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스프로젝트, 액스 미스유타 서울 첫 개인전 개최
- 튀르키예 이스탄불 기반으로 활동하는 러시아 작가와 갤러리가 함께하는 첫 전시
- 사회적 기대와 압박에 저항하는 주제를 담은 독창적인 회화 및 조각 선봬
- 수수께끼 같은 장면과 무게감 느껴지는 입체적 인물 표현 돋보여
페레스프로젝트는 액스 미스유타(b. 1984, 러시아 브랸스크)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정점의 직전 Best Before≫을 2024년 5월 16일(목)부터 6월 30일(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가 미스유타와 함께하는 첫 번째 전시로, 서울지점에서 공개된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기반으로 작업 중인 작가는 뚜렷한 명암으로 마치 조각 같은 인물을 캔버스에 표현하는 독창적인 화풍과 사회적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는 메시지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화면 속 시곗바늘이 없는 손목시계를 찬 인물들을 통해 ‘나이’ 혹은 ‘적기’와 같이 시간과 관련된 사회적 압박에 저항하는 정신을 암시한다. 이번 전시는 전시를 위한 신작 회화 12점과 조각 10점을 선보인다.
Aks MISYUTA Best Before Installation View May 16 – June 30, 2024 Peres Projects, Seoul
Courtesy Peres Projects Photographed by: Yangian
갤러리 공간은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명암법)로 그려진 거대하면서도 희미한 형상으로 가득하다. 다 같이 춤을 추거나 슬픔에 잠긴 것처럼 보이는 인물들도 있지만, 대부분 실존적 변화를 숙고하는 고독한 거인으로 묘사된다. 액스 미스유타는 곡예사처럼 줄을 타듯 민첩함과 우아함으로 넓은 조형적 스펙트럼을 탐색하고, 때로는 추상의 가장자리까지 나아간다.
Aks MISYUTA Best Before Installation View May 16 – June 30, 2024 Peres Projects, Seoul
Courtesy Peres Projects Photographed by: Yangian
캔버스에 깎아 새긴 듯이 강한 명암과 그림자로 표현된 그녀의 상징적인 거대한 인물들은 화면을 이루는 추상화된 풍경에 금방이라도 잠식될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화면 속 인물과 배경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은 작가가 개인의 경험(인물)을 형성하는 힘을 사회적 또는 가족적(풍경) 요인 통해 탐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그녀의 작품 중 드물게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폐기물(Trash)>(2024)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 작품에서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대신, 웨딩드레스의 모습을 닮은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상징적인 물건들로 넘쳐나 거칠고 주름진 풍경을 자아낸다. 이는 사회적 기대(풍경)에 사로잡힌 누군가의 자아(인물)가 투영된 것이다.
액스 미스유타, <어리석은 사람>, 2024. 캔버스에 유채, 100 x 150 cm.
Courtesy PERES PROJECTS, Berlin, Seoul, and Milan
미스유타는 자기 경험과 타인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사전 계획 없이 캔버스에 바로 작업한다. 어두운 색의 물감으로 첫 번째 레이어를 올린 후, 무의식에 흐름을 맡기는 오토마티즘(Automatisme)에 가까운 과정을 통해 인물의 형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직관과 즉흥성을 포용하는 그녀는 무언의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풀어내며 친밀하면서도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그녀의 카타르시스적인 연출의 손놀림은 존재의 복잡성을 함축하는 연상적 장면을 만들어낸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느낌이 풍기는 어스름한 색조와 산뜻한 색감의 터치가 돋보이는 ≪정점의 직전≫의 작품들은 운명에 대한 다각적인 탐구를 펼쳐낸다. 사회적 존재인 우리의 인생길은 개인의 욕망, 사회적 압박, 가족의 기대가 촘촘한 그물망으로 얽혀 있는 태피스트리와도 같다. 미스유타의 작품은 분명한 내러티브가 아닌 은유들로 구성되어 이러한 상충하는 힘들을 탐구한다. 예를 들어, <미지의 선물들(Unknown Gifts)>(2024)은 태어날 때 각 개인에게 주어진 고유한 환경, 기술, 도전이 운명의 손바닥 안에 자리 잡고 있음을 상징한다. 존재의 목적은 이러한 초기 조건을 개인의 선택을 통해 개인의 운명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
액스 미스유타, <어딘가에>, 2024. 캔버스에 유채, 75 x 100 cm.
Courtesy PERES PROJECTS, Berlin, Seoul, and Milan
종종 나체이거나 뒤틀린 포즈로 등장하는 미스유타의 인물은 취약함과 의구심을 풍기며, 덩치가 큰 실루엣은 단지 연약한 허울 역할만을 할 뿐이다. 풍만하고 단일한 윤곽은 개별화를 피하는 대신 다양한 원형을 구현한다. 외부의 기대와 상충하는 잠재된 욕망, 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위하여 충족되지 못한 개인적 열망과 씨름하는 그녀의 인물은 무겁게 짓눌린 것처럼 보인다.
