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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균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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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시취지

■ 김종영미술관의 <오늘의 작가>전

<오늘의 작가>전은 후학양성에 남다른 관심을 지니셨던 우성 김종영 선생의 뜻을 기려 김종영미술관이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조각 기획전이다. 이 전시는 조각전문미술관을 표방하는 미술관으로서 조각 분야에서 작업성과가 뚜렷하고 오늘의 시점에서 미술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견 전업작가 중 매년 2명을 선정하여 개인전을 지원하고 있다. 김종영미술관은 2004년 정현과 이기칠, 2005년 김주현과 박선기, 2006년 최태훈과 이상길, 그리고 2007년에는 박소영, 민균홍를 선정하였다.


2. 전시내용

■ 재현으로부터 자유

김종영의 조각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초기 추상 조각들은 대개 인체나 자연을 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쳐 추상적 형태들을 갖게 되었지만, 추상조각이 자리를 잡은 이후의 세대인 민균홍은 실제 세계의 대상을 추상화화는 과정이나 자연에서 형태를 추출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는 큰 철판이나 알루미늄판을 넙적하게 혹은 길쭉하게 잘라 만든 파편들을 이리저리 붙여서 형태를 구축해 나가지만, 특정하면서 구체적인 대상을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그의 조각은 제작 이전에 구상 단계에서 그리는 수많은 스케치에 근거한다. 이 스케치를 보면 그의 조각의 출발이 구체적인 대상이 아니라 화면 위의 자유로운 필선임을 알 수 있다. 조각 제작 전에 스케치를 통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은 조각가에게 통상적인 일이지만, 민균홍의 스케치는 조각의 밑그림을 넘어서 독자적인 회화로서 갖는 독특한 필선이 특징이다. 이어졌다 끊어지는 굵은 필선들이 이루는 형상은 현실의 사물에 대한 재현이 아니라 화면을 자유자재로 누비는 붓의 움직임과 흔적이다. 작가는 큰 금속판을 다양한 크기로 자르고 이어 붙여 이런 필선의 느낌을 삼차원으로 옮겼다. 


■ 회화적 조각

흔히 민균홍의 조각은 회화적이라는 평을 듣는데 그 첫 번째 이유가 양감이나 부피보다는 선적인 특징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민균홍의 조각의 특징은 금속판을 가늘게 자르고 구부려서 공간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듯한 효과를 내는 것이었는데, 이번 김종영미술관의 전시에서는 그 선의 폭이 커져서 흡사 면과 같다. 

민균홍은 종이를 풀로 살짝 붙이듯 그 조각들의 끝부분을 용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육중한 조각과는 거리를 둔다. 그의 작업은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면에서 입체로, 즉 이차원에서 삼차원으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평면과 입체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잘린 금속판의 폭이 좁고 넓음에 따라 선 혹은 면이 되며, 잘린 판의 조합 방식에 따라 평면 혹은 입체가 된다. 금속판들이 공간을 가르며 서로 연결되어 구, 육면체, 원, 다각형과 같은 완결된 형태가 형성되지만 제작 과정에서 민균홍은 훨씬 더 열린 태도를 취한다. 수많은 스케치를 통해서 어떤 대략의 형태를 구상하고 시작하지만 금속판들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무한히 변경될 수 있음을 상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 형태는 식물이 성장하듯 무한 변형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 덕분에 그의 작품은 금속판들이 서로 이어지면서 아무것도 없는 공간 속에서 볼륨과 매스가 생성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노출시킨다.


■ 조각의 표면

현대 조각에서는 사용된 재료의 성질 그 자체를 드러내는 것이 조각의 목표이자 회화와 구별되는 조각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채색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금속이나 나무를 사용하는 경우는 더욱 그런 원칙을 고수한다. 그러나 민균홍은 볼륨과 매스에서 머물러 있는 조각의 문제를 표면으로 확장한다. 그의 철판 작업은 자연스럽게 붉은 녹이 생기도록 야외에 방치되어 결국에는 철판이 사라지는 것까지 염두에 두는 작업이다. 또한 그의 알루미늄 작업은 무겁고 부식되는 성질을 가진 철에 대한 대응작업으로서, 가볍고 영구보존이 가능한 성질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간혹 그는 알루미늄의 표면에 안료를 칠해서 재료가 본래 갖고 있는 반짝이는 표면을 가리고 회화의 특징인 표면성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또한 채색된 조각이든 채색이 되지 않은 조각이든 그의 조각을 구성하는 작은 파편들은 빛을 받아들이고 반사하면서 투명한 표면과 음악처럼 리듬감 있는 볼륨을 형성한다. 그래서 그의 조각은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평면인 듯 입체이고, 경쾌한 듯 고요하고, 단순한 듯하지만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신작 10여점이 발표되는 이번 전시는 근래 한국 조각계에서는 보기 드문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최근 기발한 형태와 손재주를 요하는 테크닉, 강한 서사성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 조각계에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기나 화려한 기술이 없어도, 게다가 재료를 학대하지 않고도 긴 여운과 큰 울림을 주는 조각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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