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태양 사이
듀얼 썬Dual Sun: 배희경Hee Bae + 리테시 아즈메리Ritesh Ajmeri 2인전
양지윤 |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배희경과 리테시 아즈메리는 지난 12년간 한국과 인도를 오가며 디아스포라의 삶과 예술 작업을 이어 왔다. 두 가족의 가치관과 관습 차이, 사회적 정치적 가치의 차이, 기후와 같은 자연 환경의 차이를 각자의 예술 작업에서 다루는 과정은 제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이해하는 방법이 되었다. <듀얼 썬>은 단일한 주제로 예술 작업을 묶어내는 전시가 아니라, 일상을 공유하는 두 예술가가 예술 창작을 통해 스스로가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전시다. 전시의 제목은 두 작가의 최근 작업 주제인 ‘해를 삼킨Swallowing the Sun’과 ‘듀얼 썬샤인Dual Sunshine’에서 한 단어씩 가져왔다.
리테시 아즈메리의 조각 작업은 인도에서 신상 조각을 제작하는 가족 사업을 출발점으로 한다. 고대 그리스의 남성 조각상의 형식을 차용한 인도의 남성 신상 조각에는 그 제작에서 설치까지 무수히 많은 제약과 규범들이 있다. 아즈메리는 자신의 신체를 실제 크기대로 조각상을 만들어 3가지 버전의 작업 <메리골드>, <Black on Black>과 <Hemo>를 제작하여, 그 사회적 규칙들을 해체하고, 현대 조각의 간극을 좁히는 방식을 모색한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금잔화Marigold로 만든 화환을 목에 걸지 않은 조각상은 완성품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에 설치할 수 없다. 아즈메리의 조각 작업 <메리골드>에서 땅을 안정되게 딛고 하늘을 향해 검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 날씬한 젊은 남성의 조각은 금빛 꽃으로 뒤덮여 있다. 조각 작업의 일부로서 금잔화 화환을 만들어 목에 두르고 있다. <Black on Black>은 말레비치의 1915년 작업 <검은 사각형 Black Square>에 대한 오마주이다, 흰 사각형 캔버스에 검은 정방형을 그린 말레비치의 유명한 회화 작업을, 조각 작업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을 실험한다. 검은 레이어 위에 검은 레이어를 쌓듯이, 검은 막대기 위에 검은 남성 조각상은 등을 대고 붙어 있다. <녹슨 피부Rusted Skin>은 자신의 피부 조직을 녹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피부 조직을 사진 촬영하여 캔버스에 투사한 후, 그 흔적을 녹으로 가시화시켰다. 아즈메리는 금속이 산화하여 부식한 물질인 녹은 대상을 해체하기에 중성적 매체라고 말한다.
‘해를 삼킨Swallowing the Sun’이라는 아즈메리의 작업 주제는 원숭이신 하누만Hanuman이 하늘을 날다가 빨갛고 예쁜 태양을 맛있는 망고라고 생각해 입에 넣었다는 인도 신화에서 비롯한다. 태양이 사라지자 세상이 어두워져 모든 신들이 하누만의 몸에서 태양을 꺼내고자 한다. 신들의 왕인 인드라가 벼락을 내려 하누만을 죽이고 태양을 꺼냈고, 하누만의 영적 아버지 바유가 하누만을 소생시켰다. 신화는 인간이 자연을 인지하는 방식을 표현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내 것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과 이로 인해 다수의 다른 사람이 입는 피해를 말한다. 아즈메리는 인도의 신화를 예술가의 정교한 노동을 통해 현대 조각으로 구현하는 행위가 갖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고민한다. 제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만드는 신상 조각과 제 작업실에서 만드는 현대 예술 조각과의 차이에 대해 질문한다.
배희경은 제 회화에서 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면을 표현하는 방식이, 초등학교 입학 전 한의사였던 할아버지에게 서예 수업을 받았던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전통 회화에서 그림과 글은 큰 차이를 갖지 않으며 서로 융합해 일체가 되는데 이러한 점이 인도의 전통 종교화에서도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서양 회화에서 점, 선, 면을 구분하는 방식과는 달리, 동양 회화에서는 선적 요소가 면적 요소와 혼용되어 사용되었음을 알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한국의 눈 덮인 산의 풍경을 담은 <설산>과 인도의 보리수 나무를 담은 <반얀>은 선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두 가지 계절을 그린 것이다. 4계절이 분명한 한국의 기후와 늘 여름인 인도의 기후를 교차하며 살아가는 삶은 작업에 새로운 동기가 되었다. 배희경은 제 디아스포라적 삶을 ‘이중적 생활’이라 말하며, 이를 회화 작업으로 구현한다.
1947년 가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은 영국으로부터 새롭게 독립한 인도의 당시 상황을 촬영하기 시작한다. 간디Mahatma Gandhi의 활동을 촬영하는 것을 허가 받은 그는 간디가 암살되기 한 시간 전의 모습과 암살 이후의 상황들, 장례식, 간디의 시체를 둘러싼 추모자의 모습 같은 인도의 당시 상황을 솔직하고 요란스럽지 않은 사진으로 남긴다. 배희경의 <멀리, 가까이>는 브레송이 카슈미르 분쟁 지역의 파키스탄 난민 캠프를 촬영한 사진에서 비롯한 회화 작품이다. 터번을 쓴 이슬람계 남성들은 두 손을 하늘 위로 들거나 발로 땅을 구르며 춤을 추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급 훈련을 받는 상황을 촬영한 것이다. 배희경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되는 역사적 장면을 기록한 브레송의 사진을 기반으로, 이주와 이동, 디아스포라를 회화 작업으로 그린다. 전시기간이 1년이라는 사실에 기반해, 컬러와 흑백의 두 버전으로 그린 다른 회화 작품을 계절이 바뀜에 따라 전시에서 작업을 교체할 계획이다.
