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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재: CAST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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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재 개인전 《CASTAWAY》

가나아트 나인원(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 91) 
2024. 8. 22. (목) – 2024. 9. 22. (일) (총 32일간)


가나아트는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호재(Ho Jae Kim, b. 1993-)의 개인전, 《CASTAWAY》를 개최한다. 미국에서 유년을 보낸 뒤, 현재까지 뉴욕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는 주로 ‘중간성’, ‘경계선’과 같은 ‘사이 공간(in-between space)을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해 왔다. 그는 최근 하퍼스(HARPER'S, 뉴욕, 로스앤젤레스, 이스트 햄튼), 니코딤 갤러리(Nicodim Gallery,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크리스티(Christie’s, 뉴욕), 소더비(Sotheby’s, 뉴욕) 와 같은 세계적인 옥션사의 단체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외에도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X 뮤지엄(X Museum, 베이징)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본 전시는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작가의 개인전으로, 문학, 영화, 철학, 미술사 등에서 차용한 다양한 시각 요소를 개인의 경험을 투영해 그려낸 신작 13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호재의 전시 《CASTAWAY》는 작가가 정체성을 탐구하는 과정 속 마주한 동명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AWAY, 2000)'에서 시작되었다. 무인도에 표류하는 4년간의 시간이 그려진 이 영화에서 주인공 척 놀랜드와 배구공 '윌슨'은 김호재의 작업에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윌슨은 탈출 직전까지 섬 생활을 함께하는 주요 등장인물이자 주인공의 유일한 말동무이면서, 동시에 주인공이 자기 자신을 대입하는 존재이다. 김호재는 영화에 나온 무인도를 작업실에, 조난자를 ‘자신’에 빗대며, 작품 속 ‘윌슨’의 도상은 창작자인 작가 본인의 초상이자 그가 창조해 낸 작품의 투영체로 여긴다. 작품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수년 전, 작가는 섬에서 척이 느꼈을 고립감에 공감했다.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열기까지, 그는 그림들만 덩그러니 있는 작업실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며 누군가가 그림들과 자신의 존재를 알아 봐주길 간절히 원했다. 작가는 무인도에 표류하는 영화 속 등장요소들과 자신의 상황을 연결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탐구, 정체성에 대한 사유를 이어간 것이다. 

김호재는 이러한 불투명한 자신의 상황을 ‘연옥’에 비유했다. 당시 작가는 식당 지배인, 클럽의 관리인, 과외 선생과 같은 다양한 직업을 작업과 병행하였는데, 이는 작가 스스로가 일종의 ‘연옥’ 속에 있다고 비유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서 ‘연옥’은 지옥과 현실 사이에 위치한 추상적인 공간으로 종교적 어원을 가진 단어이나, 김호재는 이를 현대인의 삶에 존재하는 이분법적인 경계의 중간 지점으로서 인식했다. 즉, 진로나 정체성에 대한 고민,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 소속감의 부재 등, 마치 특정할 수 없는 연옥의 개념처럼 그를 둘러싼 배경들이 불특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김호재는 “작가들은 각자의 유배지에서 윌슨을, 다시 말해 그들의 역사와 철학, 열망과 경험의 물리적 현현이라 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창작한다. …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은 외적인 실천이자 내적인 투쟁에 다름 아니다.”라 말한다. 김호재는 자신과 많은 이들이 겪는 자아실현의 과정을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장’으로서 ‘연옥’과 ‘무인도’를 탐구하는 것이다.


한편, 김호재는 비단 '캐스트 어웨이(2000)'뿐만 아니라, 『모비 딕』(Moby-Dick, 1851),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 1726),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 1954) 등 다양한 문학 작품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그의 작품 속엔 거인의 신체, 대왕 향유고래의 꼬리, 돼지의 머리, 물고기 인간 등 상상 속의 존재들이 혼재하는데, 이는 작가가 실제 자신의 이야기와 상상 속 이야기라는 간극을 통해 다시 경계에 대한 탐구를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본 전시의 출품된 작업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인물의 형상이 멀리서 비추는 밝은 빛과 역광으로 인해 실루엣으로만 보인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러한 빛의 실루엣들을 플라톤의 ‘이데아’ 개념에 비유했다. 동굴 속 그림자와 같이 우리가 보는 실재는 재현된 이미지 즉, 이데아로서 김호재는 역광과 검은 실루엣으로 이데아를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가 실재와 재현의 중간점에서 작품을 탐색하도록 유도했다. 

이처럼 복제와 묘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김호재의 조형 언어는 학부 시절부터 오마주 해왔던 화가이자 수학자인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Piero della Francesca, 1415-1492)의 작업 방식을 재현하는 것에도 드러난다. 피에로의 회화는 정밀한 원근법과 정확한 구도가 그 특징인데, 수학적으로 정확한 수치를 기반으로 그려낸 그림 속 인물과 풍경은 현실감을 넘어 어딘가 기묘하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불편함(Uncanny)을 유발한다. 김호재는 이러한 피에로의 정밀한 시각 언어가 재현하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틈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피에로는 "카툰(cartoons)"이라고 불리는 상세한 드로잉을 그린 뒤, 드로잉에 구멍을 뚫고, 그 위에 석탄 가루를 뿌려 이미지를 복제하는 방법인 "스폴베로(Spolvero)"기법을 사용해 벽에 그림을 전사했다. 이후 그는 전사된 도상 위에 석고를 바르고 그 위에 안료를 도포해 채색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피에로의 방식을 오마주 하기 위해 김호재는 3D 모델링을 통해 그려낸 정교한 밑그림을 잉크젯 프린터를 이용해 캔버스에 전사한다. 전사된 면 위로 석고 대신 글루를 여러 겹 도포한 뒤 밑그림을 따라 조각하고 마지막으로 채색을 진행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매체가 겹겹이 쌓아 올려지는 과정은 때로는 형상을 모호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때로는 강조하면서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피에로와 달리 김호재는 얼기설기 쌓아 올려진 매체 위를 안료로 덮어버리는 대신, 일부를 노출하여 작품에 시간성을 부여한다. 작업실에서 홀로 쌓아온 시간의 중첩을 보여주듯, 그의 작품은 채색이 완료된 단편적인 표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다양한 매체가 거듭 포개져 생긴 층위를 그대로 노출한다. 여느 르네상스 화가와 같이 성서의 장면을 정밀하게 ‘재현’했다는 느낌을 주는 피에로의 회화에 반해, 김호재의 그림은 유화, 잉크, 글루, 목탄 등의 재료가 한 화면에 뒤섞인 특징적인 표면과 서사, 그리고 작가가 창조한 세계가 한데 모인 파스티슈(pastiche)다. 이와 같이 작업의 과정 또한 “자아의 확장”이라 여기는 작가는 캔버스를 시간과 일생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으로 인식하며, 이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그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본 개인전의 제목이자 전시 주제인 《CASTAWAY》의 '조난자', 즉 작가는 고립에 안주하며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내비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그가 만든 세계를 가상으로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으로부터 현실의 자아를 되찾고자 하는 혼성의 공간을 형성한다. 그의 작품은 그가 무인도이자 연옥에서 탈출하기 위한 '물리적 수단'이며, 현실을 넘어 이데아를 찾고자 하는 '탐험의 길'이고, 혹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한 '심리적인 사이 공간'으로서 수많은 서사와 등장인물이, 주체와 대상이 구별 없이 섞여 들어간 '혼성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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