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폐부를 찌르며 현실을 예리하게 비평하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 ≪WE≫
□ 현대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국내 첫 개인전
- 2011년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이후 최대 규모의 개인전
- 대표작 <모두>, <우리>, <아홉 번째 시간>, <코미디언> 등을 비롯한 조각, 설치, 벽화 등 주요 작품 총 38점 전시
□ 특유의 블랙유머로 예술, 사회, 정치 등 사회의 전반적인 가치 체계에 도전하는 작품세계 조명
- 경찰, 사제, 범죄자, 소년으로 등장하는 카텔란의 익살스러운 연극에 관객들을 초대하여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이끌어내는 전시
- 미술사적 참조점을 오마주하거나 미술제도를 재고하는 작업부터 죽음, 소외 등 개인적인 동시에 인간사를 관통하는 주제를 다룬 작업소개
리움미술관이 '23년 첫 전시로 이탈리아 출신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 (b.1960)의 개인전 ≪WE≫를 1월 31일(화) 부터 7월 16일(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으로 리움미술관의 로비와 M2 전시장에서 조각, 설치, 벽화와 사진 등 총 3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2011년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의 회고전 ≪Maurizio Cattelan : ALL≫ 이후 최대 규모인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특유의 유머와 풍자가 돋보이는 초기작 뿐만 아니라 예술의 본질에 대한 전 세계적인 논쟁을 불러 온 <코미디언>(2019) 등 최근 화제작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다양한 직군을 경험한 뒤 가구 디자이너로 일하며 비로소 미술계에 몸담게 된다. 변곡점이 많은 그의 인생사는 전형적인 미술가 유형을 벗어나 스스로를 ‘미술계의 침입자’로 정체화하고, 제도의 경계를 넘나들며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데 기여했다.
카텔란은 일상의 이미지를 도용하고 차용하면서 모방과 창조의 경계를 넘나들어 ‘뒤샹의 후계자’로도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에는 동물*을 뜻밖의 장소에 등장시켜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령>(2021), <비디비도비디부>(1996),극사실적인 조각 설치 <아홉 번째 시간>(1999)을 비롯하여 자화상에 해당하는 <찰리>(2003) 등을 포함한 작업 다수를 선보인다.
*작품에 사용될 목적으로 포획되지 않고, 합법적 절차로 제작됨 .
특히 다양한 반향을 일으킨 운석에 맞아 쓰러진 교황 <아홉 번째 시간>은 특정 종교 및 맥락을 초월하여 권위와 억압에 대한 열띤 토론을 주선한다. 단정한 옷을 입고 공손히 무릎 꿇은 히틀러의 얼굴을 한 작품 <그>(2001)는 언급조차 금기시되는 인물을 생생하게 되살려냄으로써 역사적 트라우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유발한다. <코미디언>은 덕테이프로 벽에 붙은 바나나 하나로 미술제도의 한 가운데에서 작품의 가치에 대한 논쟁을 일으킨다.
한편 카텔란은 작품에 개인적 서사에 기반한 강력한 감정을 담아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미술관의 바닥을 뚫고 엉뚱한 곳으로 나와버린 듯한 카텔란의 얼굴을 담은 <무제>(2001)는 미술계에서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외부인과 같은 카텔란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또한 시신을 연상하게 하는 아홉 개의 대리석 조각 작품인 <모두>(2007)와 침상에 죽은 듯 나란히 누워 있는 두 명의 카텔란이 등장하는 <우리>(2010)는 카텔란 작업의 오랜 모티프인 죽음에 대한 복합적인 심상을 이끌어낸다. 나아가 최근 우리에게 일어난 참사의 기억을 소환하고 추모하며 한국 사회의 ‘우리’와 공감한다.
