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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과 관객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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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

‘추상(抽象)’은 어떤 생각이나 모양을 뽑아내는 인간의 정신작용으로 인상주의, 앵포르멜, 추상표현주의, 하드에지, 단색화, 옵아트, 미니멀리즘 등 20세기 미술사 전반에서 비교적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왔다. 미술에 있어 대상의 외향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구상의 목표를 벗어나 정신성을 추구하려는 혁신적인 의지가 추상미술을 태동시켰으며, 크게는 칸딘스키와 같은 표현주의적 추상(따뜻한 추상)과 몬드리안과 같은 순수 기하 추상(차가운 추상)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관객

미술관에서 관객(觀客)은 일차적으로는 전시를 감상하는 사람이지만, 감상이나 관람에 그치지 않고 전시를 함께 만드는 요소로 볼 수 있다. 한편 미술관은 지역사회의 참여로 윤리적,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소통하며, 교육, 향유, 성찰, 지식공유를 위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인식된다. 이는 가치 있는 작품을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미술관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미술관의 행동과 의미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 

 

추상과 관객

《추상과 관객》은 경남미술사 연구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경남도립미술관의 중‧장기 교육프로그램<한국의 거장들>1을 전시의 형식으로 실천하는 가운데, 2022년 ICOM2이 미술관의 새로운 정의3로 제안한 ‘교육, 향유, 성찰, 지식공유’라는 미술관 기능에 주목하면서 전시프로그램과 관객과의 관계 또는 역할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기획되었다. 경남을 대표하는 추상회화의 거장인 전혁림, 이성자, 이준의 작품 세계를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현선, 오유경, 조재영의 회화, 조각, 설치 작품을 매개로 하여 ‘추상미술’의 미학적, 미술사적 의미를 더욱 풍요롭게 탐구하고자 한다.

추상하는 관객

전혁림(1915-2010), 이성자(1918-2009), 이준(1919-2021)은 추상미술의 전후 관계 속에서 한국 추상미술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자연을 모티브로 하는 서정적인 추상을 추구한다. 통영, 진주, 남해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이들은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인 ‘자연(自然)’의 형태, 예컨대 하늘, 바다, 대지 또는 해, 달 등의 외형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으로부터 본질적인 요소를 추출하는 작가의 정신작용을 기본 원리로 삼고 있다. 이는 자연과 인간을 합일된 세계로 받아들이는 동양적 사상에 기인하며 전혁림의 민화와 자수, 목기 등 우리 전통문화의 차용, 이성자의 대지와 여성, 하늘, 우주로의 연결, 이준의 빛으로 분할되는 색채의 무한성으로 추상화되는 조형적 특성의 토대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전시는 전현선의 유예와 수렴으로써의 회화, 오유경의 연결과 중첩으로써의 설치, 조재영의 분할과 차감으로써의 조각은 일종의 추상실험으로써 앞선 세대의 작품들과 조우하며 기존에 통용되어 온 추상에 대한 가치를 전도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덧댈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전시는 전혁림과 전현선의 구상과 추상의 혼용, 이성자와 오유경의 여성과 대지와 우주의 연결, 이준과 조재영의 일상의 차감과 분할이 서로 짝을 맺어 일치하고 이내 분리되었다가 또 전체가 합집합을 이루며 추상의 전통적인 의미를 느슨하게 흐트러뜨리고 때로는 견고하게 결속한다. 이 때 ‘(추상하는)관객’은 ‘감상’, ‘토론’, ‘실천’으로 구분된 세 개의 공간에서 전혁림, 이성자, 이준, 전현선, 오유경, 조재영의 ‘차용’, ‘연결’, ‘분할’, ‘수렴’, ‘차감’, ‘중첩’으로서의 추상성을 ‘보기’,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그리기‘로써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관객은 자발적인 관객으로서 ’추상하는 관객‘이 되어 우리가 여전히 가늠할 수 없는 오래된 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감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경남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세계를 연구·개발하여 도내 학교(중·고) 등에 제공하는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으로 ‘강국진’,‘이준’, 백순공‘, ‘이성자’, ’전혁림‘의 교육 자료가 제작되었으며 향 후 지속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2. ICOM(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국제박물관협의회

3. “미술관은 교육, 재미, 성찰, 지식의 공유를 목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윤리적, 전문적으로 그리고 지역 사회의 참여를 기반으로 운영하고 의사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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