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훈

도시에서 태어난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접해 온 아스팔트 도로와 빌딩 숲, 그리고 아파트의 집합 공간이 만들어내는 삶의 터전인 도시를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을 보여준다. 흔히 인공적 도시의 대척점에 있는 자연을 이상적인 공간으로 생각하지만 작가에게 도시는 산과 들과 강이 있는 자연과 크게 다름없는 친숙하고 편안한 공간이다. 작가는 그러한 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의미 있는 삶을 보낼지에 대해 고민하며 화면을 완성해 나아간다. 작가가 자주 가는 공간과 길 혹은 지나갔던 곳들을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한 개성 있는 질감의 회화 작업을 통하여 오늘날 도시를 사는 관람객들과 정서적으로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