‘두 개의 햇살Dual Sunshine’이라는 작가의 주제는 2010년 이후 또 다른 보금자리가 된 인도와 나의 한국에 동시에 존재하는 두 계절을 가리킨다. 마치 마주하는 두 기차가 서로 지나가면서 교차되고 사라지는 풍경처럼, 한국의 봄은 인도의 뜨거운 여름이고, 한국의 여름은 인도의 몬순이며, 한국의 가을은 인도의 겨울이라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두 개의 햇살과 더불어 공기 안의 공기, 빛 안의 빛, 비 속의 비를 그리고 있다.
배 희 경 Hee Bae
학 력 :
2007 샌프란스시코 아트인스티튜트, 회화, 석사(MFA)
2004 고려대학교, 미술학부(서양화), 학사(BFA)
개 인 전 :
2019 “스포라 스포라(Spora Spora)”, 화교역사관, 인천문화재단
2018 “디아-드로잉룸(Dia-DrawingRoom)”, 차이나타운로 44, 7, 인천문화재단
“디아-드로잉룸(Dia-DrawingRoom)” 트렁크갤러리, 서울
2017 “목요일사랑(ThursdaysLove)”, Space B_E, 윤현상제, 서울
2012 “풀(Pool)의 바닥”, 갤러리 비원, 서울
2011 “거짓 여행자”, 스페이스(Space), 바로다, 인도
2010 “고요한 행진”, 아츠 센터(The Arts Centre), 크라이스트처치, 뉴질랜드
2009 “디스코이드, 니가 가는 곳으로 날 데려가줘!” 갤러리 쿤스트독, 서울
주요 이인전 :
2023 “듀얼 썬”, 카메라타, 파주, 한국
주요 단 체 전 :
2023 “Blend”, Nexus art, Ahmedabad, 인도
2022 “Baroda March”, Stainless Gallery, 델리, 인도
2020 “DMZ 문화예술삼매경”, 고성, 강원문화재단
2019 “ 온도의 결(The Texture of Temperature)”, 닻미술관, 한국
2017 “Baroda March”, Rukshaan Art Gallery, 뭄바이, 인도
2015 “공간의 탐닉”, 부천 소각장, 부천문화재단, 한국
2014 “꿈의 나라”, 양평군립미술관, 한국
2014 “Concurrence”, West Gallery, 마닐라, 필리핀
2010 “ 프로포즈 7”, 금호미술관, 서울
2009 “Passage 2009”, 유니버셜 큐브, 라이프치히, 독일
2007 “스펙트럼 5”, 멕시코 영사관, 샌프란시스코
2007 “Dirty Candy Bar”, 스웰갤러리, 샌프란시스코
수상 및 레지던시 :
2018-19 인천문화재단 중견작가 지원 프로그램 선정, 인천문화재단
2013 HOM Art Trans, 국제 레지던시 작가, 쿠알라룸푸르, 말레이시아
2010 국립스튜디오 국제교환작가, 아츠 센터(The Arts Centre), 크라이스트처치, 뉴질랜드
2009 2009-2010 국립고양스튜디오 단기작가, 국립현대미술관,서울
2008 갤러리 쿤스트독 2009 공모작가, 서울
리테시 아즈메리 Ritesh Ajmeri
학력:
2003-2005 M.S University 대학원 석사, 조각 전공 , 바로다, 인도
1999-2003 M.S University 대학 학사, 조각 전공, 바로다, 인도
개인전:
2018-2019 “Black on Black”, 아트비트 갤러리, 서울
2011 “시간을 감는 것(Winding Time)”, 레케린 갤러리( Lakeeren Gallery), 뭄바이, 인도
주요 이인전 :
2023 “듀얼 썬”, 카메라타, 파주, 한국
주요 단 체 전 :
2023 “Blend”, Nexus art, Ahmedabad, 인도
2020 “DMZ 문화예술삼매경”, 고성, 강원문화재단, 한국
2017 “Baroda March”, 룩샨 아트 갤러리, 뭄바이, 인도
2015 ‘SeMA Shot: 공허한 제국”, 남서울미술관, 한국
2014 “꿈의 나라(Dream Land)”, 양평군립미술관, 한국
“동시성” 웨스트 갤러리(West gallery), 마닐라, 필리핀
“재장진(Reload)” 프로젝트 스페이스 필리피나스, 루쿠반, 필리핀
2013 “시간, 공간, 기억(Time Space Memory)”, 엑시빗 320( Exhibit 320), 델리, 인도
2012 “살롱 비디오 1(Salon Video 1)”, 얼러트 스튜디오(ALERT), 부다페스트, 헝가리
2010 “레지던스 퍼레이드”, 인천아트플렛폼, 인천, 한국
“오픈스튜디오2010”, 국립고양스튜디오, 한국
“Local to Local East Asian connection” 백제병원, 부산, 한국
“제 7회 국제 부산 비디오 페스티벌”, 스페이스 반디, 부산, 한국
2009 “우리의 장롱에서 미술관 까지”, 오픈 아이 드림즈(Open Eye Dreams), 코친, 인도
2008 “789”, 파인아트 페컬티 갤러리(Faculty of Fine Art Gallery), 바로다, 인도
수상 및 레지던시
2013 홈 아트 트렌스(HOM Art Trans) 국제 레지던시 선정 작가, 쿠알라룸푸르, 말레이시아
2010 오픈스페이스 배 레지던시 선정작가, 부산, 한국
2009-10 아시아 퍼시픽 펠로우쉽 선정작가, 국립 고양 스튜디오, 한국 국립 현대미술관, 한국
2008 인렉스(INLAKS) 파운데이션 기금 수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