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웅컬렉션으로 만나는 한국추상미술>전 개최
● 전 시 명 : 하정웅컬렉션으로 만나는 한국추상미술
● 전시기간 : 2024. 6. 8. ~ 8. 15.
● 참여작가 : 김창열, 박서보, 윤명로 등 27명
● 전시장소 :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 전시내용 : 한국 추상미술 대표작가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 전시작품 : 회화, 판화 등 66점, 에뽀끄 아카이브 40여점
○ 광주시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은 한국추상미술의 주요 작가와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하정웅컬렉션으로 만나는 한국추상미술》을 2024년 6월 8일부터 8월 15일까지 하정웅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추상미술 작가는 박서보, 김창열, 윤명로 등 27명이다. 전시 출품작은 20세기 중후반 한국미술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 작품으로, 한국추상미술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이다.
○ 하정웅 명예관장은 1980년대 일본에서 개최된 국제 전시인 《한일현대미술전》에서 박서보 등 한국추상미술 작가를 만났고, 40년의 만남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재일동포인 하정웅명예관장이 한국을 방문할 시기에는 한국의 추상미술 작가 작업실을 방문하고 작품을 수집하였으며 이 작품들을 미술관에 기증하였다.
○ 추상미술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하정웅컬렉션으로 만나는 한국추상미술》은 예술가의 자율성,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데 기여를 한 한국을 대표하는 추상미술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이다. 이와 함께 호남 추상미술을 전개하고 발전시킨 중요한 작가의 작품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 전시 구성은 ‘단색화 전통’, ‘추상미술의 다양화’, ‘1세대 추상미술’, ‘광주추상미술과 에뽀끄’ 등 주제별로 나누어 한국추상미술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먼저 ‘단색화 전통’은 1970년대부터 박서보, 윤형근, 하종현 등이 전개한 모노크롬 추상미술에 관한 내용이다. 모노크롬 추상미술의 특징은 대상의 구별을 없애고 화면을 하나의 평면으로 취급하였으며, 그 안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추구하였다. 하정웅컬렉션 모노크롬 작가로는 김종일, 김진석,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 정영렬, 최명영, 최종섭, 하종현, 허황 등이 있다.
○ ‘추상미술의 다양화’는 1960년대 후반 이후 다양한 미적 개념과 표현 양식으로 추상미술을 전개한 한국 아방가르드 작가에 관한 전시이다. 이들 작가 중 1920년대 이전 출생한 ‘1세대 추상미술’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한국추상미술의 깊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한국추상미술의 다양한 양식을 전개한 하정웅컬렉션 추상미술 작가로는 김창열, 문신, 이두식, 이성자, 이항성, 우제길, 윤명로, 이세득 등이 있다.
○ ‘광주추상미술과 에뽀끄’는 한국추상미술 전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광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 추상미술 작가에 대한 전시이다. 특히 호남 추상미술을 이끈 미술 단체인 에뽀끄에 관한 아카이브를 전시하여 호남과 광주추상미술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였다. 출품작은 한국과 호남 추상 화단의 선구자인 양수아, 강용운을 비롯하여 에뽀끄를 중심으로 활동한 김용복, 김종일, 우제길, 장지환, 최종섭, 최재창 등의 작품을 전시하였다.
○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장은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중심으로 한 한국추상미술 작가 전시를 통해 시민에게 미술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예술가가 모이고 활동한 예술의 고장 광주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과 예술가를 사랑한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이 시민에게 행복을 전달한 진정한 메세나 정신을 알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
[참여작가] 27명
- 단색화 전통 : 김진석,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 정영렬, 최명영, 하종현, 허황
- 1세대 추상미술 : 변종하, 유강열, 이성자, 이세득, 이항성
- 추상미술의 다양화 : 김구림, 김창열, 문신, 오이량, 윤명로, 이두식
- 광주추상미술과 에뽀끄 : 강용운, 김종일, 양수아, 김용복, 우제길, 장지환, 최재창, 최종섭
박서보 <묘법 No.6-80>
