 ‘지젤’을 시작하였다. 양가죽에 주름을 넣어 무대 커튼을 만들어 로맨틱 발레의 우아함과 가죽장인의 전문적인 제작 노하우, 그리고 작가의 균형 및 무대연출 개념에 대한 탐구와 예술의 허구적 잠재성에 대한 사유를 모두 통합시킨다.


Oliver Beer (올리버 비어)

Silence is Golden (Hammer, Anvil and Stirrup), 2012 

Outside-In, 2012

영국 출신의 올리버 비어(1985년생)는 러스킨 미술학교(옥스포드 대학)와 음악원을 졸업하였다. 그는 자신을 조형예술가 겸 음악가, 또는 음악가 겸 조형예술가라고 규정하며, 드로잉, 사진, 비디오, 공연 그리고 설치미술까지 망라한다. 그의 작품세계의 핵심은 소리에 관한 연구로, 그의 공연은 소리와 그 소리를 둘러싸는 공간과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배우, 연주자와 합창단을 연출한다. 그의 작품은 늘 시적이면서도 소박한 성격을 지닌다. 오스트리아 작가인 수잔나 프릿셔의 지도를 받으며 생-루이 크리스털 공방에서 프로젝트 ‘침묵은 금이다’를 진행하면서, 크리스털 창문으로 바깥 세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음향 설계가 된 나팔형 조각과 생-루이 공방의 대표적 작품인 문진(文鎭)에 대한 재해석을 내놓았다. 


Oh You Kyeong (오유경)

Les Pagodes de la Lune, 2012

한국 출신의 오유경(1980년생)은 2010년에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였다. 작가는 예술이 사람의 에너지를 실질적으로 자극하며 우리 시대의 사회적 배경의 방향 설정을 돕고 우리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수정해준다고 믿는다. 따라서 그의 예술적 접근방식은 치유 개념을 포괄하며 변화의 가능성으로 인해 절대적 대상이 획득하는 새로운 구조를 탐구한다. 쥬세페 페노네의 지도 아래 퓌포카(1820년 에밀 퓌포카가 설립)에서 레지던시를 마친 오유경은, 1930년대에 혁명적인 형식언어를 발명하여 물건의 형식이 그 기능에 맞추어야 함을 주창하였던 쟝 퓌포카의 노트 및 종교의식에 쓰인 물건의 스케치 그리고 크로키를 관찰하며 영감을 얻었다. 프로젝트 ‘달 파고다’라는 작품을 통해 영적, 문화적 대화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은도금한 금속을 각기 다른 크기로 제작하여 이를 조합 후에 6개의 파고다를 구성하였다. 안도감과 행복감을 가져다 주는 신비로운 불교식 돌탑에서 착안한 이 작업은 작가가 다뤄온 ‘산에 관한 주제, 무한증식, 삶의 순환적 

구조’와도 연결된다. 


Félix Pinquier (펠릭스 펭키에)

Station, 2012

펠릭스 펭키에(1983년생)는 뢰이-말메종 미술학교에서 수학 후, 2010년에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와 말라코프 음악원을 졸업하였다. 트럼펫 연주자로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도 했던 작가의 작품세계는 이러한 두 가지 전공을 반영되어 있다. 즉 소리의 기록과 관련된 주제와 소리와 이미지 간의 관계를 공간적으로 표현하는 문제를 주로 고민한다. 펭키에는 영국 작가 리처드 디콘의 지도를 받아 론-알프 지방의 엥 구역에 위치한 벨레 가죽 공방에서 레지던시를 수행하였다. ‘스테이션’ 프로젝트는 가죽장인들의 노하우에 힘입어 소리의 공간적 표현에 대한 연구를 펼치며, 커다란 아코디언 모습으로 음의 파장을 구현하였다.


Andrés Ramirez (안드레스 라미레즈)

Lost in Love, 2012

콜롬비아 출신의 안드레스 라미레즈(1981년생)는 무용수 및 음악가로서 각각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2008년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였다. 5년간 엠마뉴엘 소니에의 아뜰리에에서 지도를 받기도 했던 그는 형태와 공간 속 형태의 작용에 대해 고민한다. 그의 작품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있고 조합을 이루기도 하며 음향과 함께 구성되기도 한다. 엠마뉴엘 소니에의 지도 아래, 라미레즈는 실크 프린트 기술과 색채 제조 등의 노하우를 가진 피에르-베니트에 위치한 실크공방에서 레지던시 기간을 보냈다.  프로젝트 ‘사랑 속에 헤매다’는 버려진 파이프, 고철처럼 거리에서 찾은 물건과 작가가 실크나 코튼으로 된 천 위에 디지털 프린트한 매체로 구성된다. 현대의 상징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는 이미지, 콜라주, 그리고 로고와 약자를 표시하는 그래픽적 요소들의 시리즈 작업을 주로 하며, 자신의 작업이 ‘완성을 향한 연속’이며 목표는 종료된 결과에 있지 않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과 탐구에 있으므로 작품은 영원히 완결되지 않고 무제한적이라고 표현한다. 


