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로즈마리 트로켈: 드로잉, 오브제, 비디오 

                Rosemarie Trockel: Selected Drawings, Objects and Video Works

전시기간   2024. 8. 29(목) ~ 10. 27(일)   

참여작가   로즈마리 트로켈 Rosemarie Trockel

전시장소   성곡미술관 1관

관람시간   평일 및 주말 10:00 am - 6:00 pm (입장마감 5:30pm)

                ※ 매주 월요일 휴관, 추석연휴 휴관

                ※ 도슨트 프로그램: 목–일 오후 2시

초대일시   2024년 8월 29일 오후 5시

관 람 료    7,000원

주최·주관 성곡미술관

기       획  구드룬 인보덴(Gudrun Inboden), 독일 국제교류처(Institut für Auslandsbeziehungen)

협       력  주한독일문화원(Goethe-Institut Korea)

후       원  성곡미술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       의  02-737-7650

홈페이지   www.sungkokmuseum.org

인스타그램 @sungkokartmuseum

1. 로즈마리 트로켈은 누구인가?   

· 일시: 2024년 9월 12일(목) 오후 4시   

· 진행: 안 팬후이즌(An Paenhuysen), 큐레이터&역사가

· 장소: 성곡미술관 1관

    그리고 아이러니에 대하여   

· 일시: 2024년 10월 5일(토) 오후 2시   

· 진행: 전영백(홍익대학교 교수) 

· 장소: 성곡미술관 1관

Rosemarie Trockel, Untitled, 1996, © VG Bild-Kunst, Bonn

독일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인 로즈마리 트로켈(Rosemarie Trockel, b.1952)은 드로잉,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단일한 장르나 양식에 국한되지 않는 풍요롭고 복합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사회, 정치, 철학에 대한 여러 담론을 아우르면서 기성 미술 제도와 사회문화적 규범 등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을 담고 있다. 

트로켈은 1980년대부터 현대사회 속 여성의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 등에 관심을 기울이며 남성 중심적인 기존 미술 시스템을 교란시키는 작품을 다수 제작했다. 양모를 재료로 삼은 편물 회화, 조리용 열판인 핫플레이트를 활용한 작품 등에서 트로켈은 흔히 여성적이고 가정적이라고 여겨지는 물건을 기계산업, 상업문화, 추상회화, 미니멀리즘과 같이 남성적인 함의를 지닌 개념과 결합시킨다. 이를 통해 작가는 여성성에 관한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여성-남성의 이분법을 흐트러뜨린다. 하지만 트로켈은 자신의 작품이 젠더의 관점에서만 논의되지 않길 바라며, 그의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유머와 아이러니, 풍부한 미술사적 레퍼런스는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처럼 트로켈은 사회문화적 편견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작품을 제작한다. 

  

Rosemarie Trockel, Untitled, 1995, © VG Bild-Kunst, Bonn

Rosemarie Trockel, Untitled, 1994, © VG Bild-Kunst, Bonn

《로즈마리 트로켈: 드로잉, 오브제, 비디오》전은 197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트로켈이 펼쳐 온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는 오브제, 사진, 비디오, 편물 회화와 더불어 트로켈의 드로잉에 초점을 맞춘다. 드로잉은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밑그림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작가의 사고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트로켈의 드로잉에서도 이질적인 것의 조합, 변형과 도치, 신랄한 유머 등 트로켈의 작품을 특징짓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발상들이 단순한 선과 형태 속에 생생하게 녹아들어 있다. 이러한 드로잉을 중심으로 그의 지난 30년의 작업을 돌아보는 이번 전시를 통해 로즈마리 트로켈 작품의 다양한 면모를 감상하고 독일과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그의 문제의식을 되짚어 볼 수 있길 기대한다. (성곡미술관) 

Rosemarie Trockel, Untitled, 1978, © VG Bild-Kunst, Bonn

Rosemarie Trockel, Untitled, 1997, © VG Bild-Kunst, Bonn

로즈마리 트로켈은 1952년 독일 슈베르테에서 출생했으며 1974년 쾰른예술학교에 입학해 회화를 전공했다. 1980년대 초반에 트로켈은 이후 그의 예술적 동반자가 될 갤러리스트 모니카 슈프뤼트를 만나 함께 미국을 여행하며 제니 홀저, 바바라 크루거, 신디 셔먼과 같은 동시대 여성 작가들과 교류했다. 1983년 모니카 슈프뤼트 갤러리와 필로메네 마거스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래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프로젝트: 로즈마리 트로켈»(뉴욕 현대미술관, 1988), «폐경 후»(쾰른 루드비히미술관, 2005-2006), «로즈마리 트로켈: 코스모스»(마드리드 레이나소피아국립미술센터, 2012) 등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1997년과 2012년에 카셀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현대 미술 행사인 도큐멘타에 출품했으며, 1999년에 여성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의 독일 대표 작가로 선정되었다. 1998년에는 뒤셀도르프 미술아카데미의 교수로 부임해 약 17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 독일 쾰른에 거주하며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

