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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게 계속 지껄이고 있는 경우 

돌이켜보면 멀미가 나 시작한 것 같다. 

강제성이 사라지자 종이 한 장을 넘기거나 연필 선 한 줄을 긋는 것조차, 하물며 의자에 앉는 것마저도 ‘왜?’ 라는 질문이 제동을 걸어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무엇인지도 모르고 발부터 들이미는 것에 대한 창피함인지, 불안함인지, 그저 귀찮음에 대한 변명인지 전부일 것이다. 아마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그간 몰입했던 경험으로 점철되었고, 기대되는 것들이 있어 앞으로 나는 ‘작가’라는 부류에 당당히 포함되고 싶다. 그러니 우선은 수용된 것들에 기반하여 당위성을 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개인의 취향이 늘 개인에게는 참된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했다. 책이나 논문, 인터뷰, 시각 매체 등에서 흥미로운 지점들을 취사 선택하여 여덟 개의 챕터로 재분배해보았다. 필요하지 않은 내용은 지나쳐버리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발췌하는 게 원문을 곡해해 개인의 의도에 맞게 얼버무리는 태도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자료를 수집하고 조합하고 흐트러뜨리고 재조합해 만든 시각적 몽타주는 객관적 분석이라기보다 픽션적 구상물에 가깝다. 이는 구성요소들이 단순한 부품의 합을 이루는 게 아니라 서로 잘 맞물려 돌아가며 의미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렇게 나는 마땅히 명상적 고요함을 띠는 껍질 속에서 정보로 가득하고 불안한 흥분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번 전시 ‘들리지 않게 계속 지껄이고 있는 경우’는 혼돈과 질서가 대치하는 모순으로 가득한 공간인 우주의 은유로서 도서관의 형상을 비춘다. 120장의 한지가 전시장 벽에 가깝게 낱장으로 길게 펼쳐져 있고, 각 페이지에는 희미하게 글자가 적혀 있다. 여덟 개의 챕터로 분류된 이 종이 뭉치는 각 분류로 연상되는 시각 자료를 대동한다. 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공간 속에서 한 쪽 벽에는 책 더미가 쌓여 있고, 이 서적들은 우연과 발견의 순간을 기대한다.

<CH.1 도서관 : 우주의 은유> 

Laser copy transfer on corrugated cardboard, colorpencil, 207x97(cm), 2024

<CH.2 힘 : 글래머와 아우라> 

Laser copy transfer on cardboard, copper pigment, 30x20cm, 2024

<CH.3 껍질 : 원본과 번역본의 관계> 

Laser copy transfer on cardboard, 30x20cm, 2024

<CH.4 이해 : 불편함을 느끼는 계기> 

Laser copy transfer on cardboard, watercolor, 30x20(cm), 2024

<CH.5 온전한 : 뜰과 밤> 

laser copy transfer on cardboard, watercolor, 20x30(cm), 2024

<CH.6 목표 : 오너먼트_계속해서 읊조리는 염원> 

Laser copy transfer on cardboard, 20x30cm, 2024

<CH.7 환상 : 저 붉은 빛은 어디를 향하게 하는가?> 

Laser copy transfer on cardboard, 30x20cm, 2024

<CH.8 양극성 : 긴장 관계를 해명하는, 양극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 Laser copy transfer on cardboard, 20x30cm, 2024

백민하

202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학사과정 수료 

2023 23 이랜드 갤러리 <졸전우수작품 공모전>part 2 

 아트스페이스 퀄리아 2023 신진작가 발언전 

 아트스페이스 퀄리아 2023 움틔움전 

2022 제 41회 한국현대판화가협회 정기협회전 <메타-프린트(Meta-Prints)> 

 제 58회 경기미술대전 특선 수상 

 제 32회 홍익대학교 한일 작품교류전 

 제 41회 한국현대판화 공모전 삼원특수지 대표이사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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