전시의 제목인 ‘WE’는 동명의 작품에 대한 직접적인 참조보다는 확장된 의미에서 ‘우리는 누구인가’, ‘어떻게 우리가 되는가’,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에서 경찰, 범죄자, 예술가 등 여러 역할을 능숙하게 수행하는 카텔란은 비관적이고 우울하며 냉소적인 ‘카텔란판 인간희극’으로 관객들을 초대해 잔인한 삶에 대한 애잔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카텔란의 작업을 관통하는 소재인 억압, 불안, 권위, 종교, 사랑, 나와 가족, 삶과 죽음 그리고 ‘우리’에 대한 ‘생각’은 작품을 둘러싼 토론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모종의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
카텔란은 첨예한 토론을 유발하는 한편 도덕적 합리성이나 계몽적 이상을 설파하는 예술가의 역할을 거부한다. 그는 사기꾼, 협잡꾼, 악동이라 불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어릿광대를 자처한다. 이처럼 스스로를 희화하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인간의 본성을 정확히 꿰뚫고 삶의 폐부를 찌르며 현실을 예리하게 비평하는 현실비평가의 면모를 보인다.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극사실적 조각과 회화가 주를 이루는 그의 작품 대부분은 미술사를 슬쩍 도용하거나 익숙한 대중적 요소를 교묘히 이용한다. 나아가 익살스럽고 냉소적인 일화를 선보이면서 무례하고 뻔뻔한 태도로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하고, 인식의 근간을 순식간에 뒤엎어버린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유머의 힘으로 진지하고도 심각한 소재들을 자유자재로 비틀며 신선한 자극을 던져 온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도발적인 익살꾼인 카텔란의 채플린적 희극 장치가 적재적소에 작동되는 작품들을 마주하며 공감, 열띤 토론 그리고 연대가 펼쳐지는 무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와 연계하여 카텔란의 예술 세계를 다층적으로 조망하는 다수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전시 기간 동안 카텔란의 작업 세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큐레이터이자 평론가 프란체스코 보나미의 아티스트 토크와 전시 기획의도와 주요 대표작을 소개하는 김성원(리움미술관 부관장)의 큐레이터 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또한 카텔란의 작품세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는 작가연구 강연 시리즈에 김영민(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동진(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과 교수), 임근준(미술·디자인 이론/역사 연구자)이 강연자로 참여한다. 이외에 글쓰기를 매개로 작품을 재해석하는 장혜령(소설가, 시인)의 이미지 쓰기 워크숍과 카텔란이 기획∙출간한 잡지와 출판물을 열람할 수 있는 리딩룸, 예술 출판의 역할과 의미를 살펴보는 리딩룸 세미나도 진행될 예정이다.
< 리움미술관 관람안내 >
※ COVID-19 확산 방지를 위해 단체 예약 잠정 중단
※ 전시는 사전 예약 후 관람가능하며 현장발권도 가능 | 단, 전시장 혼잡 시 현장발권은 대기 시간 발생 가능
■ 관람요금 : 무료
■ 관람시간 : 10:00~18:00 (매표마감 17:30) | 휴관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음력) 및 추석 당일
■ 위 치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 대중교통 :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1번 출구, 버스 110A/B, 405, 400 한남동 새마을금고/주민센터 하차
마우리치오 카텔란(b.1960, 이탈리아 파도바)은 1980년대 후반부터 미술 제도의 경계를 넘나드는 해학적이고 도발적인 시도를 이어오며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카텔란은 피렐리 행거비코카, 밀라노(2021), UCCA 현대미술관, 상해(2021), 블레넘 궁전, 우드스톡(2019), 모네 드 파리, 파리(2016),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2016/2011), 바이엘러 미술관, 리헨/바젤(2013), 팔라초 레알레, 밀라노(2010), 테이트 모던, 런던(2007) 등에서 개인전을 선보였다. 또한, 요코하마 트리엔날레(2017/2001), 베니스 비엔날레(2011/2009/2003/2001/1999/1997/1993), 광주비엔날레(2010/1995), 시드니 비엔날레(2008), 휘트니 비엔날레(2004) 등 유수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외 피에르 파올로 페라리와 『토일렛페이퍼(TOILETPAPER)』를 공동 창간하고, 『찰리(Charlie)』, 『퍼머넌트 푸드(Permanent Food)』를 기획하는 등 다양한 출판 활동을 펼쳤다. 1995년 《제 6회 카리브해 비엔날레》를 기획하고,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알리 수보트닉과 함께 2002년 뉴욕에 ‘더 롱 갤러리(The Wrong Gallery)’를 설립했으며, 2018년 중국 유즈 미술관에서 «The Artist is Present»를 기획하는 등 미술 현장과 제도를 비평적으로 재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