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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필 개인전 : Reflection in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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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섬광
- 제 3회 박은필 개인전 : Reflection in Green -


 어떤 존재는 부재를 통해 현현한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는 말 처럼, 전주천의 버드나무는 현재 가장 뚜렷하게 잃어버린 부재로서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다양한 복제된 버드나무를 현현시키고 있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버드나무에 대한 추억, 생태계에 대한 고민, 행정에 대한 의문, 개발과 자연에 대한 논의들 등 다양한 형태로 감각되어지고 있다. 

 죽음이나 이별 등 무엇이 사라진 이후, 부재를 통한 기억의 현현은 언제나 간접적이기 때문에 그 존재의 원본과는 차이가 있다. 원본보다 더욱 과장되기도, 축소되기도 하며, 그것이 가지고 있던 본질보다 해석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 
 그것을 계속 현현시키는 과정들은 강렬히 번쩍이는 섬광처럼, 영원히 더듬어가지만 결코 감각할 수 없는 순간들이다. 정확한 대상을 지칭하지 못해 어떠한 무력감을 선사하기도 하고, 해석된 본질로 왜곡되어 무언가를 해소하기도 한다. 

 이번 제 3회 박은필 개인전 《 Reflection in Green 》 은 그러한 부재의 경험을 중심으로, 당연스럽게 존재하던 버드나무를 다양한 방식으로 감각한다. 

 전시장 벽면의 석고 작업으로 실제 잘려진 버드나무 그루터기를 떠 낸 ‘ 데드마스크 ’ 작업은, 실제 버드나무의 촉감을 옮겨오고 정확한 위치 표기를 통해 버드나무의 ‘ 원본 ’ 을 재현한다. 안쪽의 데드마스크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들을 영상으로 기록한 작업은 작가가 복원하던, 있었던 과정들인 ‘ 행위 ’를 재현한다. 광섬유를 활용한 버드나무의 형상을 띄는 조형물은 이제는 없는 것, ‘ 관념 ’을 재현해낸다. 
 
 이렇게 있는 것 – 있었던 것 – 없는 것 으로 공간을 분할하고, 석고 작업을 직접 만져보고, 통나무를 배치하고, 공간의 소리, 향을 첨가하는 등 시각 이외의 감각들을 더해 하나의 개별적인 작품이 아닌 복제된 존재들로 공간을 구성하였다. 

 이러한 감각들의 직조로 이루어진 《 Reflection in Green 》 은 사라진 버드나무에 대한 아쉬움으로 시작된 상실의 섬광이다. 존재의 재현이자 자연과의 조화, 개발에 대한 고민 등 지역적 현안들이 순간만으로 끝나지 않도록 만들어진 전시를 통해, 하나의 섬광이 퍼져나가는 빛이 되기를 바란다.


- 한 준 (서학동사진미술관 객원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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