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짝이는 별빛으로 가득 찬 숨골의 생명력
- 제주도의 자연을 지키려는 의지가 담긴 눈들
임지현 개인전 《숨골》이 문화공간 양(관장 김범진)에서 열리고 있다. 회화 18점, 도자 9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2019년 문화공간 양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 이후 5년 동안 거쳐온 작품의 변화와 변화 중에도 놓치지 않은 일관된 작가의 문제의식을 알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2019년부터 시작된 검은 바탕의 둥근 빛이 모인 성좌들, 2020년 색과 함께 등장하는 십자형의 빛, 2022년 시작한 도자 작품 등이 선보인다.
흑백 모노톤에서 색의 회화로 변화를 모색하던 시기 제주도에 머물며 경험한 돌, 별, 바람, 숲 등 제주도의 자연은 작가에게 변화의 동력이자 작품의 영감이 되었다. 전시 제목 《숨골》은 이러한 영향을 잘 드러낸다. 흑백-회색 회화에서 보여주었던 숲속 생명체의 텅 빈 눈이 별로 가득 찬 숨골이 되었고, 검정과 회색이 주를 이루었던 화면은 색으로 채워졌다.
제주도 곳곳에서 발견되는 숨골은 빗물을 받아들이고 땅속 공기를 밖으로 내뿜는 구멍이다. 이러한 땅의 호흡이 곶자왈에서는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이 때문에 다양한 생물종이 곶자왈에서 살아갈 수 있다. 작가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숨골에 주목했다. 그리고 수없이 반짝이는 십자형의 빛으로 어렴풋이 드러나는 숨골을 만들었다.
또한, 작가는 제주도를 별과 연관지었던 자료를 접하며 작품과 제주도의 연관성을 찾았다. 옛 문헌 등에서는 한라의 뜻을 '손을 뻗어 은하수를 끌어당긴다.'라고 보았고, 제주 목사였던 이형상은 제주도를 '산들이 별들처럼 벌리어져 있으니...'라고 표현했다. 즉 작가에게 별은 제주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주로 추상화를 중심으로 작업해 온 작가이지만 도자 작업에서는 2015년 전후 그림에서 볼 수 있었던 형상을 입체로 만들었다. 정체가 불분명한 형상들이 갖고 있는 둥근 구멍은 가려진 세상의 다른 면을 꿰뚫어보는 작가의 눈이다. 생명의 근원인 숨골, 별의 모습처럼 보였던 오름, 은하수를 끌어당기는 한라산이 개발로 파괴되고 사라지는 모습을 외면하지 않는 눈이다.
전시는 7월 6일 토요일까지 열리며, 관람 시간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이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예약 후 관람이 가능하다. 전시 마지막 날인 7월 6일 오후 3시에는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전시 관람을 예약하면 큐레이터의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문의: 064-755-2018
숨골 Halla, 캔버스에 색연필, 유화color pencil, oil on canvas, 130×162㎝, 2024
배색을 품은 회색 Rainbow Grey, 캔버스에 색연필, 유화color pencil, oil on canvas, 72.7×91㎝, 2023
일출 Sunrise(달과 별들도 슬픔으로 얼굴을 가리고), 캔버스에 유화oil on canvas, 150×53㎝, 2024
문화공간 양 Studio Yang, 나무에 색연필color pencil on wood, 40×60㎝, 2019
2전시장 전시 장면
임지현 (lm Ji Hyun)
학력
파리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 Art-Espace 회화/조각 졸업, 디플롬(석사), 파리, 프랑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시각디자인과 졸업
개인전
2023 렉심_어휘소 Lexeme, 브와뜨, 서울 (기획: 김인선)
2022 UNSAID 말하지 않은, 전시공간, 서울
2018 Grey Ground 회색의 바탕, 갤러리 반디트라소, 서울
2018 Grey Ground 회색의 바탕, 성북예술창작터, 서울
2015 Blind Spot Forest 사각의 숲, 서울
2010 IF YOU WERE AN illusion, 갤러리 민, 서울
2009 Tra-la-la,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
2008 Arachne 아라크네, 갤러리 아이, 서울
그룹전 / 프로젝트
2024 욕망탐구, 산지등대, 제주 (주관: 대주콜렉티브 @allarewelcomedaeju)
2023 Keep Going#2,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2 유휴 공간 프로젝트, 오산시립미술관, 경기도 오산
202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유달초등학교(목포공립심상소학교), 목포
2021 모두에게 멋진 날들, 서울생활문화센터 신도림, 서울
2020 기억을 잇다 - 20주년 기념 아카이브전,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
2019 아트마켓55, 스페이스55 윈도우 갤러리, 서울
2019 사랑과 존경, AK갤러리, 수원
2018 취미관, 취미가, 서울
2018 UE10 서울아트북페어,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15 검은 숲, 반지하, 서울
2015 무심無心, 소마 드로잉 센터, 서울
2015 아뜰리에54 드로잉, 백해영갤러리, 서울
2013 예술의 집, 백해영 갤러리, 서울
2013 신소장품전 시간의 흐름,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
2012 이타이즘, 백해영 갤러리, 서울
2010 감각적 사유,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
2010 그곳을 기억하다,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
2010 아이티/칠레를 향한 희망, 갤러리 반디트라소, 서울
2008 시사회&리뷰 전, 팀 프리뷰, 서울
레지던시
2019 문화공간 양, 제주
2008 - 2010 영은미술관 창작 스튜디오 7기 장기 입주작가, 경기도 광주
2003 - 2004 Cité Internationale Universitaire de Paris 스튜디오 입주작가, 파리, 프랑스
수상 및 선정
2018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 창작지원, 서울
2011 소마미술관 드로잉 센터 아카이브 6기 등록작가, 서울
출판
2018 70 GREY MOONS 70개의 회색 달
2017 PRACTICE OF GREY 회색의 연습
2016 JE VOIS / I SEE
작품소장
서울시청 문화본부 박물관과
영은미술관
▣ 공간소개
문화공간 양 : 제주 제주시 거로남6길 13
'문화공간 양'은 ‘삶과 더불어 함께하는 예술’에 대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의 하나로 2013년도에 설립되었습니다.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고, 숨겨진 작가들을 발굴하며,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문화공간 양'은 긴 역사를 간직한 거로마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거로마을에 녹아진 삶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문화공간 양은 기존의 가옥을 조금 고쳐서 전시공간, 작업공간, 거주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손자의 어릴 적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공간에 예술이 더불어 살게 되었습니다.
작가, 비평가, 기획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가 레지던시, 신진작가와 예술 경계의 확장을 시도하는 작가를 위한 전시지원, 미술계의 주요 담론을 형성하고 논의하는 장인 강좌·스터디·토론회, 마을의 역사를 예술로 새롭게 재해석하는 공동체 프로그램, 마을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주민참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을의 기억과 현재를 기록하고, 제주도 문화와 예술을 연구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