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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A 옴니버스: 아카이브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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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A 옴니버스 《아카이브 환상》

“이 새로운 환상의 공간은 (…) 인쇄된 기호들의 희고 검은 표면에서, 그리고 망각된 단어들의 비상으로 열리는, 먼지 앉은 닫혀진 책에서 태어난다.” 미셸 푸코, 「도서관 환상」, 1967*

‘SeMA 옴니버스’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본관과 분관 4곳에서 열리는 소장품 기획전으로, 2024년 기관의제 ‘연결’을 다각도로 고찰해보는 전시이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개최되는 《아카이브 환상》은 소장품의 맥락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작품과 아카이브를 발굴해 작가의 작업 세계를 되돌아보고 상상하는 통로를 마련하고자 한다. 작품 이면의 이야기를 담은 작가의 말과 노트, 작가가 연구하고 참고한 레퍼런스, 작품을 위해 테스트한 사진, 제작을 위한 드로잉과 마케트는 작업 과정과 더불어 작가의 시간과 노동을 짐작하게 한다. 아카이브는 과거의 기록이지만, 작품을 향한 작가의 끝없는 고민이 물리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현재적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작가의 예술적 사유와 창작의 과정에 부단히 연결된다는 점에서 미래와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횡단하는 아카이브의 이 순환적인 시간 개념은 푸코가 도서관의 책들 사이에서 경험한 ‘환상'을 연상시킨다. 그가 도서관을 새로운 환상의 공간으로, 상상력이 일어나는 하나의 현상으로 주목한 것처럼, 이번 전시는 미술아카이브를 예술적 상상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제안한다. 

《아카이브 환상》은 곽남신, 손광주, 윤가림, 이교준, 임선이, 전국광 등 작가 6인의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을 소환하여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목소리, 미래의 상상을 함께 펼쳐놓는다. 이들의 작업은 과거와 현재, 실재와 환영, 추상과 구상을 오가며 그 경계와 균열 사이에 자리하는데, 회화, 영상,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가로지르며 각각의 독특한 세계관을 지닌다. 아카이브는 그들의 작업 세계로 인도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작가의 시선으로 연결하고, 관람객의 시간을 작가의 시간과 연결하며, 작품이 원래 위치해 있던 맥락을 살핀다. 《아카이브 환상》은 소장품을 새로운 의미로 재맥락화한다기보다 그것이 지닌 본래의 맥락과 연결하는 시도에 가깝다. 이번 전시를 통해 소장품을 관련 아카이브와 함께 읽어냄으로써 소장품이 갖고 있던 예술적 맥락을 재탐색하고 그 의미를 확장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셸 푸코, 「도서관 환상」(김용기 번역, 1967), 『미셸 푸코의 문학비평』, 김현 엮음, 1989, 문학과지성사, 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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