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청담동에 자리한 禾水木 빌딩이 새로운 개념의 갤러리를 개관하는 기념전시
초대_ 2005년. 10. 6(목) 오후 6시
개막 공연_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숨은 이벤트_사진작가 황진의 포트레이트 샷
10년 전 쯤으로 기억됩니다. 인사동 화랑가에서 우연히 박수근 목판화 -‘두 사람’-을 처음 만났습니다. 박수근의 유화 못지 않은 단순한 맛에 감동을 받았고 그 뒤로 박수근의 판화를 만날 때 마다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것이 어느덧 8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근래 양구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이 찍은 판화 5점과 찬조 출품 1점을 합하니 박수근 이 생전에 작업한 목판화의 거의 전부를 모은 것 같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일반에 공개하리라 마음 먹었던 참에 이번에 박수근 목판화 14점으로 갤러리 禾水木(화수목) 개관전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14점의 목판화 중 12점은 박수근이 직접 찍은 판화가 아닌 이른바 ‘사후판화’입니다. 박수근이 남긴 목판화 원판으로 작가의 사후에 찍은 것입니다. 비록 박수근이 몸소 프린팅하지는 않았지만 찍혀 나온 흑백의 판화맛은 박수근의 예술 세계를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박수근 유족의 동의를 얻어 전시하게 됨을 무한한 기쁨으로 여깁니다.
박수근이 목판에 새긴 칼선은 뽀족하지도 날카롭지도 않습니다. 시골 동구 밖에서 서민의 애환을 지켜본 당나무처럼 너그럽고, 어린 동생을 등에 업은 누나의 포대기처럼 포근합니다. 순진하고 인정 넘치는 지난 세월의 아스라한 풍정이 박수근 특유의 조각 칼에 실려있습니다. 철저하게 평면화된 그의 목판화는 단순하고 절제된 구도에 힘입어 우리로 하여금 경건한 향수를 자아내게 합니다. 또한 그의 목판화는 그 뒤에 발표한 대표작들을 탄생시킨 원초적 형상을 담고 있기에 박수근의 작품 이력을 살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무엇보다 이번 목판화전이 박수근의 체취와 숨결을 가까이서 확인하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작가의 손때가 고스란히 숨쉬는 판화 작품은 분명 그러한 기대를 충족시키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