1980, Pencil and Oil on Hemp Cloth, 162x227.3cm,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박서보는 한국 현대미술운동의 중요한 시기와 맥을 같이 한다. 1970년대에 들어서 '묘법' 연작을 시작했다. 이 시기를 일컬어 '백색 모노크롬 시대'라고 한다. 1982년 이전 작품들은 크림색에 가까운 유채를 화면 전반에 바르고 그 색이 마르기 전에 위아래로 선을 그려 화면을 채우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들은 작가 개인의 정서적 흐름이나 신체적 리듬을 타고 무의식에 가까운 상태를 드러낸다. <묘법 6-80>은 초기 묘법 연작 중 하나로 마포에 칠해진 단색조의 유화 물감층에 단순한 드로잉을 반복한 것이다. 선을 반복해서 긋는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 그리는 행위의 호흡과 캔버스를 이동할 때의 리듬만 남은 자동기술적인 무위자연 상태에 도달해 작품과 합일된 의도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정상화 <무제>
1990, Acrylic on canvas, 80x100cm,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정상화는 1960년 ‘한국현대작가초대전’, 1962년 ‘악뛰엘 그룹전’ 등에서 활동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단색조 추상화가이다. 1970년대 단색조의 격자형 화면 구조를 확립하였으며 다양한 기법과 매체 실험을 통해 독창적인 조형방법론을 발견했다. 온통 블랙톤의 표면에 작은 면 분할이 이루어져 있는 <무제>는 1970년대 한국 서양 화단에 그려진 단색화(모노크롬) 작품이다. 아무것도 그린 것 없는 듯하지만 빛이 사라져 있을 뿐 작가는 많은 이야기를 작품 속에 표현하였다. 이 작품도 형태와 색감으로 드러나지 않은 조형의 미감도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검은색 단색화의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정영렬 <적멸 84-P11>
1984, korean paper's raw material, 63x99cm,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정영렬은 광주에서 출생해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1950년 후반 앵포르멜 미술을 추구하는 대표 작가로서 1960년대 앵포르멜 운동과 1970년대 모노크롬을 주도하였다. 1970년대의 <작품> 연작에서는 청색의 청명함이 보였다. 1980년대 들어 그린 <적멸> 연작은 전통 소재와 추상 형식의 결합, 대칭과 비대칭, 유기적 형상과 기하학적 화면 분할, 반복된 패턴의 구성 등을 통해 독창적 세계를 일구었다. <적멸> 연작은 엄격함과 반투명으로 특징 지워지는데, 가라앉은 중간 톤의 색조가 주조를 이루고 있으며 인간의 정신과 물질과의 만남을 구현하는 행위로 여겨진다.
이성자 <극지로 가는 길>
1985, Acrylic on canvas, 116x89cm,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이성자의 작품은 인상파적 화풍에서 점묘적 추상으로, 다시 기하학적 추상의 세계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이성자가 추구하는 추상의 세계는 동양의 신비와 고향에 대한 향수가 묻어나는 서정적 세계이다. <극지로 가는 길>의 제목은 자신이 살고 있는 프랑스에서 극지를 돌아야만 갈 수 있는 고향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자연에서 추출한 기하학적 형태를 달무리 진 듯한 색감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단부는 밝게 그려 색의 번짐 효과를 통해 두 단계의 구름을 보는 듯하다. 동화 속의 나라처럼 단순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그렸다. 구름 위의 붉은 하늘에 우주의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다. 붉은 하늘로 그린 작가의 의도는 아마도 매우 극진하고 열정적인 대상에 대한 경외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별자리에 드리워진 기하학적 무늬는 작품이 추구하는 신비롭고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동경의 세계를 엿보게 한다.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에서 평화롭고 동화적인 세계를 생각하게 한다.
이세득 <work>
1986, Oil on Canvas, 97x154cm,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이세득은 일본과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모더니즘 미학을 수용하여 한국 현대미술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구상에서 시작하여 비구상을 거쳐 추상에 이르는 작품 세계를 전개했다.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국제적 조형미로 구현하였으며 말년의 서정적 추상미술은 자연의 이미지가 경쾌한 색채로 표현된 작품이다. <work>는 화려한 색동색을 사용하여 번지고 겹치는 기법을 통해 발랄하고 풍부한 감성의 색감을 구사하며 발랄하고 부드러운 색감으로 주목받는다. 뚜렷한 형태나 상징 없이 자유롭게 조형된 화면에서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대화를 주고받는 색면의 나열이 소우주의 테두리를 새롭게 형성한다.
이항성 <동념>
1963,Lithograph, 43x60cm,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이항성은 유화 및 판화 작업을 병행했으나, 1958년 한국판화협회를 창립하고 한국현대판화 초기 석판화를 선보인 한국현대판화의 1세대 작가이다. 작품 세계는 정신의 세계를 회화적 언어로 표현하였으며 인간이 지닌 염원의 마음을 가시적 형상으로 나타냈다. <심상>은 화면 가운데 꿈틀거리는 형상의 덩어리가 여의주를 품은 듯 중심에서 밖으로 퍼져나가는 환영을 보여준다. 원형으로 그려진 덩어리의 가운데에는 사람의 형체와 같은 느낌을 주는 형상이 신비롭게 드리워져 있다. 사각의 화면에 광영의 빛이 퍼지듯 밖을 향해 번져 가는 형상의 미감은 마음속 깊이 갈망하는 인간의 기도를 표현한 듯하다. 단조롭지만 푸근한 색감도 이 작품이 주는 매력이다.
