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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마켓의 주역으로 꾸준히 그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러시아 인도 작품은 문화적 유구성과 전통을 반영하면서 현대성과 철학 및 사회의 다층구조와 맞물려, 특유한 색채를 선보이고 있다. 그 중 2부인 인도작가 4인전은 인도 특유의 색채로 예술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인도 미술시장의 역동성과 성장을 알 수 있는 여러 기준 가운데 최근 인도 최대의 경매 회사인 오시안이 발표한 인도 미술품 가격지수(ETAI)의 과거 10년간의 상승률 3000%는 인도 미술시장이 보여주는 잠재력과 폭발력을 단적으로 나타내 준다고 볼 수 있다.
인구 11억, IT 산업의 급부상, 영어사용, 유구한 역사와 종교 그리고 4대 문명의 발상지로서 문화적 깊이와 다양함은 최근 인도의 경제, 정치적인 급성장과 더불어 인도 미술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게 됨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인도 미술은 인도의 역사 속에서 배어나오는 철학과 종교, 사회의 다층성에서 비롯된 갈등과 변화의 적응이 21세기의 현대성과 복합적으로 섞여서, 이런 개별적 요소들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채롭고 특유한 색채로 예술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인도 작가들의 주제, 방식과 기법의 다양함이 유별한 것은 이렇듯 그 충분한 이유와 배경이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의 구성역시도 이런 인도 미술의 전형적인 특성을 반영한다.
먼저 1949년생으로 인도미술계의 원로 그룹에 속하는 Gurcharan Singh(구챠란 씽)의 작품을 보면, 모성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 여성, 노인, 염소, 앵무새 등과 같이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그 이미지들이 상호간에 연관성을 보이기도 하고 오버랩이 되면서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의 흐름을 나타낸다. 다분히 인도적인 색채로서 갈색과 검은톤으로 어려웠던 시절의 음양이 표현되는데, 그 속에 은둔자 적인 삶을 살고 있는 작가자신의 고독 속에서 과거의 기억이 의식의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그리웠던 가족애, 종교적 갈등, 인간과 동물의 윤회, 그리고 모든 이생의 복잡함을 승화 시킬 수 있는 샤머니즘적 의미로서 새의 등장들이 마치 샤갈의 초현실주의적 감성으로 전달된다. Gurcharan Singh 의 작품으로부터 우리는 궁핍과 혼돈, 현세와 내세에 대한 철학적 심오함이 작가의 붓끝에서 서정적이고 시적으로 표현되는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인도 현대 미술의 차세대 주자로 급부상 하고 있는 Dileep Sharma(딜립 샤르마)는 인도 내외의 연이은 수상경력이 말해주듯이 그 명성을 화려하게 쌓아가고 있는 작가이다. 인도미술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그 자신이 몸소 보여주듯이 Dileep Sharma의 작품은 매우 현대적이고 도시적이면서 글로벌적인 요소를 내포한다. 작품의 모티브로 등장하는 의상과 인물 다양한 소재들은 인도 전통문화 속에서 나올 수 있는 의상과 물체들, 힌두교에 근원을 가지고 있는 요소들, 과거로부터 현대로 넘어가는 과정상에서의 혼란들, 심지어 가상세계로의 전이까지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 근대적 현실에 발을 디디고 사는 현대 인도인들의 삶에 대한 작가의 관조적 관찰을 초현실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등장한다. 서구 문명의 급진적인 영향과 과거로부터의 계급구조가 공존하면서 발생되는 갈등과 철학적이면서 종교적인 성찰이 미래로 나가는 인도문명의 위기와 당혹감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Dileep Sharma의 작품은 이러한 철학적인 배경과 더불어 작가의 섬세한 터치로 강렬하게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부드러우면서 따뜻한 감성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꿈으로의 향수를 표현하는 작가는 Prajakta Potnis (프라작타 포트니스)이다. Prajakta Potins는 여성특유의 섬세함과 현실적 감각으로 일상에서 염원하고 꿈을 꾸는 세속적인 대상과 이상적인 바램들을 화려한 색채와 더불어 파스텔 톤으로 형상화 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타인의 꿈을 표현하면서 본인의 꿈을 채워가는 과정을 경험한다. 그녀의 작품을 평론하는 이들은 그녀의 작품은 ‘현실세계에 갇혀 버린 아름다운 동화’라고 말한다. 그만큼 Prajakta Potnis 의 작품세계는 앞서 작가들의 개념적이고 철학적인 번뇌들을 뛰어넘어 갈등과 혼돈을 용서하고 포용하면서 안정되고 부드러운 행복의 영역으로 승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전통과 역사, 사회와 정치, 종교, 그리고 일상과 인생전체를 아우르며 형성되어 간다. 기원전 2500년 빛을 발하기 시작한 인더스 문명의 유구장천한 흐름이 현대 인도미술에 고스란히 그 명맥을 보여 주고 있다. 과감한 색채 ,심오한 사상, 슬픔과 분노, 용서와 평안, 동양적 요소와 서양적 요소의 만남, 그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어 보이는 인도 미술의 깊은 세계에 빠져 들고 나면,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이 인도 미술에 왜 이렇게 큰 관심과 집착을 가지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S&E Art consulting 대표 이석근