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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 사진전: 어머니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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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 만난 어머니 - 2005 진안군


장에 가는 어머니 - 1988 구례



정영신 사진전 ‘어머니의 땅’

전시장소: 서학동사진미술관
전시기간: 2024. 4. 2(화)-4.14(일)까지 
작가와 대화: 4. 6(토), 오후3시
여는시간: 10:3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문    의: seohakdong16-17@naver.com
주    소: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16-17



1. ‘어머니의 땅’에 부쳐


 정영신작가는 시골 장터를 누비고 다니는 사진작가로 유명하다. 일종의 장돌뱅이인 샘이다. 옛날 시골 장은 공동체문화의 축제의 장이었다. 어머니들은 새벽부터 계란 10개를 짚으로 엮고 참깨를 털고 닭도 한 마리 묶어서 머리에 이고 달음질치듯이 장으로 달렸다. 이런 풍경을 찾아 37여 년 동안 수백 곳의 장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지금은 대형마트나 인터넷으로 신속하지만 인간의 대면과 흥정이 사라진 무감동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정영신은 아직도 시장을 외면하지 않고 찾아다니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보여왔던 시장터가 아니라 보따리를 이고 시장으로 향하고 논에서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게 고달픈 삶을 살아온 어머니의 모습(1980년대)을 흑백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머니의 땅’ 그 이름만으로 서럽고 벅차다. 이 땅의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희생하며 자식들을 지금의 버젓한 한 인간으로 서게 만들지 않았던가. 또한 여성은 늘  척박한 땅이었다. 돌을 걷어내고 비옥하게 일구어야 낱알 한 톨이라도 얻을 수 있는 그런 땅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살아 생전 고생을 해야했고 그 자식들은 그것을 당연시하고 살아왔다. 그것이 단순히 유교문화로 남성 위주의 문화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으로 치부해 버릴 수만은 없다. 이 땅의 어머니는 몇십 년 전 만 해도 아들을 못 낫는다고 구박과 질시를 받아왔고 남편과 시댁 어른들과 한 상에서 밥을 먹지도 못한 생활을 겪어왔다. 그러나 어머니는 묵묵히 가정을 지키고 자식들을 기르는데 질기고 강한 생명력으로 버텨왔다. 더구나 살림이 곤궁한 집안일수록 어머니의 힘이 컸다. 이 땅의 어머니들은 절대로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우리가 지금 이만큼 살 수 있는 것도 어머니의 공이 크다. 정영신의 사진에서는 이 땅의 어머니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가슴 울리는 감동이 있다.

김지연 서학동사진미술관장

 

대지에서 일하는 어머니 - 1987 영암군

대지에서 일하는 어머니 - 1987 영암군2



2. 정영신 작가노트
                                         
            
 고향은 인간 삶의 근원적 뿌리임에도 불구하고 고향을 잊은 채 살아간다. 잊는 것이 아니라 아예 고향을 잃어버린다. 경제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앞만 보고 치달리는 동안 우리민족과 함께 호흡하며 오랫동안 내려오던 옛 풍물들이 훼손되고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빠른 속도로 훼손되고 사라져가는 고향에서 마주쳤던 풍경을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소환해 본다. 

어머니라는 이름 뒤에는 늘 자식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희생이 따른다. 그리고 민족의 뿌리를 내리는 땅과 강을 대지에 비유하는 모성은 존재의 근원이자 삶이다. 어머니의 상징성은 고향이다. 고향은 태어난 곳, 돌아가고 싶은 곳, 모든 것이 용서되는 곳이자 항상 기대고 싶은 대상이다. 고향은 집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고, 나를 키워준 나무가 있고, 나를 먹여 준 밭과 논이 있고, 그 안에는 항상 어머니가 존재한다. 

80년대 후반의 고향의 모습과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을 오래된 흑백사진으로 소환한다. 가뭄 끝에 비가 내려 모내기철이 되면 사방이 초록으로 물든 논에서 어머니가 써레질을 하고, 모심을 논을 고른다. 고무다라 가득 모내기할 모를 이고 곡예사처럼 걸어가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숭고하다. 검정고무신을 신고 정강이까지 올라간 몸빼바지, 무거운 모를 이고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 등은 고향이 주는 따뜻함이자 어머니들의 공동체가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이다.