김창열 <work>
1970, mixed media, 59.6x49.7cm,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평남 맹산에서 태어난 김창열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였다. 1950년대 박서보, 정창섭 등과 현대미술가협회를 결성하고 앵포르멜 추상미술을 전개하였다. 1960년대 후반 뉴욕 아트 스튜던트 리그 팝아트와 미니멀리즘을 접하면서 기하학적이고 견고한 구성 작업으로 기하학적 추상화 작업을 했다. <work>는 뉴욕 시기 작품으로 회색조 분위기 속에 지형도와 같은 선의 중복에서 마름모형 조형이 꽂힌 기하학적 추상 세계를 보여준다. 그는 이 시기에 했던 작업에 대해 “나름으로 드라이해져 가는 시대 작품이에요, 나프탈린처럼. 나 혼자 울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자괴심 같은 것을 느꼈을 때예요.”라고 언급했다. 1971년 파리 이주 후 1972년부터 본격적으로 물방울 작업을 하였다.
윤명로 <얼레짓>
1985, 무명에 먹, 90x120cm,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윤명로는 1960년대 초 한국의 전위적인 추상화의 첫 흐름인 앵포르멜 운동에 참여하여 한국현대미술을 추구한 작가이며 1960년 덕수궁 돌담에서 열린 <벽전>에 참여하였다. 1960년대 중반부터는 앵포르멜 미학을 성숙시켜 다양한 실험정신을 모색하였다. <얼레짓> 연작의 기본적인 톤은 모노톤이며 일정한 붓질의 반복에 의한 화면의 균질을 시도한 작품이다. 이 같은 화면의 구조는 고유한 정서와 조형의 발견이라는 차원과 일치한다. 흩어지면서 나름대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붓질의 연속은 캘리그래피적인 요소와 다르며 붓짓은 사색적이지만 열정적이다.
이두식 <작품>
1991, Acrylic on canvas, 90.5x116cm,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이두식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970년대 초부터 화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으며 1976년 명동화랑 초대전의 초현실주의적인 회화는 단색화와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주목을 받았다. <작품>은 작가만의 감성을 표출했던 3기(1988-1999)의 작품으로 원색의 이미지와 생동감 있는 선의 형태가 돋보인다. 즉흥적인 생성의 내면과 그를 통한 표현의 자유로움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원색의 색채는 초기 작품에 나타나는 만다라의 색감과 같은 맥락 속에 있으나 당시의 제의적인 분위기는 에너지 넘치는 선과 형태 구성을 통해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김종일 <존재2001-1>
2001, Oil on Canvas, 194x259cm,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김종일은 호남지방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신기원을 이루고자 에뽀끄를 결성하고 창립회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블랙>은 검은색 단색의 모노크롬 회화로 검정 직사각형의 화면 속에 검정 직사각형이 그 안에 다시 검정 직사각형이 전개되는 형태의 작품이다. 흑색의 모노톤으로 제작한 형태는 조형적 엄격함을 보여주며 반복되는 검정 형태의 기하학적 질서를 통해 깊은 사유를 유도하게 된다. 검정 모노크롬 회화는 물성과 정신성이 하나가 된 공간으로 엄격한 고유의 사색 공간을 창출하게 된다. 이러한 검정 형태는 블랙홀과 같이 해체와 본질이 되는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으며 검정 공간은 감정, 감각이 모두 집중된 절대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우제길 <work89-1026>
1989, korean paper, serigraph, collage, 64x65cm,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우제길은 '빛의 화가'로 불린다. 1960년대에 앵포르멜 추상 작업과 표현주의적인 형상 추구에 몰두하였고 1970년대에는 반 기하학적 형태를 화면에 도입하는 실험 작업을 하였다. 1980년대 전통 한지 위에 원색의 색면 작품을 그려 한지의 재질감과 색의 조화를 보여준다. <work89-1026>은 한문을 오려서 액자 틀처럼 주위를 두르고 안에 원형으로 그 속에 상하로 긴 마름모형이 내재되어 있고, 안쪽을 다양한 중간 색조로 채웠다. 이 작품은 빛과 어둠을 표현한 연작 중 하나로 손바닥에 의한 표면처리와 거기서 파생되는 독특한 효과들을 극대화해 표현의 파장을 증폭시켜 나가고 있다. 손에서 파생되는 '속도감'은 기계적 공법에 의해 처리된 듯한 금속성의 색면 표현으로 보인다.
최종섭 <Korean Fantasy>
1988, coloring, canvas, 230x300cm,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최종섭은 호남지역에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을 마련한 추상그룹 에뽀끄 창립동인으로 활동하며 현대미술의 지역 확산에 크게 기여하였다. 초기의 앵포르멜 추상으로 시작하여 이후 기하학적인 화면 구조 속에 앵포르멜 요소를 절충한 작업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전통 창살문을 연상시키는 ‘코리아 판타지’ 연작은 1984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그린 독창적인 작품이다. <코리아 판타지>는 한지를 찢거나 구멍을 뚫기도 하고 구기거나 절단하여 생기는 물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인의 정신을 담았다. 찢어진 한지에서 우연적이지만 의미 있는 미를 발견하는 것은 앵포르멜의 자유로운 무의식의 흐름이다. 최종섭은 한지와 전통 창문틀에서 영감을 받아 우리의 미감을 살린 <코리아 판타지>는 서양의 채색과 모노크롬 기법이 상호 조화를 이루는 독창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