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지금의 폴란드인 슐레지엔에서 태어나 구동독의 튀링겐에서 4살까지 살았으며, 구동독 노동자 항쟁의 해(1953년)에 또 다시 뒤셀도르프(구서독)로 이민한 폴케는 격변하는 독일의 현대사 속에서 작업해 온, 그리고 여전히 열정적으로 작업을 하는 동시대 가장 위대한 작가들 중 한 명이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회화만이 존재할 뿐 이다”라는 폴케의 언급에서 엿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그는 “화가(painter)”이다. 형식적 또는 개념적인 이데올로기에 치중하는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그는 재료와 개념의 가능성에 대한 적극적이고 집요한 탐구를 통해 지난 40여년 동안 자신만의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폴케 작품들의 주요 특성들을 나열해 보자면 우선 그는 망점들로 구성된 잡지나 만화, 신문의 인쇄된 이미지를 차용하면서, 대량 생산되는 이미지들을 자신의 캔버스 위에 재현 한다. 특이한 것은 폴케의 점들로 구성된 이미지는 그것이 원본으로 삼는 망점의 기계적 생산 방식과는 정반대인 수공으로 제작 된다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복제 가능한 이미지를 차용하지만 정작 그 제작 방식은 완벽한 수공인 폴케 작품의 이와 같은 “모순성”은 점들로 구성된 구체적인 이미지와 결합되어 있는 추상적인 붓질이나 이미지의 부분적인 재현 등에서 또한 발견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모순된 요소들의 공존은 폴케의 작품들을 구상과 추상의 경계선 상에 애매하게 위치 시킨다.
폴케 작품의 또 다른 특성 중 하나는 패브릭의 사용 이다. 그는 반복적 패턴을 지닌 대량 생산된 각종 천 위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그린 이미지들을 결합시키곤 하는데, 이와 같은 결합 속에서 대량 생산된 패브릭과 그것의 패턴은 그 본래적 용도와 의미를 상실하고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내는 촉매제가 되곤 한다. 폴케 작품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다양한 미디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미디엄 자체에 대한 집중과 그 미디엄의 전위적 사용이라는 점에 있어 1986년 베니스 비엔날레는 매우 중요한 해이다. 그는 당시 독일관 작가로 선정되어 하나의 새로운 실험을 단행하였는데, 주변 환경의 물리적 조건, 즉 온도와 습도 등에 의해 변화하는 미디엄을 사용하여 자신의 작품을 제작한 바 있다. 폴케에게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 사자상을 안겨진 이 전시 이후 그는 다양한 재료들과 그들의 결합이 만들어 내는 효과 자체를 주제로 삼는 작업들을 다양하게 실행해 왔다.
이렇듯 자신이 속해 있는 삶의 조건들에 기반하여 작업을 하는 폴케는 기술 복제와 관련된 다양한 요소-새로운 이미지와 재료, 작업 방식-들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면서 그만의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회화는 차용에 기반한 그저 ‘다른’ 회화가 아니라,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그리고 각기 다른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열린 텍스트 이다.
최근 독일 경제지 카피탈은 생존한 최고의 작가 중 폴케를 게르하르트 리히터에 이어 2위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생존한 작가들 사이에서 가장 존경 받는 작가는 당연 폴케가 1위이다. 어느 하나의 흐름이나 운동, 또는 이념의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주관 속에서 지난 40여 년 동안 작업을 해온 폴케는 무수히 많은 동시대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며 진정한 예술가상으로 존경 받고 있다. 본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 모두가 또한 그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과 자극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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