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한 차이 Sensing Difference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음 장문원)에서 국내 최초로 장애예술인과 장애인 관람객, 그리고 모든 관람객들을 위해 직접 운영하는 시각예술 전문공간인 <모두미술공간>개관 기념 전시
감각과 감수성을 주제로 하여 장애를 결핍이 아닌 감수성이라는 예민함을 통해 발현되는 창의성으로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전시. 장애와 비장애 작가 5팀(6인)의 작품으로 구성
- 평면 작품뿐만 아니라 기존 화이트 큐브 모델에서 벗어나 체험이 가능한 ‘감각 특별 공간’, 다중감각을 이용한 설치, AI를 활용한 기술로 구성한 디지털 콘텐츠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
- 상호작용예술·배리어프리 작품(감각 체험작품, 다중감각을 경험하는 작품) 쉬운해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가 편안하게 접근이 가능한 전시로 기획
-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전시 관람의 사전부터 사후 단계까지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접근성까지 고려한 관람 환경을 개발·적용
서울역이라는 장소는 아마도 서울의 관문이라는 장소적 상징성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전국 어디서나 ‘접근성’이 뛰어난 국내 철도 교통의 허브라는 점이다. 오는 12월, 이곳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별관 5층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공들여 준비한 <모두미술공간>이 새롭게 출발한다. 모두미술공간은 국내 최초로 마련되는 시각예술분야 장애예술 전문 공간이다. 장애예술과 장애예술인의 작품을 소개하고, 신진 장애예술가 발굴을 목표로 조성된 전시공간으로 해외에서도 그 사례를 자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이번 개관전 《감각한 차이》의 엄정순 예술감독은 ‘보는 것’에 대한 근원적 물음의 답을 ‘장님 코끼리 만지기’ 우화를 통한 서사적 작업으로 풀어내 온 미술작가이다. 동시에 27년 동안 아트랩 ‘우리들의 눈’ 디렉터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시각예술을 가르쳐 온 선생님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애’에 대한 관점부터 남다르다.
그는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장애’와 ‘장애예술’을 ‘감각’과 ‘감수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대입하여 제안하였다. 장애라는 단어를 감각의 결핍이 아닌, 감수성이라는 예민함을 통해 발현되는 창의성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의 당연한 감각의 사용을 불가피하게 대체된 감각으로 재배치하는 장애인들의 능력은 부족함이 아닌 예민함으로 시각화되며 다양한 표현으로 드러난다. 비일반적인 신체언어를 구사하는 과정에서 수집되는 경험의 조각들을 비일상적 채널로 배출해 내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일상이자 우리에겐 특별함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개관전에서는 장애와 비장애, 신진과 경력 등을 구분 짓지 않고 각자가 경험한 감각의 차이를 작품으로 표현한 작가 5팀(6인)으로 구성, 이들의 이야기를 소박하고 담담하게 풀어낸다.
전시는 두 개의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제1전시실은 하나의 감각이 변환되며 다른 관점으로 표현되는 ‘감각의 차이’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전시는 엄정순 감독이 직접 디렉팅한 <감각의 벽> 작품에서 시작된다. 거대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330권의 점자책이 바람에 흔들리는 상태로 구현될 이 작품은 다감각으로 접근하는 미디어 인터렉티브 작품이다. 입력을 기다리는 화면에는 질문이 표시되며 관객의 답변은 점자로 변환되어 점자책 위에 투사된다. 물리적 언어 위에 디지털 언어라는 레이어가 중첩되는 것이다. 이 점자는 0과 1로 구현되는 디지털 시스템의 원리에 맞춰 AI의 도움과 사운드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조화로운 5도 화음으로 매칭된다. 64가지 경우의 수가 관객의 언어에 따라 새롭게 조합되며 모두가 다르게 선택한 나만의 차이를 촉각과 시각, 그리고 청각까지 연계된 반응형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점자교과서는 대구대학교 점자도서관에서 기증하였다.
작곡가이자 사운드 아티스트인 원우리의 영상작품 <96 BPM>은 그가 보청기 사용자인 무용수 고아라와 함께 2년간의 협업을 통해 창작한 작곡의 결과물이다. 작가는 작곡의 과정과 결과를 극도로 추상화하면 그 본질은 긴장과 이완이며 이는 결국 들숨과 날숨이라는 관계를 통해 호흡으로 지속된다고 말한다. 무용가의 몸짓을 통해 긴장과 이완이 담긴 음악적 대화를 7분 남짓의 아름다운 영상으로 표현하였다.
김령문, 백승현 부부작가의 코너 <언덕 위의 파도>는 서로 다른 주제로 작업해 온 두 작가가 낯선 세계와 마주할 때 깨어지는 감각의 경험과 그로 인해 확장되는 새로운 차원의 감각을 설치와 영상 작품으로 담아낸다. 관객 참여형 작품인 김령문의 작업은 언덕 위에서 석고로 제작된 ‘곱고 소중한’ 구를 굴러 떨어뜨려 깨뜨리는 대형 설치작품이다. 백승현의 앞으로 던지기 작업은 독일 유학 중 빵집에서 겪은 밀가루 반죽의 노동 과정을 흙덩어리로 치환, 작가로서의 정체된 상황을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행위를 통해 실존적 감각으로 풀어낸다.
