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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우인 : Kuckuck Cuc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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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도스 기획
홍우인 ‘Kuckuck Cuckoo’ 
2024. 6. 19 (수) ~ 2024. 6. 25 (화)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홍우인 ‘Kuckuck Cuckoo’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 전시기간: 2024. 6. 19 (수) ~ 2024. 6. 25 (화) 







2. 전시서문

풀벌레는 울지 않는다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어로 세상과 소통한다. 글은 말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형태로써 말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는 매체로 존재한다. 이토록 말과 글은 긴밀하게 연결된 불가피한 상관관계를 이루어 뜻을 전달하는 데 늘 유용한 쓰임이 되어 왔다. 하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언어를 언어 자체로 받아들여 본다면 속뜻의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전시 제목인 ‘Kuckuk Cuckoo’는 다른 나라의 뻐꾸기 이름을 조합하여 이루어졌다. 모든 문화, 지역과 시대를 통틀어 동물의 울음소리를 글자 그대로 가져와 이름으로 삼는 일이 많다. 그러나 진정 인간이 규정한 문자대로 소리를 내는 것인지는 누구도 뻐꾸기의 입장을 대변하여 정의할 수 없을 것이다. 말과 글이라는 수단은 전부 대상의 처지를 일일이 고려하여 명칭을 지정할 수 없기에 실질적 의미와 보편화된 언어의 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홍우인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사물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리에 의존하여 명명된 대상들을 주의 깊게 살피고 대상의 호칭에 관하여 근본을 탐구함과 동시에 과연 각각의 이름이 제대로 당위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관하여 다각도로 조명한다. 작가는 언어의 불확실성으로부터 여지없이 말 속에 나타나는 왜곡과 단순화, 복잡화를 간파하여 작업으로 이끈다. 

 작가는 말 속에 나타나는 왜곡으로부터 우리의 사고방식과 질서를 드러낸다. 언어의 흐름을 살펴볼 때 대상의 소리를 활자로 인식하여 말이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대상의 생김새를 표방하여 말이 된 사례도 있다. 사물에 인간의 감정을 투영하여 의인화된 문장이 있기도 하다. 가령 식물이 떨어뜨리는 수분을 사람이 우는 형상에 비유하여 눈물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행위는 주체인 식물과 타협하여 결정된 것이 아닌 오직 인간의 사고에서 기인한 일이다. 이를 토대로 제작된 작품이 ‘알로카시아의 눈물’이다. 식물이나 동물은 언어에 개입하는 직접적 개체가 아니기에 그저 인간의 사상에서 굳혀진 문자대로 해석되고 불릴 뿐이다. ‘풀벌레가 운다.’라는 문장은 사실 그대로의 담백한 글로 읽히기도 하지만 문학적 표현에서는 이와 연결하여 ‘쓸쓸하다’, ‘서글프다’와 같은 감정의 연장선으로 수용하기도 한다. 결국 감정과 연관성이 없는 풀벌레에 인간이 느끼는 심리를 대입하였으므로 ‘사람이 풀벌레를 울게 한다.’의 의미로 보는 것이 정확할 수도 있다. 이런 사례는 한 문장 안에서 형식뿐인 주어의 역할을 하는 단어가 과연 무엇인지 파악하게 하며 더불어 글의 속뜻에서 벌레의 울음소리는 사람의 개입이 바탕이 되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언어가 주어진 그대로 흡수되어야 했던 객관적 자아들은 언어를 활용하는 능동적 주체인 사람의 뜻과 별개로 그저 침묵을 유지할 뿐이다. 

 작가는 비디오 채널과 인쇄용으로 글자를 노출하는 책자 및 시청각을 동시다발적으로 제공하는 설치물 등의 복합적인 소재로 언어의 주장을 제기할 수 없었던 대상들에 목소리를 부여하고 차용된 각각의 언어들에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선사한다. 작품 ‘우와 울’을 예시로 보태어 설명하자면 ‘우울’이라는 단어를 각 어절로 분리하여 기존의 ‘우울’이라는 의미를 전부 해체한 후 ‘우’와 ‘울’이 주체와 객체의 모든 위치에서 아울러 존재할 수 있는 형태를 꾀하는 것과 같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낱말이 모여 형성된 결과물 그대로를 어느 순간부터 아무 의구심도 거리낌도 없이 인지해 온 무뎌진 감각과 언어의 단일적 측면만 고려해 오던 시야를 확장한다.

 언어는 장단점이 매우 확실한 매개체이다. 즉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고 확실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언어의 고유한 특성이 드러난다. 하지만 언어의 체계와 기반에 대한 모든 방점이 사람의 견해로부터 출발하기에 실제 대상의 근본적 행위로부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격차를 만들기도 하며 단어와 문장이 가지는 자의성 및 타의성의 구분이 묘연해 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말하고자 하는 대상의 성질이 변질되거나 퇴색되어 전해질 때도 있다. 홍우인 작가는 불완전한 언어의 겉과 속을 면밀히 관찰하고 말 속 감추어진 내면의 서사와 전달력을 여러 형태의 시선으로 살핌으로써 당연했던 것을 당연하지 않게 하며 어휘의 이면에 있는 인간의 가치관과 관점을 재해석한다. 이번 전시에서 보편적 언어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무쌍한 말과 소리를 가슴으로 느끼며 작가의 손끝에서 자유분방하게 재탄생하는 언어의 속성을 신선한 시각으로 꿰뚫어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우와 울, 싱글채널비디오, 4분 25초, 2022










named, 125 × 176mm, 종이에 잉크젯 프린트, 2024










알로카시아의 눈물, 싱글채널비디오, 7분 52초, 2021










마모, 싱글채널비디오, 5분 51초, 2019










오리 너구리, 종이에 잉크젯 프린트, 125 × 176mm, 2021







3. 작가노트

 언어에도 겉과 속이 있다. 말은 현실의 단편을 숨기고 있다. 언어를 관찰하는 일은 나와 다른 이를 한정 짓는 현실을 드러내고 파헤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말의 의미가 아닌, 그 속에 내포된 다른 힘과 영향력을 발견한다. 이는 내가 오랫동안 매달려온 문제이다. 언어는 계속해서 나에게 그것의 내막에 다른 것이 있다고 말해준다.

 ‘귀뚜라미가 운다.’와 같은 말에는 벌레도 우리처럼 짝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울어댈 거라 믿는 사람들의 모습이 숨어있다. 우리는 자신의 은신처를 노출하는 그 소리를 ‘슬프다.’, ‘쓸쓸하다.’라고 표현하며 자의적으로 우리의 감정을 투사하기도 한다. 이 문장을 ‘인간이 귀뚜라미를 울게 한다.’로 고쳐 쓴다면, 귀뚜라미가 명목상 주어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실상 귀뚜라미는 목적어 자리에 위치하고, 귀뚜라미를 울게 만드는 다른 힘이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진정한 주어는 숨어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체계는 진정한 주어가 숨겨진 문장처럼 개인을 명목상의 주어 자리에 앉히고 무언가의 목적어로 살게 하는지도 모른다. 자기 아닌 다른 것의 의지로 주어 자리에 놓인 개인, 피동의 위치에 놓인 대상이 나의 이목을 끈다. 







4. 작가 약력

홍우인
wooinwill@naver.com

1996, 서울에서 작업

2020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 예술사 졸업
2023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 졸업

2019 <초치기>. 단체전, 화이트 노이즈,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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