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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자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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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 맘 때, 신진작가와의 기획전을 열고 있는 논밭갤러리가 이번엔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작가 이형자의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를살아가는 예술가로서 자아성찰의 고민과 그런 고민을 작품으로 표현하면서 겪는 패배감을 다시 작품으로 담아 보여줄 예정이다. 오랜 휴식기 동안 켜켜이 쌓아온 고민들을 내보이는 전시인 만큼 오랜만에 처절한 예술가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전시가 될 것이라 기대된다.

잠들어 있던 씨앗이 봄볕을따라 거친 흙을 뚫고 나오다 생각에 빠져 독백하는, 그래서 더 봄에 대한 간절함이 들어 있는 작가 이형자의개인전은 4 15일부터5 1일까지 파주 헤이리 논밭갤러리에서 진행된다.




무제

털털한 개가 좋다

순한 사람이 좋다

잘 웃는 너의 수줍음이 좋다

수줍을 줄 아는 너의 부끄러움이

부끄러워서 고개를 떨구며

탁자 밑에서 망설임을 돌돌 말던 너의 못생긴 두 손가락이 좋다

며칠씩 세수도 못하고

엉클어진 채 솟아난

가난한 머릿결이 파도하고 바다를 부를 때

부를 때마다 음정이 틀리던

잘못된 노래들이

그 노래에 배꼽을 쥐던

친구들이 노오랗게 떠오른다.

펑. 어디서 무얼하다 여기 떠 있는 거냐.

여기는 저기고 거기이기도 하고 아무 곳도 아닌 곳이기도 하다.

소실점이 없는 거리. 유령의 도시.

탁자 위로 거친 파도가

일어섰다가 앉았다가 쿵쿵 내리쳤다가

발뒤꿈치로 너의 목을 찍어 누르고

그림자가 되어 다시 쓰러진 네 발목을 움켜쥐는 것이냐.

바다는 잊어버려.

오늘도 새가 먼저 와서 울고 가버린 봄,

빼앗긴 봄에도

거리는 푸르고 향기는 남아돌아

혼미한 정신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언제나 돌아갈 곳이 있으므로

낭독엔 힘이 가슴엔 꽃이

뜨거운 두 주먹을 쥔 채 머리엔 먹물이 출렁였지.

너의 슬픔에 기대어 기념하고 돌아간 빈자리

여기 끈적한 검은 연기 굴뚝으로 솟아오르고

뼈를 태우는 장례식장의 흰 단자 속 가루가 된 너의 심장 속에도 파고들어

너는 이제 한 마리 검은 연필.

애도라고 쓰고 통곡이라고 발음하는 어떤 나라에선

이렇게 속성으로 장례를 치르지 않는다고

부러진 뾰족한 그것으로 아무 짓도 않고 반듯이 앉아서 파랗게 두 손을 덜덜 떨며 왜 계속해서 종이만을 비틀고 있는가

아이야,

바짝 깎인 손톱에서 분홍 꽃 핀다.

물어 뜯어도 물어 뜯어도 답은 없고 입술에 묻은 꽃잎에서 밤이 태어난다.

밤의 아이야.

온기가 여전한 오후 네시.

여기 구겨진 종이가 탁자에 수북한데

너는 여전히 춥고, 가만히 춥고,

참고 있던 눈물이 두 뺨 위로 흘러내린다.

멍청한 봄은 재잘재잘 양팔을 휘저으며

지천으로 깔린 봉오리를 터트리자고

톡톡 어깨를 건드리는데.

개털이 날리는데.

 

- 2016. 3.10. 이형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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