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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는 서로들 Weaving Rel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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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은 올 상반기 ‘건축’ 의제를 다루는 전시 3개(《시공時空 시나리오》, 《길드는 서로들》,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를 순차적으로 개최하여 건축과 우리의 삶이 어떤 연관 관계 속에서 예술적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살펴본다.

남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길드는 서로들》은 건축의 본질적 속성을 ‘관계맺기’를 통해 가치와 경험을 만드는 행위로 파악하고 이를 다양한 개념적 접근으로 살펴보는 전시이다. 건축은 자연 환경과 물리적 공간이라는 토대 위에서 출발해 시대와 사회의 공적 요구를 반영하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져야 하며, 이는 시간과 주변 환경적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건축의 본질은 인간과 자연, 과거와 현재, 공동체와 개인, 물질과 비물질적인 것 등의 다양한 요소를 연결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전시명 ‘길드는 서로들’에서 ‘길드는’은 생텍쥐페리의 문학작품 『어린 왕자』(1943)에서 인용된 것으로, 시간성과 반복성, 과정을 전제로 형성되는 관계맺기를 의미한다. 《길드는 서로들》은 개별적 자아가 발아하고 뿌리내리는 데 중요한 요건이 되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매개로 발생하는 다양한 방식의‘관계맺기’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유도한다.

참여 작가 고등어, 김봉수, 도이재나, 서지우, 안진선, 전재우, 지박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계맺기’를 이야기한다.

고등어는 사회 구조 속에서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두 번째 신체’에 주목해 실제 세계를 경험하며 떠오른 장면, 혹은 상상적 이미지를 연필 드로잉과 회화로 표현한다. 최근의 회화 작업에서는 건축과 유사한 방식으로 내러티브의 구조를 쌓아가는 회화 작업들을 선보이면서 영상과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 영역을 확장해 오고 있다.

김봉수는 현대 무용의 의미와 경계를 확장하며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무용을 시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건축의 출발점이자 인간이 점유하는 가장 원초적 공간인 신체에서 출발해 건축과 신체를 연결하고 작품과 관람객 사이를 연결하고자 한다. 특히 전시에 참여하는 여섯 작가의 작품들과도 관계 맺기를 시도해 각각의 구획이 건축물처럼 조합되어 하나가 되는 퍼포먼스를 영상과 라이브 퍼포먼스로 선보인다.

정도이, 정재나 자매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 도이재나는 결합되는 구조에 관심을 갖고 혼자일 때는 가질 수 없었던 속성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결합과 그러한 관계성의 의미를 다각적으로 탐구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남서울미술관의 공간적 특성에 맞춘 장소특정적 설치 작업을 비롯해 아트 퍼니처 작업을 공용 공간에 설치해 미술관 공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서지우는 역사성, 지역성, 장소성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도시 속 특정 장소의 구조물과 오래된 건물의 유래, 과거의 흔적이 간직한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현시대의 이미지로 재해석한 조각을 축조한다. 반지하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몸뚱이>, <푸데기>, 축대 구조물의 요소를 조각으로 표현한 <우두커니> 시리즈, 지역 연구 조각인 <자하문> 등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과거 벨기에 영사관이었던 남서울미술관의 건축 구조에 대한 탐구와 한국전통가구에 대한 재해석을 바탕으로 제작한 신작 <가께수리>를 선보인다.

안진선은 자신이 속한 도시에서 느끼는 유무형의 불안을 시점을 달리하며 관찰하고 이를 날것의 건축재를 이용한 조각, 설치 작업을 통해 친숙하지만 낯선 감각으로 만들어낸다. 안진선은 특히 도시의 풍경에서 발견한 형태를 다양한 재료의 결합으로 실험한 <도시 모형 실험>을 통해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추상화된 형태와 재료의 관계맺기로 환원시킨다.

지박은 음악과 비음악의 구분, 장르와 장르 간의 경계 허물기를 시도하며 가변성을 지닌 과정의 예술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 전시에서는 남서울미술관 건축물 내외부에서 필드 리코딩으로 채집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남서울미술관의 건축을 공감각적 음악으로 재창조해 아름다운 건축물 그 이면의 다양한 감정을 소환하며 남서울미술관의 양가적 미를 표현한다.

전재우는 건축이 반드시 건축물일 필요가 없다는 유쾌한 주객전도의 사고방식으로 건축사무소인 하이퍼스팬드럴(HYPERSPANDREL)을 설립해 건축 개념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유포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시에서 빈번하게 마주치는 안내문을 위트있게 재구성한 <양해바랍니다협조부탁드립니다불편을끼쳐죄송합니다>라는 작업을 통해 남서울미술관 앞마당에 새로운 관계를 발생시킨다.

남서울미술관은 전시 소개글의 화자가 되어 미술관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관계맺기를 이야기하듯 들려줌으로써 일반적인 전시와는 달리 미술관과 관람객의 방향성을 뒤집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전시와 미술관에 대한 몰입도와 친밀감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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