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시선 너머’
2025년 상반기 기획공모 선정작가전
2025. 01. 15 (수) ~ 2025. 01. 21 (화)
1. 전시 개요
■ 전 시 명: 2025년 상반기 갤러리 도스 ‘시선 너머’ 기획공모 선정작가展 노의정 ‘윤회’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F)
■ 전시기간: 2025. 01. 15 (수) ~ 2025. 01. 21 (화)
2. 전시 서문
시작과 끝, 끝과 시작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모든 생물은 태생적으로 가지고 살아야 하는 숙명이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듯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나 눈을 뜬다. 그리고 비로소 이 세상을 경험한다. 아직 서툴기만 한 삶일지라도 우리는 현재에 충실하면서 남은 여생을 주체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때로 목숨처럼 소중하고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존재에 둘러싸이기도 한다. 노의정 작가는 주위 가까운 생명을 보살피면서 삶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다. 그렇게 서로의 생활을 공유해오면서 가슴 깊이 정들었던 가족과도 같은 존재를 떠나보낼 때 말할 수 없는 슬픔을 겪기도 한다. 사람처럼 언어를 구사할 수 는 없으나 행동과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소중한 대상에 하염없이 사랑을 베푸는 순간은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이자 작업의 결정적인 가치가 되었다. 이러한 소신은 작품에서 시각화되어 작가가 기념할 수 있는 고유한 기록으로 남는다.
작품은 눈에 띄는 주된 대상을 중심으로 구현된다. 배경을 비롯한 구도와 색감, 특정한 형태의 경계들은 단순하게 드러나며 복잡하고 거추장스러운 방식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제작된다. 다소 러프하고 과감한 터치들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으로 작품마다 등장하는 요주의 캐릭터들은 저마다 어떠한 동작 혹은 표정을 취하고 있다. 사실적인 묘사나 세부적인 디테일보다는 멀리서도 강한 인상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다채로운 색감과 각 주인공의 커다란 몸집을 강조하여 전체적인 느낌을 뚜렷하게 표현하였다. 일반적인 형식을 벗어난 작가의 독자적 작업 기법은 신선한 이미지를 제공함으로써 마치 또 다른 회화의 장르를 구사하는 듯한 긍정적인 충격을 선사한다. 화폭의 바탕은 모든 생명이 태어나는 땅과 그 땅을 부드럽게 다듬는 행위에 영감을 받아 흙의 질감을 고려하여 진행된다. 나아가 스스로 직접 다루는 터전에서 살아가고 또 운명을 다하는 동식물을 접하며 이들을 떠나보낼 때 사무치는 슬픔과 그리움 등의 복합적인 심상을 고이 반영하였다. 작업은 왜곡되고 과장된 모습과 엽기적인 인상이 도드라지지만 표면 너머로 살펴보면 생명의 무게감과 값진 의의를 상징함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작은 몸으로 태어나 옴짝거리는, 어떠한 공격도 방어도 하지 못하는 여린 목숨을 거두어 그 존재가 마침내 숨을 놓는 임종의 시간까지 돌보면서 깨달은 현장감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그렇게 시작과 중간, 끝을 지키며 각각의 순간이 지닌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포착한다. 작품 속 형상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하늘에 닿은 존재가 다시 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인하여 온전한 실체로 재탄생한다.
노의정 작가는 일상에서 차곡차곡 보고 듣고 겪어낸 생명에 대한 모든 철학과 정의를 작품으로 공유한다. 결국 삶과 죽음은 떨어질 수 없는 굴레에 있으며 죽음 뒤에는 다시 삶이 시작하고 시작한 삶은 언젠가 끝을 맞이하는 순리를 담담하게 전한다. 우리는 죽음으로 경험한 아픔과 상실을 새로운 시작으로 잘 다스리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마지막을 잘 살아가기 위해 애써야 한다. 작품에는 생명을 터부시하지 않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 아끼려 하는 선한 마음과 다른 이의 종말에 짙게 공감하는 풍부한 감정선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 주변의 것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곁에 남아있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해보기를 바란다. 익숙하기에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모든 존재를 따뜻한 온기로 감싸며 함께 있는 시간을 결코 허투루 보내지 않기를, 남은 하루하루를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겨보기를 소망한다.
만약 너라면
캔버스에 아크릴, 색연필, 193.9×130.3cm, 2024
머리를 줄 수 있다면
캔버스에 아크릴, 색연필, 90.9×72.7cm, 2024
무너진 울타리를 고치자
캔버스에 아크릴, 193.9×130.3cm, 2024
돌고도는 생존 일기
캔버스에 아크릴, 색연필, 193.9×130.3cm, 2024
자유를 줄게
캔버스에 아크릴, 종이, 색연필, 90.9×72.7cm, 2024
사라져라!
