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24-11-09 ~ 2024-11-23
송민철
무료
02-335-5303
● 전시제목 : equal in square, circle, triangle
● 참여작가 : 송민철
● 기 간 : 2024. 11. 9 (토) ~ 11. 21 (목)
● 오 프 닝 : 2024. 11. 9 (토)
● 장 소 : 화인페이퍼갤러리 Finepapergallery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로 1길 30 1층
pm 12-7 (일, 월 휴무)
● 연 락 처 : 02-335-5303
● 후 원 :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예비전속작가제, 화인페이퍼갤러리
● 전시소개 :
<치환된 총체(總體)들: 그의 뷰파인더 안팎‘에서/으로’>
임경민_㈜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미술 분야에서 조형 요소의 기본은 점, 선, 면이라고 한다. 도형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원, 삼각형, 사각형이다. 이런 기본적인 요소와 형태는 수학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때로 철학이나 종교에서 세상을 읽는 데 쓰이고, 과학에서 가장 작은 단위에서 우주에 이르기까지 이 형태들을 통해서 계산하지 못할 것이 없어 보이기조차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내용들이 재차 소환되지 않는다면 그들의 넓이, 부피, 확장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지낸다.
그런데 송민철은 작품을 통해 우리 앞으로 그것들을 가져다 놓고, 실재(實在), 실제(實際)와 실체(實體)를 고민하게 만든다. 간단한 검색만 해봐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예술, 수학, 과학에서 다 조금씩 달리 해석되는 이 개념들을 그는 어떻게 점, 선, 면, 원, 삼각형, 사각형으로 되물어 왔는가? 이에 관한 내용이 바로 이번 전시에서 짧게나마 나누고 싶은 이야기다.
가장 먼저 공유해야 하는 것은 바로 송민철의 눈이다. 아니, 그의 뷰파인더다.
전혀 모르는 것을 꿈꾸거나(실제 자면서 꾸는 꿈, 바라는 것 모두),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가 꿈꾸거나 상상할 수 있다면 그것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정보들을 우리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알고 있다는 것이다. 조형의 기본 요소와 기본 도형을 안다면 이제 작가의 뷰파인더를 통해 우리가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자기만의 답을 해 볼 차례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그의 뷰파인더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안팎에서 혹은 안팎으로 동시에 드나드는 아이러니가 바로 지금 우리가 알게 될 내용들이다.
발달한 디지털 세계에 산다는 것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바로 펜 하나로 찍은 작은 점도 기기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충분히 확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애초에 점인 것을 몰랐다면, 그냥 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장 단순하고 작은 점에서 원을, 원에서 ‘온’ 것 즉, 모두이자 전부를 보는 것이 바로 송민철의 뷰파인더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총체의 유지와 변형, 계산에 의한 등가교환과 관련이 있다. 보통은 사각형 입체의 조합인 전시공간을 구의 부피로 치환했다가 이내 물이 가득 차 있던 구가 터져버리고 바닥에 물이 고이면 어느 높이가 되는지 넓은 선 혹은 얇고 긴 면으로 바뀐다.
전시장에서 그의 작품을 보면 먼저 평면으로 조형을 보게 된다. 그야말로 기본 요소와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모양새다. 벽면을 따라 쭉 이어지는 선 혹은 면, 가벽인지 조형물인지 헷갈리는 정면을 가로지르는 사선, 저 멀리 코너에 보이는 원형은 모두 하나의 장면으로 단편적인 감상을 준다. 그 하나의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우리의 시선에서 송민철의 뷰파인더 안으로 진입하는 것으로, 이제 그의 구성과 그 구성의 이유들에 관한 질문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실재인 공간과, 공간에 내접하는 구의 부피가 원래 공간을 차지했을 높이는 관람자의 시선을 끄는 중첩된 삼각형 구조물 간의 거리를 거슬러 하나의 가로선으로 보이며, 상당한 거리감 안에서 이것은 때로 수평선까지 연상시키며 인식을 확장시킨다. 그러다 문득 코너의 거울에 내가 비치면 갑자기 현실로 돌아와 내가 본 것은 실체가 아니었고 거울이 비친 상(像)임을 깨닫게 되어 우리는 뷰파인더 밖으로 내쫓기고야 만다. 그러면서 “이 작가는 왜 이러는 거야?”라는 궁금증이 이는 것이다.
여기서 기억할 키워드는 치환된 총체들 그리고 그의 재치다.
타이틀이자 작품명 <equal in square, circle, triangle>은 캔버스 표면을 3등분한 면적을 각각 원, 삼각형, 사각형으로 치환하고, 면이 중첩되면 해당하는 면을 일종의 네거티브화 하여 제거, 중첩이 겹치면 다시 네거티브에 네거티브로 다시 색을 갖는다. 이 방식은 그의 초기작 중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2005년 작품들 <네가 그림(Negative Painting)>, <산>, <구멍> 등과도 이어지는데, 네거티브로 그림을 그린 것을 네거티브로 촬영하면 포지티브(positive)가 된다는, 일견 당연한 이야기가 시각화되는 것이다. 그림 자체는 변화했는가? 아니다. 물리적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그것은 실제로 달리 보인다. 원본 그림과 그림을 촬영한 결과물 간의 반전은 그 각각을 실재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 회화와 영상으로 형식은 다르지만 서로를 긴히 요하는 사이다. 전시 작품인 <equal in square, circle, triangle>의 화면 안에서는 이 긴한 연결이 조금 흐리다. 삼각형의 빗변과 직각을 이루는 한 변이 이루는 각도는 지구의 자전축의 각도 23.5도다. 배경의 바다와 수평선은 우리가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지구 표면의 경계다. 원인 지구와 생명, 물, 순환은 모두 연결고리를 갖고 작가의 작품 안에서 물리적 혹은 수학적 총체와 다른 층위에서 총체로 치환되는 것이다.
전작 중 원 위의 다섯 점을 잇고, 호와 오각형을 분리하여 설치했던 작품 <같은 다른 원1, 2>(2017), 입방체의 중심과 그 중심을 공유하는 구를 만들고, 중심을 기준으로 8등분 한 후 정육면체 각 꼭지점에 맞추어 넣은 틀 <Square Moon-origin>(2020)과 등분된 구들을 제외한 형태인 <Square Moon>(2020)도 이러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원, 오각형, 구, 정육면체의 서로 여집합을 분리하며 형태와 의미의 총체들이 층위를 달리하게 했다. 물론 이 역시 네거티브-포지티브의 관계이기도 하다.
<Square Moon>, <구르는 삼각형>과 같은 작품명 뿐 아니라, 4분원과 원 외부의 형태만으로 온 원을 보이게 하고, 그로 인해 막힌 통로 사이로 뒤의 작품을 감상하게 하는 작가의 재치가 보이는 이 구성들을 이번 전시와 이어 역주행 해볼 것을 추천한다.
아마도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나올 때쯤에는 ‘송민철 식의 뷰파인더’를 보는 데 제법 익숙해질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전시장 안팎에서 치환된 총체들을 보는 뷰파인더 안팎을 자유롭게 오가며 충분히 그의 작품을 즐겨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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