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토르소 날개 Frame Torso Wings
조정란 디렉터
사진가는 사각의 프레임 안에 자신이 마주하는 수많은 것들을 담아낸다.
사진가의 할아버지께서 만드신 목침은 그 선의 날렵함이 날아오르는 새를 연상케 한다. 두 손으로 소중하게 받치고 있는 목침은 그 형상과 나무 질감이 손과 어우러져 마치 성소와 같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할아버지의 손은 아버지에게 이어져 작가에게 내려왔다. 인간의 손은 너무도 신비하다. 만지고 느끼고 감정을 표현하고 말을 전하며 무한한 것들을 만들어 낸다.
도예가는 손으로 흙을 빚어 날개를 만든다. 날개를 얻어 천사가 된 소녀는 날고 싶지 않은지 엉거주춤 바닥을 내려다본다. 날개를 가진 토르소는 한 쪽 팔을 잃고 조용히 서 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일까 얼굴이 없다.
전시장 프레임 안에 펼쳐놓은 사진가와 도예가의 작품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관계를 이어간다. 오래된 나무 사다리에는 칸칸이 흙으로 만들어진 사물들이 놓여져 지나온 시간의 흐름을 공유한다. 전시장 중앙에 걸린 사진에서 위를 향해 손을 곧게 뻗은 인물은 대화의 방향을 이끄는 화자인 듯 뒤돌아서 전시장을 비스듬히 내려다 본다.
박미화는 자연의 바탕이 되는 흙과 대화하며 기억 속의 존재들을 형상화 시킨다. 흙으로 빚어 높은 온도의 가마에 굽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는 작업은 많은 시간과 긴 대화를 필요로 한다. 사람의 얼굴을 가진 새는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걸까? 몸집보다 작은 날개를 가진 새는 날아오르기 힘들어 보이고 작가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노래는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다. 작은 울림을 가진 마음의 소리는 생명을 담은 사물로 만들어진다.
전명은의 프레임에 담겨진 공기의 흐름은 눈에 보이는 대상과 함께 호흡한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소리와 공기, 만져지는 느낌을 화면에서 이야기하듯 보여준다. 조각가의 손길이 닿아 만들어진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사진가의 감각과 닿아 촉각적인 시각이미지를 보여준다. 시각은 촉각을 불러오고 함께한 작업에서는 희미한 소리가 울린다.
사진가의 뾰족한 가시를 담은 사진을 보고 도예가는 흙으로 가시를 만들어 본다. 예민한 예술가의 감각을 닮은 가시는 날카롭지 않아서 아프게 찌르지 않는다. 손으로 만져지는 감각은 눈으로 보는 감각으로 옮겨지고 또다시 만져지는 감각으로 이어진다.
뜨거운 불로 흙의 물성을 새롭게 하는 도예가와 순간의 빛으로 오랜 기다림을 포착해내는 사진가의 대화는 프레임 안에서 계속 이어진다.
작가 약력
전명은 Eun Chun (b. 1977)
전명은은 2002년 중앙대학교 조소과를 마치고, 2009년 프랑스 파리8대학 사진과 석사를 마쳤다. <북쪽창문으로> (2024, 피비갤러리, 서울), <내가 안고 있는 겨울> (2022, 페리지갤러리, 서울), <플로어> (2019, 서울시립미술관 SeMA창고, 서울)를 비롯해 10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 (2018, 두산갤러리, 서울)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8년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2017년 <아마도 사진상>을 수상했으며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등 여러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작가는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작업활동을 하고 있으며 아마추어 천문가, 폴리아티스트,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조각가, 기계체조선수 등의 인물이 자신의 불완전한 세계를 극복하고 확장시키는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박미화 Park Miwha (b. 1957)
박미화는 197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89년 미국 템플대학교 타일러 미술대학원을 마쳤다. <박미화> (2024, 갤러리 디휘테, 서울), <Lesser: 더 적게> (2022, 아트스페이스 3, 서울), <제4회 박수근미술상 수상기념전> (2020, 박수근미술관, DDP, 강원 양구)을 비롯해 23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Peace for child> (2022,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서울)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9년 <제4회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작가는 현재 서울과 강화도를 오가며 작업활동을 하고 있으며 따듯한 휴머니즘을 담은 도자, 회화, 설치 작업으로 자연과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