Gabriele Chiari (가브리엘레 키아리)

Chaîne 3.1 et Chaîne 3.2, 2013

오스트리아 출신의 가브리엘레 키아리(1978년생)는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였고, 주로 수채화와 뎃생을 통해 색채뿐만 아니라 매체를 대상으로 실험한다. 큰 포맷의 종이를 바닥에 깔고 다양한 방법으로 종이 위에 우연히 젖어 드는 색채와 그 흐름을 실험한다. 작업의 규칙은 한 가지의 색채, 한 가지의 포맷, 하나의 단순한 제스쳐라는 명확하고 제한된 조건에 기반한다. 형태는 자유롭게 만들어져 우연한 결과가 생성된 것이고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가브리엘레는 하나의 작품을 선택하기 위해 여러 번의 시도 후 고를 뿐, 형태를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수잔나 프릿셔와 텍스타일 공방에서 진행한 ‘날실’ 프로젝트에서, 키아리는 특이하고 흔히 구할 수 없는 고급 공단(뒤셰스 세틴) 위에 날실나염 기법을 적용한 작업을 구상하였다. 


Marcos Avila Forero (마르코스 아빌라 포레로)

Palenqueros – Cinq tambours transformés en un voyage par l’interprétation d’un groupe d’artisans, 2013

마르코스 아빌라 포레로(1983년생)는 콜롬비아 출신으로 파리와 보고타를 오가며 작업한다. 그는 2010년에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였고, 2013년 4월에 전시를 진행한 바 있는 팔레 드 도쿄로부터 얼마 전 수여 받았다. 작가는 민족의 이동, 다양한 사고방식, 문화, 모순과 제약, 사람들을 자극하는 뿌리 깊은 권력과 폭력이라는 개념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정치적, 사회적 맥락 및 개인의 이야기들을 재료 삼아, 불법 체류 및 이주, 포스트 식민주의 경제 등에 대한 주제를 주로 다루며, 현장에서 프레스코화, 비디오, 물건을 다른 이와 협업으로 제작하기, 육체를 주제로 한 실험 등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농트로네즈 가죽 공방에 초대된 그는 가죽 자르기 장인의 ‘가죽읽기’를 통해 그 동물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어, 남미대륙의 도망친 노예들의 후예들을 일컫는 ‘팔렌케로스’를 제작하였다. 이 공동체는 의사소통과 창조의 매체가 되었던 북을 통해 그들의 문화가 전해졌는데, 작가는 바로 이 북세트를 공방 장인의 전문 기술을 적용하여 양피지로 제작하고, 그들이 가죽을 읽듯이 양피지 위에 팔렌케로스의 역사를 썼다. 


Marie-Anne Franqueville (마리-안느 프랑크빌)

Presque innocente, 2013

마리-안느 프랑크빌(1981년생)은 2009년에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였으며 쟝-미셸 알베롤라와 리처드 디콘의 아뜰리에에서 수학하였다. 리처드 디콘의 지도를 받아, 생-루이 크리스털 작업장에서 레지던시를 마친 프랑크빌은 인류학과 예술의 정신분석학 세미나에 참가했던 영향과 박제사와 인형극 조종사로부터 배운 경험들을 기반으로 선사시대 및 신화의 세계, 육체적, 그리고 초자연적인 세계로 차례 차례 우릴 안내한다. 무의식, 꿈, 설화, 창조 신화가 ‘감상적인 고고학’과 같은 틀에서 물질로 형상화되어 그림과 형상들이 그 잔재로 남는다. 작가가 상상한 프로젝트 ‘거의 순수한’은 크리스털 공방의 거의 모든 아뜰리에가 관여하였다. 작가는 ‘킬러 테이블 세트’를 제작하여, 여성의 몸을 “마치 어떤 사연을 지낸 채 몸이 크리스털로 바뀐 동화 속 이야기처럼” 표현하며 각 부위가 무장을 한 듯한 모습으로 만들었다. 작가는 생-루이의 크리스털 세트 디자인을 새롭게 해석하여 변형시키고 특정인물을 연상시키는 ‘다이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Anne-Charlotte Yver (안느-샤를로트 이베르)

Living Dead Factory – Acte 1 : Manipulation, 2013

Living Dead Factory – Acte 2 : Division du désir, 2013

안느-샤를로트 이베르(1987년생)는 2010년부터 시작된 에르메스 재단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초대된 작가 중 최연소로, 2011년에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했다. 재료에 대한 실험을 즐기며 재료와 거푸집 간의 형태, 그리고 그 미학적, 물리적 균형 간의 힘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본질적 나약함을 주제로 작업한다. 상처, 부러짐, 액체가 흐른 자국 또는 파괴의 흔적, 이 모든 것이 그의 작품세계에 등장한다. 자신의 스승이었던 엠마뉴엘 소니에가 또 다시 멘토로 되었으며, 작가는 파리의 모가도르 거리에 있는 존 롭 수제화 공방에서 레지던시를 수행하였다. 이 곳에서 고객의 이름이 새겨진 구두 모형에서 유령 같은 존재감을, 살아 있으면서도 죽은 재료인 가죽을 가지고 최대한 동물성을 살리고자 하는데 주목했다. 그리하여 프로젝트 ‘살아있는 죽은 공장’에서 벽에 부착한 긴 가죽 조각에, 벽면에 설치된 강철 막대로 극도의 장력을 가하는 실험, 콘크리트로 된 추상적인 구조물의 무게를 지탱하며 매달려있는 벨트 실험 등을 진행하였다.



Photo Tadzio © Fondation d’entreprise Hermès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