제2전시실은 새로운 장애예술 작가들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다양성 및 장애예술 커뮤니티를 배경으로 성장하는 작가와 해외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한국에서 장애예술가가 탄생하기 위한 배경과 과정을 톺아보는 기회를 만들고자 하였다. 좁은 시야를 가진 박찬별 작가는 아트랩 ‘우리들의 눈’을 통해 어릴때부터 미술 전문 교육을 받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술대학에 진학했고, 비장애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작가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좁은 시야를 자신만의 특화된 감각으로 활용한 100여 점의 ‘0호 캔버스’ 작품 <나, 그리고 백 개의 망원경>으로 자신만의 관점을 선보인다.
서귀포의 미술 커뮤니티 ‘사단법인 누구나’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강승탁은 호랑이, 늑대 같은 맹수를 화려한 색감으로 즐겨 그리는 발달장애 작가이다. <무지개 호랑이>같은 강한 존재가 약한 자들을 괴롭히는 이들에 대한 복수를 꿈꾸던 작가는, 어느덧 이를 통해 껍질을 벗고 작업에 몰두한다. “그림을 그리는 즉시 행복해진다”라고 말하는 그는 멘토링과 개인전 등 커뮤니티의 지원을 통해 예술적 역량을 키워가며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회화 작품과 더불어 아카이브 영상을 소개, 그의 내면세계를 심도있게 관찰해본다.
동경 시내 교통의 요지인 시부야에서 장애 커뮤니티 <시부야폰트>를 운영하는 디자이너 디렉터 라일라 카심은 지역 미술 워크숍을 통해 시작된 장애인들과의 연대를 기관과 일반인까지 연결한 성공사례를 보여준다. 스스로도 휠체어 이용자인 그는, 커뮤니티가 겪는 고립을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으로 디자인 스쿨과의 연계 프로세스를 통해 오픈소스를 개발, 판매까지 이어왔고 각종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였다. 장애인들의 스케치를 폰트와 패턴으로 생산해 내고 있으며 유니클로, 구글폰트 등 세계적 브랜드와 협업하였다.
이번 전시의 또 하나의 특징은 AI를 활용한 테크환경으로 관객들이 전시를 경험하며 불편하지 않도록 모두를 위해 높은 관람접근성을 제공하도록 배려하였다. 전시장에서의 기본적인 작품해설은 물론, 전시 환경과 관람 방법까지 스마트폰만 있다면 누구나 폭넓게 제공받을 수 있어, 무장애(Barrier-free)를 넘어 포괄적(inclusive) 전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를 관리하고 운영하기 위해 접근성 매니저를 통해 전시장을 관리하며 쉬운말 해설, 시각장애인 사전 관람 등의 환경을 조성, 장애예술 씬에서의 예술적 의미와 기술적 환경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 장애예술의 현재를 진단하는 라운드테이블, 참여 작가들과 직접 대화하는 아티스트토크 등의 연계 프로그램이 풍성하게 준비된다.
강승탁 <무지개 늑대> 캔버스에 아크릴릭_73x53cm_2021
김령문 <Circle Circle on a Hill(스틸컷)> _ 관객참여 즉흥 사운드퍼포먼스/설치, 석고 세라믹 오브제, 자연물 _ 2015
백승현, <앞으로 던지기2> 단채널 영상 00:04:15 _ 2020
<무제 Untitled> 세라믹 오브제, 가변설치 _ 2020
원우리 <96 BPM(스틸컷)>_단채널 영상 고정매체, 흑백, 2채널 사운드, 빔프로젝터 벽면 투사, 00:07:27_ 2024 (사진 촬영_ 현진식)
출연 : 고아라 Ko Ahra
안무 : 고아라 Ko Ahra, 원우리 WONWOORI
연출 : 원우리 WONWOORI, 고아라 Ko Ahra
무대감독 : 현진식 HYUN Jinsik
조명 : 박주원 PARK Juwon
촬영 : 현진식 HYUN Jinsik, 임상일 LIM Sangil, 민다홍 MIN Dahong
사운드 디자인 : 현진식 HYUN Jinsik
박찬별 <나, 그리고 백 개의 망원경> 가변설치, 18x14cm x 100pcs _ 캔버스에 혼합재료 _ 2018~2024
라일라 카심 <시부야 폰트> 동경 전시 설치컷_2024
전시명 감각한 차이 Sensing Difference
일정 2024. 12. 12.(목) ~ 2025. 02. 07.(수) |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연휴 휴관 (입장료 무료)
참여작가 강승탁, 김령문x백승현, 라일라 카심(Laila Cassim), 박찬별, 원우리(WONWOORI) 총 5팀(6명)
전시 오프닝 2023. 12. 12.(목) 16시
라운드 테이블 2023. 12. 20. (금) 14~15:30 모더레이터 안현정 / 패널: 박찬별, 손영옥, 엄정순, 정현, 홍해지
아티스트 토크 2024. 12. 14. (토) 14~15시 라일라 카심Laila Cassim(일본작가) / 2024. 12. 27. (금) 14~15시 김령문x백승현 / 2025. 1. 3. (금) 14~15시 원우리(WONWOORI)
예술감독 엄정순 (작가, <우리들의 눈> 디렉터)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모두미술공간
전시기획 디자인60 (대표 손진우) 총괄 PD 김정민
장르 상호작용예술(회화, 사운드, 설치 융복합), 배리어 프리
* 배리어 프리는 단순히 장애인을 위한 보조도구가 아닌 비장애인에게도 감상을 위한 하나의 옵션으로 기능할 수 있다.
전시장소 모두미술공간 (02-760-97970) 서울스퀘어 별관 5층 서울 중구 한강대로 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