Rosemarie Trockel, Untitled, 1992, © VG Bild-Kunst, Bonn

1980년대 초 트로켈은 많은 ‘여성의 예술’이 양모를 소재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양모는 기성 예술계에서 하찮게 여겨지던 소재였습니다. 작가는 만약 유화 물감 대신 값싼 양모를 소재로 하면 어떨지, 손이 아닌 기계로 만든 편물 회화는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졌습니다. 

전시된 편물 회화에서는 1921년 스위스 심리학자 헤르만 로르샤흐가 고안해 로르샤흐 검사라고도 알려진 확대된 잉크 얼룩을 활용한 심리 검사를 보여줍니다. 이 검사는 1960년대에 대중적인 심리 검사가 되었으며, 얼룩에서 무엇을 보느냐가 피험자의 정신에 대한 무언가를 드러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얼룩의 대칭성은 해석 과정을 용이하게 합니다. 하지만 트로켈의 작품에는 얼룩이 부분적으로만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그림을 쉽사리 알아채지 못하게 합니다. 

Rosemarie Trockel, Untitled, 1990, © VG Bild-Kunst, Bonn

  

Rosemarie Trockel, Untitled, 1990, © VG Bild-Kunst, Bonn

이번 전시에서는 56개의 붓이 장착된 그림 그리는 기계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각 붓의 옆면에 있는 작은 표시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바로 마틴 키펜베르거, 바바라 크루거, 게오르그 바젤리츠, 신디 셔먼 등 이 붓을 만들기 위해 머리카락 다발을 기증한 예술가들의 이름입니다. 각각의 붓은 유일무이하며, 기계의 기능도 고유하여 단 한 번만 사용해 7개의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지요. 그림 그리는 기계에 머리카락을 사용한다는 것은 사랑이나 헌신의 표시와 같이 낭만적인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카락은 썩지 않기 때문에 불멸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머리카락은 천재적 솜씨로 영원한 예술을 만들어내는 화가라는 관념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일까요? 그러나 강철 롤러가 달린 기계 자체는 캔버스를 닦는 세차 기계를 연상시킵니다. 어쩌면 이 기계가 저자성과 독창성의 흔적을 없애는 것은 아닐까요?

Rosemarie Trockel, Untitled, 1990, © VG Bild-Kunst, Bonn

멀리서 보면 흰색 바탕에 검은색 점들이 찍혀 있는 게 추상화처럼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실제 핫플레이트(요리용 철판)로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핫플레이트는 오랫동안 여성의 고유 공간으로 여겨졌던 주방에서 볼 수 있는 물건입니다. 1980년대에 트로켈은 핫플레이트를 예술의 공간으로 옮겨와 처음에는 조각품처럼 바닥에 수평으로 배치했고 그 다음에는 벽에 걸었습니다. 이처럼 트로켈은 평범한 사물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습니다. 또한 핫플레이트 작품은 미니멀리즘을 장난스럽게 표현한 것이기도 합니다. 1960년대에 등장한 미니멀리즘은 기하학적 형태와 산업적 소재에 중점을 두고 서사와 감성을 거부했습니다. 트로켈은 핫플레이트를 통해 미니멀리즘 운동에서 특히나 부족했던 여성성에 유머를 더하여 드러냅니다.

Rosemarie Trockel, Untitled, 1990, © VG Bild-Kunst, Bonn

자동차 위에 몸을 뻗은 남자, 총에 손을 얹고 낮잠을 자는 청년, 탁자에 머리를 얹은 소년. 잠자는 사람을 묘사한 작품은 드물지 않으나 미술사를 살펴보았을 때 일반적으로 여성이 뮤즈로서 소파나 침대 위에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습니다. 누군가 잠자는 것을 지켜보는 경험은 특별합니다. 잠자는 사람은 현실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인 상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합니다. 잠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잠자는 동안에는 모든 사람이 천사가 되지 않나요? 이 연작에서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당혹감을 주는 그림은 눈꺼풀이 감겨 있는 두개골 그림입니다. (안 팬후이즌An Paenhuysen , 큐레이터 & 역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