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푸른 연기靑煙 피어오르니
여향與香, 함께한 향기
한자 ‘향(香)’은 좋은 향기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곡식이 그릇에 담겨져 있는 모양에서 나왔다. 즉, 향은 곡식에서 나는 좋은 냄새를 의미한다. 이후 향의 의미는 확대되어 ‘좋은 냄새’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사람은 좋은 냄새를 곁에 두고자 주변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 물질을 찾고 가공하여 향을 만들었다. 향의 재료가 되는 물질은 대부분 식물이다. 그 대부분은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위해서 사용한 박산향로(博山香爐)가 출토된 사례가 있다. 이후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를 거치면서 향을 누리는 문화가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향은 일부 일상생활에서도 소비되었지만, 불교가 전래되면서 더욱 사용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서 향을 피우기 위한 도구들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졌다. 고대 시기의 향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사례로는 고구려의 무덤벽화, 백제의 금동대향로와 향, 통일신라시대 유적에서 확인되고 있는 각종 향로가 있다. 이와 같이 고대시기에 전래된 향 문화는 이후 중세시기에 전개되는 향 문화의 밑거름이 되었다.
공향供香, 천상의 향기
향(香)을 피우는 문화는 종교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발전해왔다. 특히 불교에서 향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와 역할을 하였다. 향을 피우는 행위는 부처님과 보살에게 공양을 드리는 것으로, 존경과 경의를 표하는 의미가 있다. 아울러 수행자에게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집중력을 높여주어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불교의 분향(焚香) 의례에서는 거향로(居香爐)・현향로(懸香爐)・병향로(柄香爐) 등 다양한 형식의 향로가 사용되었다. 이들 향로는 조형과 장식이 뛰어나 우리나라 공예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유교에서 분향은 중요한 의례 행위로 여러 가지 이유와 의미가 있다. 우선, 조상의 영혼을 위로하고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또한, 향을 피우는 행위는 의식이 행해지는 공간을 정화하고 신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였다. 아울러 향을 피우는 동안 사람들은 마음을 가다듬고 경건하게 의식을 진행할 수 있었다. 유교 의례에서 사용한 향로는 불교와 조형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중국 고대 청동기의 하나인 정(鼎)을 바탕으로 제작된 새로운 형식의 향로가 유행하였다. 이러한 향로는 도자, 금속, 돌 등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단순 간결한 조선 공예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완향玩香, 애호의 향기
우리나라에 향(香)이 들어온 이후, 향 문화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하나는 종교적인 측면에서 사용한 것으로, 이때의 향은 형이상학적이고 이상적인 관념을 반영했다. 다른 하나는 개인적 취미(趣味)와 취향(趣向)에서 사용한 것으로, 이때의 향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기능을 가진 물질로 여겨졌다. 향은 공간을 정화하고 청결하게 만드는 실용적인 기능이 있어서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데 긴요하게 사용되었다. 이러한 실용적 기능 덕분에 향은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특히 남성들은 문방제구(文房諸具)의 하나로 향을 중요하게 여겼다. 독서분향(讀書焚香)의 전통 속에서 다양한 향 도구가 그들의 기호에 맞게 선택되고 사용되었다.
향은 불쾌한 냄새를 제거하는 데 유용했다. 이러한 기능은 향이 남녀 구분 없이 널리 사용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선추(扇錘)나 노리개 등에 향을 넣고 착용하여 좋은 향기가 자신과 함께하길 바랐다. 또한, 여러 가지 향재(香材)를 섞어 의향(衣香)을 만들어 귀중한 물건을 보관할 때 방향(芳香)과 방충(防蟲)의 목적으로도 사용하였다. 이 외에도 향은 치료제로서 효능이 있어 한방(韓方)에서 약재(藥材)로 활용되기도 했다. 일부 향은 집안에 구비되어 상비약으로 활용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