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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석 : 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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妙行





                                                          최 건수(사진 평론가)

  이제 끝내려는가? 그의 밤 네온 찍기 말이다. 2002년부터 찍어 온 이 사진들은 이미 세 번에 걸쳐서 발표 되었다. 밤의 꿈, 가득 빈, 그리고 마음 혁명이 그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마침표를 찍기 위해 묘행(妙行) 앞에 그가 서 있다. 하나의 소재를 10년 넘게 찍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것도 밤에. 이런 상황이라면 웬만한 작가는 못 버틴다. 지루해서 스스로 못 버티거나 표현 방법을 달리할 만한 아이디어 빈곤으로 나자빠질 위험성이 크다. 그러나 동일 소재가 음악의 소나타 형식처럼 여러 차례 변주를 통해서 확장 되는 것으로 정동석을 따라 갈만한 예를 나는 알지  못한다. 자칫하면 지루한 반복이기 쉽다.

 그의 과거의 사진을 보아 온 사람들은 네오사인을 대상으로 한 첫 시리즈, ‘밤의 꿈(2005)’을 보고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진가는 드물게 당대의 부조리한 현실에 관심을 보인 사람(1983년 현실과 발언에 참여)이고, 그것이 그의 작품의 정체성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그런데, 그가 엉뚱하게 모던한 밤의 네온을 들고 나온 것이었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그의 옛 동료들도 현실참여의 그림을 더 이상 그리지 않은 탓인가? 아니면 사진가 또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현실로부터 돌아앉은 것일까? 이 점에 대한 어떤 설명 혹은 해명이 필요하다고 보아진다. 그의 사진 경력 30여년을 정리하는 책 ‘MIND REVOLUTION'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할 듯싶다. 그는 책 서문을 대신하면서 이런 글을 남겼다.

텅 빈 마음이 현세를 만나 이룬 이해이며 소망이다.
흔히 세상을 바꾸겠다고 시비분별을 하지만
맑고 밝은 내면의 본성을 발견하고 체험하여
마음의 변화를 얻는 것이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혁명일 것이다.
밤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불빛에서 나는 인간의 내재적 본래 모습을 찾는다.
이 불빛은 인간들 삶의 총체이며 인간 그 자체라 부를 수도 있다
묘각(妙覺)의 빛이 발현하는 그 자리에서
빈 마음은 세상을 낳는다. 

  글은 조금 어렵다. 그러나 정리하자면 네온 불빛은 삶의 총체로 표상되고, 세상을 바꾸는 일의 시작은 ‘나’부터 시작 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신(修身)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공연히 맑은 하늘에 주먹 휘두르고 악써 봐야 세상이 그리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자칫 잘못하면 나도 그저 그런 부류 밖에 더 되겠느냐는 것이다. 하긴 그렇다. 국가나 국민을 앞세워 볼모로 잡고, 악쓰다가 망가진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냐. 그러기에 그 시간 있으면 본인부터 개조하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그 발언은 마치 속세를 등지고 세상 밖에서 유유하게 사는 도인의 풍모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소재도 좀 더 자연적이고 초월적이어야 할 것 같은데, 하필이면 흔한 네온인가. 밤의 유혹의 불빛이 수신과 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즉 그의 의도와 사진과의 불일치를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가가 이 사진을 읽는 요체가 되는 것이다. 

  네온 불빛은 반사되는 빛이 아니다. 스스로 하나의 발광체다. 자기를 들어내 보이면서 보아달라는 적극적이고 물질적인 빛이다. 인간들에게 보아달라는 어떤 목적성을 가진 빛이 네온의 빛이다. 이 목적성을 가진 빛들은 세월 따라 진화하면서 인근의 또 다른 빛들과 경쟁하고 우리들의 관심을 집중토록 유도한다. 그러니 그 빛들은 아마도 유혹의 불빛인 것이다. 이 불빛들은 사진가의 지적대로 낮 동안 숨겨진 인간의 모습을 표상하는 상징적 불빛으로 읽혀진다. 

이 불빛을 이용하며 새롭게 드러난 사진가의 불빛은 춤추고 흔들리고 일정한 반복적 패턴 속에 있다. 그리고 과거와 다른 점은 불빛의 어느 구석엔가 그것 모두가 인간과 관련이 있다는 듯, 심볼 하나씩을 슬쩍 걸쳐두었는데, 이 새로운 시도는 사진을 읽는 자가 단순히 심미적 관점으로서 이미지 읽는 것에 제동을 것과 같다. 단순한 미적 관점이 아닌, 삶의 온갖 표상으로서 네온 불빛과 그것으로부터 ‘마음 혁명’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끌어내려는 사진가와의 치열한 공방전이 밤하늘에서 밀고 당기는 싸움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것을 묘행(妙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 그것은 우리들에게 무엇인가를 설득하려는 뜻이 없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밤안개처럼 밤을 떠돌면서(그것이 묘행 같다.) 인간사를 두루 살피며, 각(覺)에 이르는 멀고 어둡고 긴 여로의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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