캔버스에 아크릴, 색연필, 130.3×97.0cm, 2024
3. 작가 노트
나의 작업은 자연의 생명을 찾아 기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주변에 동식물들을 기르고 가꾸면서 수많은 생명이 태어났다가 떠나는 과정 속을 보며 생명과 가깝다가도, 그렇기에 더욱 죽음과 가까운 순간들을 만나곤 했다. 생명과 죽음은 언제나 함께 한다.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찰나로 끝이 나고, 정성으로 키우던 동물의 죽음은 더욱 더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나의 작업 안에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그 생명의 끝, 그리고 남겨진 자의 마음이 함께 들어있다.
생명이 태어나기 위한 땅을 고르게 하는 것과 같이 흙의 질감을 형상화하여 캔버스를 칠한다. 주로 수용성 물감으로 채색한 그 화면 위에 크레용을 사용해 사람이나 동물을 그린다. 선으로 많이 표현된 이 형상들은 세부 묘사를 생략하고 형태를 단순화하여 나타냈다. 각 형상은 특유의 자세나 표정을 가졌으며, 대부분 한 작품에 하나씩 등장시켜 일종의 ‘초상화’처럼 보이게 하였다. 우아하지 않고 우스꽝스럽게도 보이는 이 이미지들은 대체로 왜곡되어 있고 단순한 선으로 표현되었다. 마치 어린이가 그린 것처럼 보이도록 원근법과 비율을 무시한 동물의 형상과 낙서처럼 보이는 글자들을 배치했다. 농장 안에서 태어난 생명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지배했던 상실감과 그것에서 파생된 무기력감, 자기비하적인 면들이 위와 같은 형상으로 나타난다. 그것과 동시에 생명의 찰나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행위가 캔버스 위에 새로운 생명의 힘으로 태어나게 된다.
이처럼 본인은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순간의 생명을 찾고 그것을 이야기한다. 여전히 생명 가까이에 죽음이 있다. 그러나 순환하는 생명과 죽음의 사이에 있는 우리는 그 생명을 통해 죽음의 아픔을 치유하며 우리의 생명을 이어 나가야 한다. 그 과정이 담겨 있는 작업을 통해 나와 같은 아픔을 느끼는 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4. 작가 약력
노의정│Roh Eui jeong
email: roh_jak@naver.com
instagram: @roh_jak
2021 한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2016 한남대학교 회화과 (서양화전공) 졸업
개인전
2025 윤회, 갤러리 도스, 서울
2023 발아, 레드엘갤러리, 대전
2022 喜生, 시소갤러리, 구리
2022 찰나, Artspace128, 대전
2022 노의정 개인전, 휴갤러리, 김해
2022 사월 어떤 날, 갤러리 오엔, 서울
2021 공생, 갤러리 그리다, 서울
2021 遺畵, 한남대학교 미술전시실, 대전
2018 그날들, 청춘두두두, 대전
2015 기억무덤, 팔사 갤러리, 대전
단체전
2024 아트랩대전, 이응노미술관, 대전
2024 여기서 숨, 쉼 고르기, 덴아트 갤러리, 화성
2024 ALONE, 플랜A, 대전
2024 헤레토피아 : 다각적 공간, 갤러리 고트빈TJB. 대전
2023 갤러리 시선 2인 기획전, GS건설 갤러리 시선, 서울
2023 후후후, 갤러리 에이블, 세종
2023 44로2, 갤러리 숨, 대전
2022 METAxART 우리들의 이야기, 갤러리고트빈TJB, 대전
2022 What is marriage?, 수창청춘맨숀, 대구
2022 기억의 습작, 이미정갤러리, 공주
2022 현대미술의 화두를 던지다:청년 작가 초대전, 신불당 아트센터 M갤러리, 천안
2022 앞up2021, 갤러리 그리다, 서울
2021 시장하시죠 원도심 사람들, 문화공간 주차, 대전
2019 Re-play, 오픈스페이스 배, 부산
2018 방랑자들, 빈터치, 대전
2018 아티스트 5Dsay3, 드로잉하우스, 청주
2018 On going, 오픈스페이스 배, 부산
2018 요즘 어때요?, 월평동 패션월드141호, 대전
2016 광주비엔날레 아시아 쿨라 쿨라-링,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16 아티스트 5Dsay, 예술놀이터A, 청주
2016 중동을 비추다 예술가의 방, 중동 작은 미술관, 대전
2015 중동 마을에는 사연도 많지, 중동 작은 미술관, 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