한국인의 집단무의식은 어머니들의 한(恨)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 조상들이 경험했던 신화나 전설, 혹은 민담이 어머니들의 호미질에 녹아들어 그녀들만의 지혜를 만들고 한(恨)을 만들어낸다. 우리사회는 다른 나라에 의해 강제로 나라의 주권을 빼앗겼던 일제 강점기, 외세의 영향과 간섭에 의해 발발했던 6.25전쟁, 전쟁 이후 분단이 가져온 현재까지 지속되는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상처는 집단무의식의 원형으로 남아 한(恨)이 되었다.

고향을 그리워하다보면 가족이, 어머니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우리는 가족을 성과 혈연의 관계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사회집단으로 본다. 특히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사회에서는 부모가 본능적으로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나아가 가족은 공동체적 사회의 원형으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진행된 도시산업화로 인한 사람들 사이의 단절과 소외의 문제, 80년대 민주화운동 가운데 드러난 세대, 계층 간의 갈등이나, 1990년대 이후 더욱 심화되어 가는 개인의 고립화와 가정의 파탄은, 역사의 격변 속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가정 안에서 언제나 희생과 인내로 살아온 어머니들이 이 급속한 사회변화 속에서 가정을 올곧게 지켜온 것이다. 

20세기중반의 한국사회는 철저한 가부장제 사회로 그 시대를 살았던 어머니들은 남성에게 종속적이고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어 일생동안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당대의 비합리적인 가치관과 윤리적 덕목이 우리어머니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어머니들은 자기 본성대로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힘 있는 자에게 무시당하거나 피해당할 때 그 억울함이나 응어리로 맺힌 한(恨)을 오로지 가정과 자식을 위해 희생한 것이다.  

고향은 도시라는 공간과는 다른 원초적인 생명력과 어머니의 사랑과 한이 고여 있으며, 끈질기고도 훈훈한 정감과 애환이 숨 쉬고 있다. 고향은 생활 속에서 위로 받으며 의식의 끈을 유지하고 있다. 그곳에, 어머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대지이고 삶이다. 고향의 포근함을 느끼게 하는 어머니의 사랑이자 우리의 고향이다. 


장에 가는 어머니 - 1987 옥천군


장터에서 만난 어머니 - 2012 곡성옥과장




3. 정영신 작가 프로필


1958년 전남 함평 출생으로, 38여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5일장을 모두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가이며 소설가이다. * 서울시립미술관 작품소장

개인전
  * 혼자가본 장항선 장터길 출판기념전 (2023 갤러리 인데스,인사동)
  * 정영신의 '장날' 전 2021~2022 돈의문박물관마을 작가갤러리
  * <어머니의 땅> 2021 인사동 나무아트
  * <장에 가자> 2020 갤러리브레송
  * <장터에서 백만 가지 표정을 담다>(2018.정선고드름축제장)
  * <정영신의 한국의장터전>(2017, 전국5일장박람회)
  * <장날>(2016, 아라아트)
  * <장에가자프로젝트2>(2015 정선시외버스터미널 문화공간)
  * <장에가자>(2015, 아라아트)
  * <정영신의 장터>(2012, 덕원갤러리)
  * <정영신의 장날설치전> 2008 정선, 만지산 서낭당터
  * <정영신의 시골 장터>(2008, 정선아리랑제 설치전)

   단체전
   * 2022 기억의시간 - 담양뎐
   * <순실뎐>(2017 나무화랑)
   * <병신무란 하야제>(2017 아리수갤러리)
   * <촛불역사전>(2017 광화문광장)등의
      다수의 단체전을 열었으며,




  ​저서로는
   * '시골장터에서 만난 똥강아지들' 2023.이숲
   * '혼자 가본 장항선 장터길' 2023.눈빛
   * '어머니의 땅' 2021.눈빛
   * '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 2020.이숲
   * '정영신의 장터이야기3' 2019 라모레터e북
   * '정영신의 장터이야기2' 2019 라모레터 e북
   * '정영신의 장터이야기1' 2019 라모레터 e북
   * '장날' 눈빛사진가선 29 정영신사진집 2016.눈빛
   * '정영신의 전국 5일장 순례기' 2015.눈빛
   * '한국의 장터' 2012.눈빛아카이브
   * '시골장터이야기' 2002.진선출판사
  2013~2014년 농민신문 “정영신의 장터순례” 연재
  2014년 교통방송 TBN "정영신의 장터 속 이야기“

  현재 / * 문인협회회원, 남북문학교류위원회 위원/ * 서울문화투데이 편집위원.객원기자
  *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서울문화투데이 연재중 ~ 

어머니의 안뜰 - 1988 전남 강진군 


어머니의 안뜰 - 1988 해남군 옥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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