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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석 유리조형전

  • 전시기간

    2005-04-20 ~ 2005-04-30

  • 참여작가

    김정석

  • 전시 장소

    김진혜갤러리

  • 문의처

    02-725-6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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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열매들 - 김정석의 작품에 대하여




이번 전시를 통해 김정석은 유리조형가로서 전문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하고자 한다. 국내에서 갖는 개인전으로는 세 번째인 이 전시에서 그는 예전 작업의 특징이었던 다양한 재료와 풍부한 문학적 내러티브의 결합을 거의 배제한 채 유리라는 질료를 형식과 내용의 본격적인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형형색색의 유리알들이 공중을 부유하듯 매달려 있다. 그것들은 빛을 반사하고 투과함으로써 다양한 색채들을 만들어 낸다. 한편으로 장식충동을 자극하는 현란하고 탐스러운 형태를 한 이 유리알들은 다른 한 편으로는 빛의 알갱이들을 모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생물체의 알들이 영롱하게 비춰지는 듯도 하며 빛의 열매들이 결실을 맺은 것처럼도 보인다. 어떤 식으로든 김정석의 유리알들은 모두가 광명과 광채의 기원인 태양을 암시하면서도 그것을 생명성과 결실, 다채로움과 풍요의 이미지로 변형시키는 조형적 성형의 결과물이다.

유리조형의 본질적인 특성은 빛과의 관계 속에 드러난다. 하늘아래 어떤 것이 새로울 수 있으랴마는 광채를 머금는 신비로움을 태생적으로 간직하는 유리조형은 끊임없이 재탄생하는 피닉스적 매력을 지닌 장르인 것이다. 유리조형의 매혹이 빛의 담지체이자 매개자라는 입장은 유리가 물리적 광학적 차원의 빛에 국한되지 않는 풍부한 문화적 역사를 지닌 빛의 의미체계를 더함으로써 더욱 폭넓은 이해의 기반을 얻게 된다. 사상사학자라고 부를 수 있는 마틴 제이(Martin Jay)는 서양 사상의 관점에서 빛은 루멘lumen과 룩스lux로 구분됨을 설명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루멘은 광선으로서의 광학적 성질을 의미하는데 그것은 직진성과 같은 객관성을 지니며 이성적 판단을 통해 지각되는 빛을 지칭한다.




반면 룩스는 광채로서의 빛이 지니는 색채와 광휘를 의미하는데 그것은 인간의 실재 경험으로 지각되는 주관성의 영역에 대한 빛을 말한다. 이러한 루멘과 룩스의 구분을 통해 서구는 육안으로 본 세계의 룩스와 심안(心眼)으로 본 세계인 루멘의 빛으로 나누고 전자를 직접적, 감각적, 신체적 지각과 관찰(observation)의 세계로, 후자를 이성적, 예언자적, 마음의 지각과 성찰(speculation)의 세계로 나누었다.





감각적 경험의 세계를 불신했던 플라톤의 관점에서 빛은 눈을 통해 이성을 흩트리는 감각적 유혹으로 규정되며, 육안이 아닌 심안을 통한 성찰로서 이데아를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오감의 으뜸인 눈은 룩스의 매혹을 부정할 수 없다. 근대기의 광학자들은 진실로 빛에 매료된 나머지 태양을 맨 눈으로 수차례 관찰하고 기록하였다. 많은 학자들이 이 때문에 시력을 잃어 버렸지만 그들은 플라톤적 심안의 세계에서 안식하기보다는 광채의 현기증과 엑스터시를 오히려 열망하였던 것이다.








유리조형은 마치 태양처럼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맨눈으로 보면 눈멀게 될 금기의 존재일지언정 거부할 수 없는 빛의 매력은 우리를 황홀경과 무아지경에 빠트린다. 유리조형은 우리의 감각적 눈을 유혹함으로써 오히려 영원을 보게 하는 신비로운 형이상학의 예술인 것이다. 유리조형은 빛의 이원적 구조처럼 물리적 감각적 세계에서 기원하면서도 비물질적 정신적 추상적 세계를 동시에 안내한다. 이러한 유리조형에서 눈은 유리의 표면과 심층을 동시에 조망하고 더듬어가는 촉지적 시각성을 통해 다른 예술분야와 본질적 차이를 드러낸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김정석이 선보이는 유리조형은 눈으로 만지고 마음으로 보는 신비로운 시각적 유희의 연장선임을 알 수 있다.

이제 김정석은 빛을 담는 작업으로 전환하였다. 빛의 조형은 빛의 물리적 속성과 문화적 의미를 동시에 고려함으로써 실현되어야 한다. 단순한 장식과 표면 효과의 집착은 빛을 통한 예술의 지혜를 손상시킬 수 있다. 명석하게도 김정석은 자신의 조형을 빛의 씨앗이자 열매로 형상화하였다. 열매는 빛의 결실이자 마음의 양식이다. 빛의 지혜를 상징하는 김정석의 유리알들은 곧 우리의 몸과 마음의 눈을 동시에 밝히는 조명인 셈이다.

안인기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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