‘나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개인의 성취를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되는 ‘시간’은 인물의 손목을 장식하는 시곗바늘이 없는 시계로 상징화되어 작품 내에서 중심을 차지한다. 복잡하면서도 때로는 한정적인 시간과의 관계를 상징하는 이 모티프는 자기 성취를 가로막는 구속 또한 떠올리게 한다. 이는 이번 전시의 조각들인 <추구자(Seekers)>(2024)에서도 그 맥을 같이 한다. 팔이 없는 이 조각들은 수동적이고 무력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정적인 형태 속에는 자아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확실한 형태가 없는 어깨의 윤곽은 날갯짓하는 모습을 연상시키며 잠재적인 변화와 해방을 암시한다.
액스 미스유타, <결혼식들과 장례식들>, 2024. 캔버스에 유채, 100 x 150 cm.
Courtesy PERES PROJECTS, Berlin, Seoul, and Milan
<결혼식들과 장례식들(Weddings and Funerals)>(2024)에서 미스유타는 환희와 슬픔이 하나의 생명력 있는 자극으로 수렴되는 열광적인 춤의 장면을 포착한다. 무게감과 유머를 능숙하게 조화시킨 그녀의 작품은 다채로운 감정을 구성한다. 귓가의 속삭임이든 열정적인 외침이든, 인생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는 인간의 탐구를 보여준다.
작가 소개
액스 미스유타 Aks MISYUTA
b. 1984, 러시아 브랸스크 | 터키 이스탄불 거주 및 작업
액스 미스유타는 조각 같은 형상으로 가능성의 경계가 모호한, 수수께끼와 상상 속의 시나리오가 지배하는 영역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형태들 속에는 단단한 물질을 깎아낸 것 같은 인물이 등장하며, 그 뚜렷한 존재감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 사람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 인물들은 자기 탐구의 표현으로서 대상을 둘러싼 심리적인 뉘앙스의 정교한 연결망을 포착한다. 작가가 개인적인 과거로부터 가져온 시각적 언어들이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그녀의 작품은 사회적 사실주의(Social Realism)와 해당 미술 사조가 지지하는 장엄한 이상에서 탄생했다. 러시아가 소련(1917-1991)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을 무렵, 러시아 예술가들은 특정한 사회, 경제, 및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고 사회에 퍼뜨리는 예술작품만을 창작해야만 했다. 미스유타는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무엇이든 할 수 있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가진 인물들을 묘사하여 그러한 사상에 저항한다.
“시간 낭비자(time-wasters)”라고 불리는 이 인물들은 빈 손목시계를 차고 한가하게 시간을 흘려보낸다. 시계 모티프는 러시아에 널리 알려진 “시간이 똑딱똑딱 흘러가고 있어(the clock is ticking)”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성인이 된 소녀들에게 결혼과 출산 등의 사회적 압력을 가하는 문화를 언급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시곗바늘이 없는 시계를 찬 채, 시간에 무관심한 모습으로 그러한 사회적 기대에 조용히 반대한다.
미스유타의 작업은 파리 갤러리 아트 : 컨셉(Galerie Art : Concept, 2023), 제네바 세바스티앙 베르트랑(Sébastien Bertrand, 2021, 2020), 런던 유니언 퍼시픽(Union Pacific, 2020)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이 외에도, 로랑스 반 하겐(Lawrence Van Hagen)이 기획한 바르바로 궁전(Palazzo Barbaro)의 ≪Corpo e Mente≫, 드로닝몰레 테그너 미술관(Tegners Museum, 2022)의 ≪Heroic Bodies≫, 윌리엄 렁(William Leung)이 기획한 홍콩 Woaw 갤러리(2021)의 ≪Around The World, Around The World≫, 조안 터커(Joan Tucker)가 기획한 뉴욕 필립스(Phillips, 2021)의 ≪Sweet Jane in Fields of Daisies≫, 덴마크 코펜하겐의 콜라보레이션스(Collaborations, 2021)의 전시 ≪Women to Women – Don’t Call Me Muse!≫, 제네바 세바스티앙 베르트랑(2020)의 ≪Portraits & Some Standing Figures≫를 비롯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그녀의 작품은 부에노스아이레스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베이징 X 미술관(X Museum), 파리 니아르코스 컬렉션(Niarchos Collection) 등 공공 및 개인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페레스프로젝트 소개
2002년, 하비에르 페레스가 설립한 페레스프로젝트는 현대미술 갤러리로서 현재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컬렉터, 아트 어드바이저, 그리고 여러 문화예술기관과의 긴밀하고 지속적인 협업으로 현대미술의 주요 컬렉션을 구축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갤러리는 창립 이래 뉴욕, 로스앤젤레스, 아테네, 스톡홀름 등 세계 각지에서 공간을 운영한 경험들과 예술적 안목으로 주요 현대미술 프로젝트들을 기획해 왔다. 더불어 다양한 배경의 전망 있는 신진 작가들도 꾸준히 발굴하고 폭넓은 예술적 스펙트럼을 포용한다. 2022년, 20주년을 기념해 밀라노와 서울에 분관을 개관했으며, 작년 4월 삼청동에 확장 이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